'포스트 코로나' 향하는 재계 총수들…"위기 이후 내다봐야"

'포스트 코로나' 향하는 재계 총수들…"위기 이후 내다봐야"

심재현 기자, 우경희 기자
2020.04.01 05:40

[코로나 위기 기업보국 현장]손 놓고 있을 수 없다 '미래'로 발걸음

"위기 이후를 내다보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코로나19(COVID-19) 감염증이 전세계 곳곳의 공장을 멈춰세우지만 글로벌 기업을 이끄는 재계 총수들의 시선은 또다시 위기 이후를 향한다. 위기에서 기회를 찾는 기업인 특유의 DNA가 '포스트 코로나'와 '사업보국(사업으로 국가와 사회에 보탬이 된다)' 리더십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코로나19 리더십은 '현장'에 있다. 이 부회장은 올 들어서만 6차례 국내외 현장을 찾았다. 매번 가는 곳은 바뀌지만 이 부회장이 강조하는 지점은 한결같이 현재가 아닌 '미래'다.

그가 현장을 찾아 내놓은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힘은 도전과 혁신에서 나온다", "예상치 못한 변수로 힘들겠지만 잠시도 멈추면 안된다", "어렵고 힘들 때일수록 미래를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같은 말이 모두 '미래'를 향하자는 맥락에서 나왔다.

당면한 위기가 녹록치 않지만 10~20년 후를 내다보는 중장기 전략으로 단기 충격을 극복하자는 의지를 가는 곳마다 강조하고 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의 시선도 미래를 향한다. 정 수석부회장은 국내외 생산공장이 잇따라 가동 중단되던 지난달 3일 현대차그룹 임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이번 위기상황도 충분히 이겨낼 수 있다는 자신감과 희망을 갖고 더 의연하게 대응해나가자"고 말했다.

그는 협력사 대표들에게 보낸 공문에서도 "그동안 함께 도전하고 극복해온 저력이 있기에 이번에도 함께 노력하면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올해를 미래차 분야에서 성과를 내는 원년으로 삼고 2025년까지 5년 동안 매년 20조원씩 투자하기로 했다. 코로나19 여파에도 수소연료전지와 전동화·자율주행 등에 대한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한다는 게 정 부회장의 의지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달 24일 주요 계열사 경영진이 참여한 '비상경영 회의'에서 유례없이 강렬한 표현을 써가며 미래와 혁신을 화두로 제시했다.

최 회장은 이 자리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이 가중되는 것을 보면서 SK가 짜놓은 안전망이 더는 유효하지 않다는 것을 목격했다"며 "잘 버텨보자는 식의 태도를 버리고 완전히 새로운 씨줄과 날줄로 안전망을 짜야 할 시간"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이후의 상황을 내다봐야 한다는 강력한 주문이었다는 게 당시 회의 참석자들의 소회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지난달 27일 ㈜LG 주주총회 서면 인사말에서 밝힌 컨틴전시 플랜(위기대처 비상계획)의 방점도 '위기 이후'에 찍혔다. 구 회장은 "모든 어려움에는 기회가 있다"며 "슬기롭게 대처하면서 위기 이후의 성장을 준비하도록 하자"고 밝혔다.

2018년 6월 구 회장 취임 이후 LG그룹은 선택과 집중의 사업재편에 속도를 내왔다. 연료전지·수처리·전자결제 등 비핵심 사업을 과감히 정리하고 자동차 전장(전자장비) 부품·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디스플레이·5G·배터리 등 미래성장동력 분야의 역량을 강화하는 작업이 지난 2년 동안 끊임없이 이어졌다.

LG그룹 관계자는 "코로나19 국면에서도 이런 행보를 멈출 수 없다는 게 구 회장의 확고한 인식"이라고 말했다.

재계 안팎에서는 앞으로의 기업 환경이 코로나19 이전과 이후로 나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그만큼 경영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는 얘기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지난 9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로 어려워진 분위기와 추세를 꺾을 특단의 대책"을 민관에 주문하고 나선 것도 이런 배경이다.

재계 한 인사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전 세계가 동시다발적으로 셧다운(가동중단)되는 전례 없는 위기 속에서 기업들은 생존의 벼랑 끝에 선 느낌"이라며 "힘들수록 미래를 대비하는 위기극복 DNA가 총수들의 잇단 주문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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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현 특파원

머니투데이 뉴욕 특파원입니다. 뉴욕에서 찾은 권력과 사람의 이야기. 월가에서 워싱턴까지, 미국의 심장을 기록하겠습니다.

우경희 기자

머니투데이 정치부 the300 국회팀장 우경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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