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는 세상]
윤석열 정부의 노동시장 개혁이 본격화할 모양새다. 윤 대통령은 전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12차 비상경제 민생회의 겸 제1차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노동시장에서의 이중구조 개선, 합리적 보상체계, 노노간 착취적인 시스템을 바꿔 나가는 것은 그것이야말로 노동의 가치를 존중하는 것"이라며 노동시장 전반을 뜯어고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노동개혁의 방향은 미래노동시장 연구회가 최근 내놓은 권고문이 기초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연구회는 지난 5일 주52시간제 완화, 임금제도 개편, 파견 근로자 업종 및 기간 확대, 파업 기간 중 대체 근로 허용 등을 개혁 방향으로 제시했다. 호소해온 노사관계의 애로사항들이 상당 부분 들어가 있는 만큼, 경영계도 정부의 개혁 방안에 공감하고 있다.
여론에 밀려 별다른 성과없이 끝난 최근의 화물연대 파업 사례에서 보듯 '강성 노조'에 대한 우리 사회의 거부감은 어느때보다 높다. 관건은 실행력이다. 과거에도 노동개혁을 추진했으나 야당과 노동계의 거센 반발 등으로 성공하지 못한 사례가 많다.
정부가 핵심적인 노동개혁 과제 중 하나로 추진하고 있는 주52시간제 유연화도 세밀한 설득 전략이 더 필요하단 지적이다. 개편안의 핵심은 '일주일 초과근무 12시간 한도'를 없애는 것이다. 초과근무시간 관리를 '주 단위'에서 월, 분기, 반기, 연 단위로 개편하고, 단위가 길어지면 초과근무시간 총량 한도도 줄이는 것이 골자다. 노동계는 근무시간이 주 69시간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초과근무시간 산정 단위가 커지면 전체 근로시간이 줄어든다는 내용은 사라지고, 특정 기간의 근로시간만을 부각 시키고 있다.
당위성 설파 외에 이런 프레임을 넘어설 실행 전략이 잘 보이지 않는다. 경영계가 윤석열 정부의 노동 개혁 의지에 신뢰를 보내면서도 불안감을 갖고 있는 배경이다.
'노동 개혁은 국가 경쟁력을 위해 반드시 해야 한다'는 논리 만으론 노조의 공고한 벽을 넘어서기 쉽지 않다. 오히려 강성 노조의 힘만 불리고, 노동개혁의 동력 자체를 잃는 경우도 있었다. 특히나 지금은 '여소야대' 국회다.
경제단체의 한 관계자는 "개혁 필요성이 성공을 담보하지 않는다"며 "세밀한 시행방안을 통해 개혁을 끝까지 이어나가는 작업이 중요하다"고 했다. 중도층과 평범한 근로자들의 지지를 얻어 개혁 동력을 이어갈 '정치'가 필요하다는 조언도 했다. 박근혜 정부가 360일이라는 기간 동안 노동단체와 협상을 벌여 노사정 대타협을 이끌어 내고도 타협 이후 잡음 때문에 실패한 사례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경제 상황만 놓고 보면 현 정부의 노동개혁 여건은 박근혜 정부 때보다 더 어렵다고 할 수 있다. 한국 경제의 오랜 숙제인 노동 개혁의 성공을 위해선 더욱 치밀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단 의미다. 이를 해내지 못한다면 노동 개혁은 또 한번 표류할 수 밖에 없다.
독자들의 PIC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