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2035년 NDC(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를 '2018년 대비 53~61%'로 확정한 것에 대한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특히 탄소배출이 많을 수밖에 없는 철강·정유·화학 업계의 시름이 깊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철강·정유·화학 기업들은 대부분 2050년 넷제로(탄소순배출 0)를 목표로 잡고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진행하고 있다. 고열을 활용해야 해서 화석연료를 많이 써온 기업들이지만 '탈탄소'라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발맞추겠다는 의지를 적극 피력해왔다.
포스코는 '2030년 10%, 2035년 30%, 2040년 50% 감축에 이은 2050년 넷제로'의 비전을 갖고 있다. 2026년 광양제철소 대형 전기로(연산 250만톤) 가동, 2030년 수소환원제철 하이렉스(HyREX) 상용 기술 완성, CCUS(탄소포집활용저장) 활용 등 쓸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한다는 전략이다. 현대제철 역시 비슷한 방식으로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12% 줄이고,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기로 했다.
LG화학은 '2030년 탄소중립 성장, 2050년 넷제로'를 계획하고 있다. 여수공장 부생수소를 활용해 NCC(납사분해설비) 화석연료 사용을 절감하며 지난해까지 약 2만톤의 탄소를 감축했다. 영덕·영양 리파워링 풍력발전단지와 20년(연간 최대 615GWh) 규모의 PPA(전력구매계약)를 체결하는 등 에너지 전환에도 나섰다. SK이노베이션은 에너지 효율화, 연·원료 전환, 신재생에너지 확대, CCUS 등을 통해 2050년 쯤 넷제로를 달성하기로 했다.
기업들은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내년부터 적잖은 규모의 탄소배출권을 추가 구매해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의 4차계획(2026~2030년) 기간 NDC 목표인 '40% 감축'에는 못미치는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이 5년 동안 각 업계의 탄소배출권 추가 수요량은 △철강(2개사) 5142만톤 △정유(6개사) 1912만톤 △석유화학(2개사) 1029만톤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배출권 가격은 현재 톤당 1만원대이지만, 내년에는 2만원대, 수년 내에는 5만원대까지 오를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며 "매년 수 천억원 대의 부담이 증가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NDC 목표가 정부의 결정대로 '2035년 53~61%'까지 상승할 경우 기업이 탄소배출권에만 '조 단위' 예산을 써야 하는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한 대기업 입원은 "'기업이 탄소감축 노력을 더 하면 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탄소감축의 열쇠를 쥔 기술인 수소환원제철, CCUS, 그린 수소, SMR(소형모듈원자로) 등의 본격적 상용화 시점이 2030년 이후이기 때문이다. '탄소감축 부담 증폭→공장 가동률 감소→기업 생산량 감소→경기 침체'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도 있다. 철강·정유·화학이 '산업의 쌀' 격임을 고려할 때 이 여파는 경제 구조 전역으로 미칠 수밖에 없다.
독자들의 PICK!
대한상공회의소 등 14개 재계·경제계 단체는 정부의 NDC 결정에 대해 "감축 부담이 큰 업종에 대해서는 세제·금융 지원과 무탄소에너지 공급 인프라 확충 등 실질적 지원책을 신속히 마련해야 할 것"이라며 "조속한 혁신기술의 개발과 상용화를 위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