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숙하게 박스 나르고 계단도 뚜벅뚜벅…내 옆자리 '강철신입'

능숙하게 박스 나르고 계단도 뚜벅뚜벅…내 옆자리 '강철신입'

뉴욕=심재현 특파원, 베이징(중국)=안정준 특파원, 최태범 기자, 김진현 기자, 고석용 기자
2026.01.30 08:30

[MT리포트]아틀라스 쇼크, 거부할 수 없는 미래(中)

[편집자주] 현대자동차그룹이 일자리를 대체할 수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아틀라스) 투입을 공식화하면서 노동조합의 반발이 심상치 않다. 그러나 과거 러다이트(기계 파괴) 운동이 산업화를 막지 못했듯 '로봇의 시대'라는 파도를 거스를 순 없다. 일상을 파고들고 있는 휴머노이드와 노동자의 미래를 짚어봤다.

강철신입, 박스 나르고 배터리 배열...테슬라 로봇, 연구실 떠나 공장 출근

/테슬라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 동영상 캡쳐.
/테슬라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 동영상 캡쳐.

#미국 테슬라 기가팩토리. 작업복을 입은 직원이 부품을 옮기는 사이로 사람처럼 생긴 휴머노이드 로봇이 두 팔로 박스를 집어 들고 몇 걸음 이동한다. 손가락으로 배터리 셀을 집어 배열하는 모습도 보인다. 완벽하진 않지만 꽤 능숙해 보이는 이 로봇은 테슬라가 영상으로 공개한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다.

테슬라는 이르면 다음달부터 미국 텍사스 오스틴 공장에서 옵티머스 훈련을 시작할 계획이다. 실제 공장에 배치해 작업을 시키기 전에 일종의 '견습사원'으로 업무를 가르치는 것이다. 옵티머스는 현재 부품 운반이나 단순 반복 작업처럼 난도가 낮은 업무를 수행하면서 작업자의 동작을 영상 데이터로 수집해 스스로 학습하고 있다.

업계에선 연구실이 아닌 공장에서 데이터 축적이 시작됐다는 데 주목한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최고경영자)는 지난 22일 세계경제포럼에서 "옵티머스가 이미 공장 내 단순 작업에 일부 활용되고 있다"며 "올해 말에는 더 복잡한 작업을 수행하고 내년에는 일반 소비자에게도 판매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로봇 견습사원 출근 시작"…시제품 넘어 '현장검증'

테슬라는 옵티머스를 노동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대안으로 접근한다. 인건비 상승, 제조업 인력 부족, 고령화의 해법이 휴머노이드 로봇이라는 계산이 깔려 있다.

고정된 자리에서 반복 작업만 수행하던 기존 산업용 로봇과 달리 옵티머스는 사람이 작업하는 공간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계단, 통로, 작업대 등을 다시 만들지 않아도 투입할 수 있다. 테슬라는 옵티머스가 공장 현장에서 사람의 작업 영상을 직접 수집해 학습하도록 했다. 실제 양산 환경에서 바로 쓸 수 있는 로봇을 만들겠다는 의도가 분명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옵티머스의 진전은 속도 면에서도 눈에 띈다. 테슬라가 2021년 콘셉트 제품을 발표했을 당시만 해도 회의적인 시선이 많았다. 최근 공개된 영상에서는 자율 보행, 물체 인식, 충전 스테이션 접근 등 기본적인 작업 흐름을 스스로 수행하는 모습이 확인된다.

업계에서는 이를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의 분기점으로 본다. 이미 "할 수 있느냐"의 차원을 넘어 "언제, 얼마나 빨리 현장에 확산되느냐"의 단계로 넘어갔다는 평가다. 게다가 경쟁은 이미 글로벌 양상이다. 미국에선 앱트로닉, 피규어AI 등이 제조 현장 투입을 목표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고 중국과 유럽에서도 시장 선점을 노린다. 생산인력 수요는 많지만 공급이 부족한 제조업 공장이나 물류센터, 건설 현장이 1차 목표 시장으로 꼽힌다.

◆ 기술과제 시간문제…연구실 넘어섰다

완전 자율 작업까지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주변 환경을 실시간으로 인지해 판단해야 하고 계단이나 경사로, 좁은 통로 같은 작업 환경에서 넘어지지 않고 안정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작업 순서를 파악하고 오류에도 스스로 대응해야 하고 사람과 협업하는 과정에서 안전을 유지하는 능력도 필요하다.

노동계를 포함해 휴머노이드 로봇의 생산현장 투입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사회 분위기도 풀어야 할 과제다. 다만 노동시장의 이런 경직된 구조가 역설적으로 휴머노이드 로봇 도입을 앞당기는 요인이라는 분석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은 휴머노이드 로봇의 생산현장 투입은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말한다. 옵티머스가 공장에 들어선 장면은 이미 시작된 변화를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미국 오리건주에 본사를 둔 어질리티 로보틱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디짓'은 글로벌 물류 아웃소싱 기업 GXO 창고에서 30만건의 물품을 옮기면서 실전에서 '일하는 로봇'으로 인정받고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을 둘러싼 경쟁은 이제 연구실이 아니라 생산라인 위에서 벌어지고 있다. 어질리터 로보틱스의 페기 존스 CEO는 "휴머노이드 로봇은 과거의 '미래 기술'이 아니라 실제 현장에서 일하면서 수익을 내는 단계에 도달했다"며 "로봇이 물류센터에서 실질적 작업을 수행하며 사실상 산업 환경을 겨냥하고 있는 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워싱턴 로이터=뉴스1) 우동명 기자 =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2025년 5월21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의 정상 회담에 참석을 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워싱턴 로이터=뉴스1) 우동명 기자 =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2025년 5월21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의 정상 회담에 참석을 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불 꺼진 공장, 1초에 1대씩 착착 찍어낸다…거침없는 中 '로봇 견습공'
중국 산업용 로봇 신규 설치대수 추이/그래픽=이지혜
중국 산업용 로봇 신규 설치대수 추이/그래픽=이지혜

#중국 휴머노이드 기업 유비테크의 '워커 S' 모델은 2024년 중국 전기차 브랜드 지커, 니오 공장에 잇따라 투입됐다. 자재 운반과 적재 등 비교적 단순업무 외에 도어락 검사, 안전벨트 검사 등 보다 난이도 높은 품질검사 업무에 도전했다. 이것이 실전투입 전 데이터 축적용이었다면 아예 생산 현장에서 일하며 숙련도를 끌어올리는 이른바 '견습공 로봇'도 등장했다. 국가 전체가 로봇화 과정으로 거침없이 질주하는 '차이나 로보틱스(China Robotics)'의 현주소다.

중국은 로봇의 산업현장 침투 속도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국가로 평가된다. 중국 전역의 공장에서 운용 중인 산업용 로봇은 총 202만7000대로 세계 1위다. 국제로봇연맹(IFR)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중국의 산업용 로봇 신규 설치대수는 29만5000대로 전세계 신규 설치량의 54%를 차지했다.

사람이 없어 조명이 필요없는 이른바 '다크 팩토리'도 속속 들어선다. 2023년 가동을 시작한 샤오미 창핑 공장이 대표적이다. 로봇과 자동화 설비가 24시간 멈추지 않고 스마트폰을 1초에 1대씩 찍어낸다.

◆ 10년 준비, 거침없는 '차이나 로보틱스'

중국은 이 같은 계획을 10년 전부터 차근차근 준비했다. 2025년까지 제조강국 대열에 들어서기 위해 2015년 마련한 '중국제조 2025' 전략을 통해 제조업 고도화의 핵심으로 '산업로봇·스마트 생산'을 제시했다. 2016년 로봇의 국산화와 산업현장 보급을 동시에 추진하는 1차 로드맵을 내놨고 '제14차 5개년 계획(2021~2025)'에선 로봇제조를 5년간 중점 추진할 핵심 산업 과제로 격상시켰다.

'차이나 로보틱스'의 다음 목표는 인간의 모습을 한 '휴머노이드 로봇'의 산업현장 확산이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정해진 구역 안에서 단순 작업을 반복하는 로봇팔 등 일반 로봇과 달리 현장 공정을 바꾸지 않고 사람이 일하던 공간에 그대로 투입할 수 있다. AI(인공지능)의 적용으로 작업 환경을 인식해 즉석에서 판단을 내릴 수 있으며 다기능 손을 통해 비교적 섬세한 작업도 가능하다. 사람이 하던 일을 그대로 맡길 수 있는 셈이다.

중국 공신부(공업정보화부)는 2023년 '휴머노이드 로봇 혁신발전 지도 의견'을 냈다. 휴머노이드를 산업 전략으로 격상한 최초의 중앙정부 가이드라인이었다. 이를 통해 '대뇌(인지·결정), 소뇌(운동제어·협응), 사지(물리적 실행)'로 구성된 핵심 기술 로드맵을 내놨고 제조업 현장부터 휴머노이드 로봇을 적용할 것이란 점을 명확히 했다.

(상하이 AFP=뉴스1) = 18일 상하이 신국제엑스포센터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에서 한 남성이 지위안(Zhiyuan)사의 로봇(애지봇)과 셀카를 찍고 있다.
(상하이 AFP=뉴스1) = 18일 상하이 신국제엑스포센터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에서 한 남성이 지위안(Zhiyuan)사의 로봇(애지봇)과 셀카를 찍고 있다.

◆ 휴머노이드 현장 투입 가속화 전망

정부 계획이 수립되자 휴머노이드 로봇 스타트업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유비테크, 유니트리, 애지봇 등이 현재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을 대표하는 스타트업이다. 유니트리와 애지봇은 지난해 각각 5500대, 5168대 휴머노이드 로봇을 출하했으며 유비테크는 올해 1만대 양산체제를 갖추는게 목표다. 개별 스타트업의 연간 출하량 5000대 돌파는 휴머노이드 로봇 본격 양산 체제로 접어든 분기점이란게 중국 산업계 시각이다.

펑즈후이 애지봇 CTO는 "범용 휴머노이드로봇의 양산이 본격화되며 비용이 더 낮아지고 이는 다시 보급확대와 비용감소의 선순환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자체 연구·개발, 국내 공급망 협업 등을 통해 이미 핵심부품 국산화를 이뤄 고가의 수입부품에 대한 의존도를 크게 낮췄다는 것이다. 국가·지방 공동구축형 휴머노이드로봇혁신센터의 장레이 수석과학자는 "2018년 5만~6만위안이던 휴머노이드로봇의 전기식 관절 비용은 현재 500~600위안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앞서 전기차 공장에 실험적으로 투입된 '워커 S' 작업 효율은 인간의 50% 수준에도 못 미쳤다. 그럼에도 데이터 축적 목적을 고려하면 만족스런 결과란 반응이다. 또다른 중국 기업 애지봇은 휴머노이드 로봇을 스마트폰·태블릿PC ODM(제조자개발생산)기업 룽치커지의 생산라인에 투입했다. 이 '휴머노이드 견습공'은 실기강화학습 방식을 채택했다. 실기강화학습은 AI를 통해 로봇이 작업 현장에서 스스로 동작을 최적화하는 훈련 방식이다. 통제된 가상 시뮬레이션 환경에서 학습한 뒤 현장에 투입하는 기존 방식에서 한 단계 진화한 것이다.

로봇이 산업현장에서 빠른 속도로 인간을 대체하지만 노동자들의 반발은 찾아보기 어렵다. 노조 활동의 제도·문화가 서구 선진국과 달라서다. 이런 가운데 중국 정부는 로봇 제조와 로봇의 전면적 산업현장 투입을 중장기 국가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중국 로봇의 산업현장 침투 속도가 가팔라질 전망이다.

'중기 인력난 해소' 로봇벤처의 고민…"중국산에 다 뺏길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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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13일 오후 경기 안산시 한양대 ERIC캠퍼스 창업보육센터에 소재한 에이로봇을 방문해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 과정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산업통상부 제공, 뉴스1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13일 오후 경기 안산시 한양대 ERIC캠퍼스 창업보육센터에 소재한 에이로봇을 방문해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 과정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산업통상부 제공, 뉴스1

현대차그룹의 '아틀라스' 투입 계획에 대한 현대자동차 노조의 반발이 거센 가운데, 국내 휴머노이드 로봇 벤처·스타트업들은 휴머노이드 로봇의 생산 현장 적용을 노동력 '대체'보다 '보완'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당장 사람이 없어 가동이 중단될 위기에 처한 중소 제조공장이나 사고위험이 높고 반복 작업이 많은 작업 현장을 중심으로 휴머노이드 로봇을 공급하는데 초첨을 맞추고 있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벤처·스타트업들이 개발하는 휴머노이드 로봇들은 대부분 단순 반복 노동을 지원하는 데 중점을 두고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국내 대표적인 휴머노이드 로봇 스타트업인 에이로봇은 제조·조선·건설 등 산업현장에서 이뤄지는 위험하고 반복적인 작업(화재 감시, 자재 운반, 좁은 공간 용접 등)을 수행할 로봇 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관련 기업들과 PoC(기술검증)를 진행 중이다.

홀리데이로보틱스도 자체 설계한 고감도 로봇손·촉각센서를 중심으로 △물류센터 피킹·패킹 △제조라인의 장비 조작·단순 조립 △사람과 협업하는 공정 등 제조업 육체노동을 보완하는 데 중점을 두고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이들 벤처·스타트업은 휴머노이드 로봇의 노동 대체 이슈보다 '로봇굴기'를 내세운 중국의 공세를 더 시급한 문제로 꼽고 있다.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산 휴머노이드 로봇의 국내 시장 침투에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미 국내 식당가에 보급된 서비스 로봇의 경우 60% 이상을 중국산이 점령한 상태"라며 "이대로라면 제조 현장에 투입될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도 빼앗길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로봇천재' 공학자로 유명한 한재권 한양대 교수 겸 에이로봇 CTO(최고기술책임자)도 "휴머노이드 로봇의 핵심 논쟁점은 저가의 중국산 휴머노이드를 어떻게 경계할 것인가 하는 것"이라며 "통상환경에 저촉되지 않으면서 국산 로봇을 지원해줄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AI, 센서, 정밀 제어, 신소재 기술이 집약된 '미래산업의 결정체'일뿐 아니라 국방·공공안전 등 모든 업무 환경에 투입될 수 있는 만큼 타국 제품 의존 시 미래산업의 주도권을 넘겨주는 것을 넘어 데이터 유출과 안보 위험도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정부가 국내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 육성을 위해 단순한 R&D(연구개발) 지원 확대를 넘어 보다 실질적인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고유흠 한국지식재산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휴머노이드 로봇은 막대한 초기 R&D 비용과 장기간의 투자가 필요하므로 기업의 개발 리스크를 분담하기 위해서는 IP(지식재산권) 중심의 세제 및 금융지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처럼 우리나라도 로봇산업 지원을 위한 특별 프로젝트 펀드를 구성해 핵심 기술 R&D와 사업화를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문구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책임연구원은 "국내 로봇 소재·부품·장비 산업 육성을 통해 핵심 구동계의 고정밀·고신뢰성 기술을 확보하고, 국가 인증체계 구축과 함께 국제표준화 활동을 강화해 기술표준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VC(벤처캐피탈) 업계는 현대차 노조의 강한 저항에도 불구하고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 유망 기업에 대한 투자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외식 매장의 키오스크·서빙로봇 도입처럼 휴머노이드는 산업화 과정의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VC 업계 관계자는 "어떤 산업이든 기존 직군의 반발은 있을 수밖에 없다"며 "휴머노이드의 경우 기업들이 비용 효율화 측면에서 관심이 높고, 내부 반발을 피하면서 활용할 방법이 많아 어떻게든 도입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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