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의 아버지' 김정호 카이스트 교수, 연구성과 발표
낸드플래시 수직 적층 구조
AI추론 위한 메모리 효율 ↑
업계, 내년 시장 첫출시 전망
글로벌 빅테크사 확보 관건

"2038년에는 HBF(고대역폭낸드플래시) 비중이 HBM(고대역폭메모리)보다 커질 겁니다."
김정호 KAIST(카이스트) 전기·전자공학부 교수(사진)는 3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HBF 기술개발 전략 설명회'를 열어 이같은 내용의 연구성과를 발표했다. 김 교수는 HBM의 기본구조를 창안한 인물로 'HBM의 아버지'로 불린다. 현재 HBM에 이어 '메모리 병목'을 해결할 핵심기술로 HBF에 주목한다.
HBF는 낸드플래시를 수직으로 적층해 만든 새로운 메모리 아키텍처다. 전원이 차단되면 데이터가 사라지는 D램과 달리 낸드플래시는 전원이 꺼진 뒤에도 데이터를 유지한다. AI(인공지능) 학습과 추론과정에서 처리해야 할 데이터양이 급격히 늘면서 메모리 용량을 확대할 수 있는 HBF의 중요성도 커질 것이란 전망이다.
김 교수는 "AI는 실시간 자료뿐 아니라 기존에 저장된 정보를 가지고 평생 학습하는데 그럼 메모리 수요가 증가할 수밖에 없다"며 "이로 인해 데이터 저장공간이 중요해지면서 낸드플래시 등 '콜드데이터' 회사가 성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AI데이터센터의 저장공간 수요가 커지면서 낸드플래시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지난해 초만 해도 공급과잉으로 가격약세가 이어졌지만 AI 서버용 수요가 빠르게 늘면서 시장 분위기가 반전됐다.
김 교수는 앞으로 GPU(그래픽처리장치)보다 메모리가 더 중요한 시대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GPU 혁신의 한계가 분명하다는 진단이다. 그는 "AMD의 차세대 AI 가속기 'MI445X'에는 GPU 2개가 붙어 있는데 GPU가 2개 이상 탑재되면 칩 간 통신기간이 길어져 오류가 난다"고 지적한 뒤 "GPU의 이노베이션(혁신)은 거의 끝났다고 본다. 대부분의 GPU 성능향상은 메모리에서 나왔다"고 강조했다.
다만 HBF는 아직 개발 초기단계에 머물러 있다. 김 교수는 GPU와 HBM 옆에 HBF를 함께 배치하는 구조를 제안했다. 그는 "HBM과 HBF를 모두 제작해 납품할 수 있는 곳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밖에 없다"며 "HBM이 데이터를 생성할 때 용량이 부족하면 HBF가 공급하는 역할인데 필요에 따라서는 GPU와 HBF가 바로 연결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HBF는 HBM과 유사한 구조를 활용해 개발속도 역시 더 빠를 것이란 분석도 내놨다. 김 교수는 "HBF는 TSV(실리콘관통전극) 구조와 본딩(열압착) 기술을 HBM과 동일하게 사용한다"며 "HBM이 3년 간격으로 새로운 세대가 나왔다면 HBF는 2년 간격으로 개발속도가 더 빠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메모리기업 역시 발 빠르게 관련 기술확보에 나섰다. SK하이닉스는 미국 샌디스크와 협력해 HBF 국제표준화를 추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내부적으로 HBF 독자개발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2027년쯤 첫 HBF 제품이 출시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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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교수는 상용화를 위해 '고객확보'가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는 "기술적으로 보면 HBM과 낸드기술의 결합이라 개발은 속도전이고 열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지가 관건"이라며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누가 써줄 것이냐'인데 글로벌 빅테크(대형 IT기업)에 HBF의 필요성을 어떻게 납득시킬지가 핵심"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