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이 만든 태양광발전소..서울 한 마을의 에너지전환 주목[넷제로케이스스터디]

학생이 만든 태양광발전소..서울 한 마을의 에너지전환 주목[넷제로케이스스터디]

권다희 기자
2026.02.21 07:50

<8>서울 동작구 에너지전환 마을 '성대골'..주민 주도로 15년간 에너지전환 활동
어린이집·경로당·상가서 태양광 발전..인근 중학교 학생·교사·주민 협동조합모델로 발전소 운영
지역 전기 소비 감소·에너지효율 제고 성과

[편집자주] 녹색전환·탄소배출 저감은 거대한 과제이지만 동시에 할 수 있는 데에서부터 구체적으로 풀어가야 할 숙제이기도 합니다. 머니투데이가 탄소배출 저감과 에너지전환을 향해 가는 '현재 진행형' 사례들을 매주 소개합니다.
서울 동작구 소재 국사봉중학교 건물 옥상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사진제공=김소영 마을닷살림협동조합 대표
서울 동작구 소재 국사봉중학교 건물 옥상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사진제공=김소영 마을닷살림협동조합 대표

서울 동작구 상도동 국사봉중학교 옥상에서는 햇빛이 비칠 때마다 태양광 패널에서 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 이 설비의 주인은 외부 발전사업자가 아닌 학생·학부모·교사·동네 주민들이 출자해 만든 사회적협동조합(이하 협동조합)이다.

학교 내 태양광 발전소…공동체 운영으로 교육효과

서울시 태양광발전사업 자료에 따르면 해당 설비의 정식 명칭은 '국사봉중학교 협동조합 햇빛발전소'다. 설치 용량은 33킬로와트(kW), 2018년 12월 준공됐다. 학교 옥상에 태양광을 설치한 사례가 적지 않지만 학교 공동체와 지역 주민이 직접 설비를 소유·운영하는 구조는 국내에서도 드물다.

사업비 약 5600만원도 외부 투자 대신 교직원 출자와 학부모들의 일일찻집 수익금, 학교 협동조합 수익금, 학생들의 모의 창업 활동 수익금 등을 모아 마련했다. 설비 설치부터 운영까지 학교 구성원이 참여한 셈이다.

이 협동조합의 특징은 발전 설비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설립 준비 과정에서 학생·학부모·교사·주민이 함께 의사결정 구조를 만들었고, 학생 이사도 포함됐다. 태양광은 발전 설비이자 교육 과정의 일부다.

학교 내 매점과 북카페 역시 협동조합이 운영한다. 발전소에서 발생한 REC(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를 판매하는 등 생산된 에너지의 경제적 가치도 직접 관리한다. 이 모델은 교육부 공모전에서 우수 사례로 선정되기도 했다.

사진제공 = 김소영 대표
사진제공 = 김소영 대표

정책 아닌 주민이 만든 에너지전환 마을

국사봉중학교 햇빛발전소는 성대골 에너지전환마을 활동의 결실 중 하나다. 성대골은 동작구 상도3동·4동 성대시장을 중심으로 걸쳐 있다. 행정구역과 다르게 생활권 중심으로 붙은 '마을' 이름이다.

성대골 전환마을 대표이자 상도3동 주민인 김소영씨가 2010년 자녀들의 교육 관련 필요로 몇몇 주민들이 모여 설립한 어린이도서관 이름을 '성대골 어린이도서관'으로 지었고, 이 어린이도서관 설립 모임이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난 2011년을 기점으로 성대골 에너지전환 운동으로 이어졌다.

주민들은 에너지 절약을 넘어 에너지 생산 방식 자체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이후 2012년 서울시 에너지자립마을에 공모로 선정되면서 더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 핵심은 정책 사업이 아닌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로 이뤄졌다는 것이다. 2014년 에너지자립마을 사업이 종료됐지만 아직까지 활동이 이어지고 있는 배경이다.

마을 인근 국사봉중학교와의 인연은 2011년부터 1년간 환경 동아리를 운영한게 발단이 됐다. 이후 매년 이 학교에서 2학년을 대상으로 주1회 기후변화 관련 수업을 진행해왔다. 2016년부터는 국사봉중학교 모든 학년에서 기후위기와 연계하는 교육이 교사의 선택으로 실시됐다. 2017년부터 9년간 국사봉중학교에서 관련 활동을 지도해 온 최소옥 교사는 "아이들의 교육이 삶과 직접적으로 연관됐으면 하는 구성원들의 합의가 성대골과 연계한 활동으로 이어졌다"며 "특정 과목이나 학년에 국한하지 않고 교과과정 속에서 융합돼 교육이 이어질 수 있도록 구성해 왔다"고 설명했다.

서울 동작구 상도동 성대시장 인근, 성대골 전환센터로 운영되는 대륙서점/사진=권다희 기자
서울 동작구 상도동 성대시장 인근, 성대골 전환센터로 운영되는 대륙서점/사진=권다희 기자
어린이집·경로당·시장상가에도 태양광

약 15년간 진행돼온 성대골 에너지전환 활동은 국사봉중학교 협동조합 외에 다양한 갈래로 뻗어나갔다. 대표적인 성과는 마을 전반으로 확산된 절전소 운동이다. 2012년 한해 70가구가 참여한 이 운동으로 인해 이 지역에서 3만5000킬로와트시(kWh)의 전기를 덜 쓰게 됐다. 성대시장 상가 약 160곳도 힘을 보탰다. 녹색연합 분석 결과를 기록한 성대골 내부 자료에 따르면 2010년 대비 2013년 상도3동·상도4동의 1인당 전기사용량은 각각 4.3%, 2.8% 감소했는데, 같은 기간 동작구 1인당 전기 사용량이 4.5% 증가한 것과 대조적이었다. 지역 에너지 교육도 확대됐다. 국사봉중학교와 동아리를 만든 것에 더해 인근 20여개 학교에서 특강이 이뤄졌다.

2014년에는 마을 에너지 효율화 사업 등을 실행하기 위해 마을 기업 '마을닷살림'이 만들어졌다. 마을닷살림의 공간인 '에너지슈퍼마켙'도 등장했다. 에너지 절약이 가능한 제품들을 구매할 수 있도록 만든 상점으로, 2015년에는 온라인쇼핑몰로 확장됐다. 이 외 태양광 발전사업을 본격적으로 하기 위한 성대골 에너지협동조합, 에너지 그린케어 협동조합 등 마을 주민들로 구성된 협동조합 결성도 잇따랐다.

2018년에는 동네 어린이집 3곳과 상도3동 경로당을 포함한 마을 곳곳에 태양광 패널도 설치됐다. 성대시장 상인회 회원의 상가 40%도 옥상 태양광을 설치했다. 단열창 등을 달아 에너지효율도 높였다. 태양광 패널을 단 기관들은 전기료 절감 효과를 얻었다. 마침 그 해에는 한반도에 역대 가장 강한 폭염이 찾아왔다. 주민들이 태양광 패널 설치와 에너지효율 제고의 효과를 더 강력하게 체감하게 된 셈이다.

김소영 대표/사진=권다희 기자
김소영 대표/사진=권다희 기자
메가시티 속 마을 단위 에너지전환 시도

성대골의 다양한 활동은 세계적으로도 이목을 모았다. 지역 단위 에너지전환 활동을 직접 보기 위해 국외 인사들도 이곳을 찾았다. 2014년 데이비드 킹 영국 기후변화 특사가 왔고, 이듬해 대만 타이페이시 환경보호국 국장과 영국 브리스톨 시장도 각각 방문했다.

서울과 같은 메가시티에서 에너지 생산과 소유를 생활권 단위로 구현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서울시는 정책 차원에서 2012년 에너지자립마을을 공모해 당시 성대골을 포함한 7개 마을을 선정했고 매년 사업을 늘렸다. 하지만 성대골처럼 서울시 지원 종료 이후에도 협동조합 기반으로 활동을 지속하는 경우는 매우 드문게 사실이다.

특히 대도시의 '마을 단위' 에너지전환은 여전히 어려운 숙제다. 도시의 삶이 주거지 보다 출퇴근 동선 중심으로 짜여지는데다 자녀 돌봄 등에 대한 필요를 느끼기 전까지 '동네'가 필요하다는 인식조차 하기 어려운 생활 방식도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요인 중 하나다. 여기에 서울은 통상 '에너지 소비 도시'로 분류된다. 발전은 외부에서 돌아가고, 도시는 전력을 사용하는 곳이라는 인식이 일반적이다. 김소영 대표는 "서울 같은 대도시가 에너지를 소비하는 곳으로만 여겨져서는 안 된다"며 "지속가능한 도시 '마을'의 에너지전환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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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다희 기자

안녕하세요. 산업1부 권다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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