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이동수단' 넘어 '전력 자산'으로…V2G 글로벌 상용화 경쟁

전기차 '이동수단' 넘어 '전력 자산'으로…V2G 글로벌 상용화 경쟁

강주헌 기자
2026.04.22 09:34
현대차그룹의 제주도 V2G 실증 서비스 현장에서 양방향으로 전력 주고 받는 전기차들. /사진제공=현대차그룹
현대차그룹의 제주도 V2G 실증 서비스 현장에서 양방향으로 전력 주고 받는 전기차들. /사진제공=현대차그룹

전기차를 이동 수단을 넘어 국가 에너지 시스템의 핵심 인프라로 활용하려는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과 영국, 미국, 일본, 네덜란드 등은 최근 전기차 배터리와 전력망을 연결해 양방향으로 전력을 주고받는 'V2G(Vehicle to Grid)' 기술을 통해 전기차를 '전력 자산'으로 육성하고 있다.

V2G는 전력 수요가 낮은 시간대에는 차량을 충전하고 수요가 집중되는 피크 시간대에는 배터리의 전력을 전력망에 공급해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기술이다. 이를 통해 전력망을 안정화하고 재생에너지의 경제성을 제고할 수 있으며 전기차 소유주는 충전 요금 감면이나 수익 창출 등 인센티브를 얻을 수 있다. 특히 태양광·풍력 등 발전량 변동이 큰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은 지역에서 전력 수급 불균형을 보완할 대안으로 주목받는다.

글로벌 주요국들은 상용화를 위한 제도 구축과 실증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영국은 에너지 기업 '옥토퍼스 에너지'를 통해 리스와 충전기 설치, 요금제를 결합한 V2G 패키지를 출시하며 소비자 진입 장벽을 낮췄다. 충전 요금 전액 감면 등 맞춤형 혜택을 통해 소유주들의 활발한 참여를 이끌어내며 상용화에 앞서가고 있다는 평가다. 네덜란드는 위트레흐트시에서 유럽 최초의 도시 단위 V2G 생태계인 '위트레흐트 에너자이즈드' 프로젝트를 운영, 건물 태양광 패널의 잉여 전력을 전기차 배터리에 저장하고 실시간으로 관리하는 모델을 구축했다.

미국과 일본은 재난 대응 차원에서 V2G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정전 상황 발생 시 전기차를 통해 지역 전력을 신속히 복구하는 검증을 진행 중이다. 2035년경 보급될 전기차로 모든 가정에 3일간 전기를 공급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도출했다. 일본은 동일본 대지진 이후 V2G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최근 노토 지진 당시에도 전기차를 투입해 피난소와 병원에 비상 전력을 공급하는 등 핵심 인프라로 육성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실증 서비스를 선도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12월부터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은 제주도에서 아이오닉 9과 EV9 등 55대의 차량을 활용해 전력망 연계 안정성을 검증하고 있다. 태양광·풍력 발전 등 재생 에너지 비중이 높은 제주도는 전기차 배터리를 활용한 잉여 전력의 저장·공급 등 V2G 기술 적용을 위한 최적의 환경을 갖춘 곳으로 평가받는다.

V2G 상용화를 위한 제도 정비도 속도를 내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주도로 출범한 'V2G 민·관 협의체'에서는 중앙·지방정부와 전력 기관, 자동차·ICT(정보통신기술) 기업, 학계 등이 참여해 요금제와 정산·보상 방식, 법령 개선, 기술 표준 등을 포괄하는 중장기 로드맵을 논의하고 있다.

현행 제도상 전기차는 전력시장 참여 주체나 '분산 에너지 자원'으로 명확히 규정돼 있지 않다. 전력을 전력망에 공급하더라도 이를 공식적으로 인정할 법적 근거가 부족한 셈이다. 또 누가 전력 거래에 참여할 수 있는지, 전력 공급 대가는 어떻게 산정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 마련도 과제로 남아있다.

산업계 관계자는 "시범 서비스와 병행해 제도 설계 구체화 작업의 속도를 높여야 국내에서 V2G 상용화가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V2G가 상용화되면 전기차 전환 가속화는 물론 국가 차원의 에너지 전략 자산 확충의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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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주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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