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키 업계 내 진흙탕 싸움이 점입가경이다. 연대의식 없기로 알려진 위스키 시장이지만, 최근 그 도를 넘어섰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국내 토종 위스키업체이자 업계 2위인 골든블루는 지난 19일 자사 주력제품인 '골든블루 사피루스'로 국내 위스키 판매량 1위를 차지했다고 주장했다. 골든블루 사피루스가 올해 9월 누계 기준 17만6584상자(1상자=9리터)를 판매해 원래 1위였던 디아지오코리아의 '윈저12'(13만6640상자)를 누르고 1위가 됐다는 주장이다.
수치만 보면 맞는 내용이다. 그러나 업계 특성을 고려하면 골든블루의 이 같은 행태는 업계 상도의를 저버렸다는 지적이다. 일단 무연산 위스키를 12년산 위스키와 비교한 집계 방식을 차치하더라도, 매출이 급증하는 연말 성수기 판매량을 제외한 채 9월로만 기간을 한정해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에 대해 업계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암묵적 비보도를 전제로 각사 간 교환한 데이터를 1위 주장 근거로 쓴데다, 자사 성과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디아지오코리아를 가리켜 '수모를 당했다'고 표현한 부분도 비난받을 수 밖에 없다.
한편으론 이 같은 상황이 최근 국내 위스키 시장이 장기 불황을 겪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여 내심 씁쓸하다.
시장을 확대하는 것이 한계점에 다다른 상황에서 '땅따먹기'식 영토 확장에 치중하다보니 1,2위 순위 경쟁이 치열해지고, 서로 생채기만 남을 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국내 위스키 시장은 2008년 284만상자(1상자=500㎖x18병)로 고점을 찍은 뒤 올해 9년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김영란법(부정청탁금지법), 홈술 트렌드 등에 큰 영향을 받은 탓이다. 올 상반기 판매량은 지난해 동기보다 4.3% 줄어 올해 연간 시장 규모는 160만상자도 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시장 상황이 어렵다고 해서 상호 비방하고, 순위 다툼에 열정을 소모하는 모습은 오히려 소비자 외면을 부추길 수 있다. 업계가 힘을 합쳐 위스키 시장 부활을 위해 함께 머리를 맞대는 동반자적인 관계를 회복하길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