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간 탄핵과 조기 대선 여파로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서 고전해온 식품·유통·화장품업계는 차기 정권에서 해결해야 할 우선 과제로 내수 부양을 꼽았다. 고환율과 원가 부담, 소비 위축의 삼중고 속에서 해외 시장으로 무대를 넓히며 돌파구를 마련해왔지만 해외 성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다. 이를 위해 시대의 변화를 반영한 현실적인 규제 개선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식품업계 "해외 성장으론 역부족, 비용 줄이도록 지원해야"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식품업계는 새 정부 출범 이후 소비 심리가 회복되길 기대한다. 세계적인 K푸드 열풍에 힘입어 해외로 무대를 넓히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수익성을 개선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다. 한 업체 관계자는 "해외 사업이 성장세라고 해도 내수가 뒷받침돼야 한다"며 "새 정부가 들어서면 소비심리 회복이 먼저 이뤄져야 수익성 개선 등을 기대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실제 국내 주요 식품사들은 올해 1분기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소비가 위축된 상황에서 원·달러 상승까지 겹치며 원가 부담이 커진 탓이다. 업계 1위 CJ제일제당(185,900원 ▲2,700 +1.47%)은 자회사 CJ대한통운(69,700원 ▲600 +0.87%) 제외 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8%, 7.8% 줄었다. 이중 식품사업 영업익은 30%나 감소했다.
식품업계는 어려워진 내수 경기 속에서 기업이 경영상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업계 관계자는 "인건비·전기료 등 고정비용 상승을 비롯해 환율과 관세, 전쟁과 기후 위기로 인한 수입 원부자재 조달 비용 상승은 기업의 이익 감소로 연결된다"며 "이는 중장기적으로 여러 투자 계획의 축소나 취소를 야기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기업 경영에 부담되는 국내·외 비용 증가 요인을 정부와 업계가 심도 있게 논의한다면 현실적 개선책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환율 불안·고관세 등 대외 변수에 대응하기 위해 민관 협의체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예측 불가능한 상호 관세정책과 환율 등락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고 공동 연구개발(R&D)을 추진할 수 있는 민관산학 협의체 운영도 필요해 보인다"면서 "기업들이 반도체와 인공지능(AI) 연구 등 이종 산업간 협업이나 K푸드 수출에 대해 공동으로 논의할 수 있는 자리가 있다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27일 서울 중구 명동에 위치한 화장품 매장을 찾은 외국인 여행객들이 화장품을 살펴보고 있다. 2025.05.27. jhope@newsis.com /사진=정병혁](https://thumb.mt.co.kr/cdn-cgi/image/f=avif/21/2025/06/2025060309153876349_2.jpg)
유통업계 "경계 사라진 온·오프, 낡은 규제 탈피 시급"
유통업계도 소비 심리가 얼어붙으면서 혹한기를 견뎌온 만큼 새 정부에서는 산업의 성장을 저해해온 규제들이 개선되길 기대하고 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고환율·고물가 장기화하고 탄핵 정국 등 여러 외부적인 변화가 많았던 만큼 차기 정부에서는 이러한 문제가 해소될 수 있게 더 나은 유통 환경을 만드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며 "배송 규제 완화와 영업시간 규제 완화 의무휴업 규제 완화 등 낡은 법안을 고쳐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독자들의 PICK
지금 19,277명 읽는 중
특히 2012년 도입된 개정 유통산업발전법은 개정이 시급하다는데 공감하는 분위기다. 유통법은 전통시장 상권 보호를 명목으로 대형마트 신규 출점 및 영업 규제를 강제해오고 있어서다. 한 이커머스(전자상거래) 관계자는 "국내 유통업은 온·오프라인의 경계가 사실상 사라진 상황인데 아직도 오프라인(대형마트) 중심의 규제를 골자로 하는 유통법이 온·오프라인 유통업체간 형평성을 해치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며 "유통 산업의 경쟁력 약화로 직결될 수 있는 만큼 현행 법령의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최근 해외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는 패션·화장품 기업들은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이를 뒷받침해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K패션 브랜드들이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C커머스(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과 보세 쇼핑몰 등을 중심으로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 복제 상품이 버젓이 유통되고 있지만 아무런 제재를 가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국내·외 가릴 것 없이 창작자의 노력을 깎아내리는 지적재산권 침해 사태에 적극적인 개입과 소비자 보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처음으로 수출액 102억 달러를 돌파하며 해외 무대로 사업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화장품업계도 수출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도록 정부가 외교 관계에 힘써달라고 당부했다. 한 화장품업체 관계자는 "K뷰티가 해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만큼 새 정부에서는 화장품산업이 지속 성장할 수 있도록 특정 국가에 편중되지 않는 외교 관계를 맺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