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비중 높은 일부 기업 제외, 해외 조달 원자재 비용 상승 부담 누적
고환율 장기화 기조에 내수 기업 '비용 효율화' 한계, 실적 악화 불가피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 중반까지 오르내리면서 국내 식품기업부터 중소·중견기업까지 곳곳에서 비명이 터지고 있다. 수출 비중이 높은 극소수 기업을 제외하면 매출의 대부분을 내수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해외로부터 조달하는 원자재 비용이 치솟자 사업을 접을 수도 있는 한계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기업들은 최근의 고환율 폭탄을 하반기 연쇄 실적 악화의 최대 도화선으로 지목하고 있다. 특히 커피, 카카오, 알루미늄 등 필수 원재료의 해외 의존도가 절대적인 상황에서 매출마저 내수에 의존하는 기업일수록 위기감이 더 커진다. 롯데웰푸드는 지난 1분기 분기보고서를 통해 원·달러 환율이 1분기 말 기준보다 10%만 상승해도 세전이익이 57억원 증발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현장에선 올해 초부터 고환율 기조가 이어지긴 했어도 환율이 1600원선까지 턱밑 추격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까진 예상하지 못했다는 분위기다. 통상적인 환헤지 대응 범위를 넘어섰다는 반응도 나온다. 달러 보유량을 늘리기도 부담이다. 운영 자금이 묶여 현금 흐름이 막히는 경영 리스크를 감수할 수 없어서다.
올해 초부터 번진 중동발 정세 불안으로 국제 유가와 해상 운임이 폭등한 데 이어 환율까지 오르자 기업들은 자구책도 찾지 못하는 형편이다. 대다수 기업들은 정부의 전방위적인 물가 안정 압박에 원가 상승분을 가격에 반영하지 못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버틸 수 있는 자구책이 바닥나 하반기에는 생존을 위해 전면적인 방향 수정을 고민할 수밖에 없는 처지"라며 "현재로선 품질 저하를 간신히 면할 수준의 저렴한 대체 원료를 쥐어짜거나 마케팅 비용을 대폭 덜어내는 것 외엔 대안이 없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