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세 끝을 조심했어야할 스트로스 칸

[광화문]세 끝을 조심했어야할 스트로스 칸

윤석민 국제경제부 부장
2011.07.05 07:35

도미니크 스트로스 칸 국제통화기금(IMF) 전 총재의 극적 반전이 흥미롭다. 당초 그에게 지워진 혐의는 범죄적 성행위, 성폭행 미수, 불법 감금, 성적 학대 등 모두 1급 중범죄만으로도 7건에 달한다. 이를 기준으로 하면 25년형은 너끈해 올해 62세인 스트로스 칸은 자칫 감옥에서 여생을 죄다 보낼 뻔했다.

비록 뉴욕검찰은 아직 7개 혐의에 대한 기소 입장을 유지하고 있지만 재판은 시간과 절차상의 문제일뿐 이미 ‘무효화’됐다는 것이 현지 법조안팎의 일관된 견해이다. 앞서 그의 보석없는 석방에 동의한 검찰조차 원고인 피해여성의 증언을 신뢰할 수 없으며 과거 망명신청서, 세금보고서 등에 기재된 내용도 모두 거짓으로 드러나는 등 ‘엉망진창이 됐다’고 시인했다.

이같은 반전은 사건 발생 당시부터 예견됐던 상황이다. 지난 5월 14일 사건의 장소인 뉴욕 맨해튼 소피텔 호텔 스위트룸에서는 도대체 어떤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원고와 피고간의 극명한 의견 대립속에 한가지 분명한 것은 양측간 성접촉이 있었다는 점이다. 호텔룸 카펫에서 발견된 정액은 스트로스 칸의 ‘외도’를 증명하는 명백한 증거이다. 핵심은 이제 관계가 합의에 의한 것인지, 강제에 의한 것이었는지 가리는 일만 남았다.

정황은 스트로스 칸편이다. 피해자의 증언대로라면 사건후 정신없이 휴대폰조차 놔두고 달아난 스트로스 칸은 서둘러 미국 탈출을 감행할 공항으로 향해야 했다. 하지만 실제 이날 체크아웃을 한 스트로스 칸은 맨해튼에서 딸과 느긋한 점심식사를 즐겼다.

또 검찰도 인정한 것처럼 피해자의 행적도 의문 투성이이다. 그는 ‘돈푼깨나 있는’ 노인네와의 관계에 대해 교도소에 있는 남자친구와 논의하고 ‘강제성’ 여부를 판가름 할 수 있는 성기훼손부분에 대해서도 망명전 기니에서 발생했던 고문 강간에 의한 것이라고 진술을 뒤집었다.

스트로스 칸이 ‘덫에 걸렸다’는 음모론은 처음부터 불거졌다. 소피텔 호텔이 프랑스 자금이며 피해 여성이 프랑스 식민지인 기니 출신인 점도 거대한 배후음해 세력의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스트로스 칸 스스로도 이를 예견해 왔다는 점에서 흥미를 더한다. 그는 사건이 있기 불과 보름전 진행된 프랑스 일간 리베라시옹 기자와의 비공개 인터뷰에서 "내년 대선을 앞두고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측으로부터 비열한 짓(low blow)을 당할까봐 걱정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당시 그가 꼽은 3가지 약점이 있다. 스트로스 칸은 자신이 대선에 나가는데 3개의 장애가 있는데 바로 "돈, 여자, 유대교"라고 말했다. 이어 "나는 여자를 사랑한다. 그래서?"라고 반문했는데 이번에 된통 당한 셈이다.

그의 언급처럼 음모는 프랑스 대선 정국과 맞물려 있다. 사건 발발전 그는 야당 사회당의 유력 대선 후보로서 각종 지지율 조사에서 사르코지 현 대통령을 압도해 왔다. 이에따라 내년 재선을 노리는 사르코지의 우파진영으로서는 정적에 대한 험집 내기가 필요했던 시점이다.

그 하나가 프랑스 보수언론들이 앞장선 ‘샴페인 좌파 이미지’ 구축 작업이다. 그의 호화주택과 고급스포츠카 포르쉐 사진이 지면을 장식하던 터에 사건이 터지자 하룻밤 수천달러에 달하는 초호화판 스위트룸에 혼자 묵었다는 등 타락한 프로렐타리아 수장의 면면이 크게 부각된 점도 예사롭지 않다.

나아가 보다 거대한 그림도 엿보인다. 세계금융권을 좌우하는 유대계 영향력에 대한 반발이다. 프랑스는 유럽내에서 유대인의 자유를 첫 인정한 국가이자 미국 다음으로 큰 디아스포라(유대생활권)이다. 그들의 영향력이 큰 만큼 자연 반대세력도 강성하다. 일전 천재적인 크리스천 디올의 수석 디자이너 존 갈리아노가 반유대계 발언으로 한 방에 날아간 것이 한 예이다. 극우적인 르펜의 국민당이 득세하는 곳도 프랑스이다. 이에따라 프랑스 국내적 이익과 결부된 국제 반유대세력의 공모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를 유추케 하는 대목이 스탠리 피셔 이스라엘 중앙은행 총재의 뜬금없는 IMF 총재 출마 선언이다. 올해 67세인 피셔의 도전은 65세 이하라는 후보인선조건마저 채우지 못한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예기치 않은 스트로스 칸의 공백에 당황한 유대자본의 몸부림일 지 모른다. 이 또한 음모론일수는 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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