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절세인가 회피인가

[MT시평]절세인가 회피인가

문형구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2012.05.03 0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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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1. 포춘지가 선정한 2012년 가장 존경받는 기업 1위는 작년에 이어 애플이 차지하였다. 애플은 혁신성과 재정건실성 그리고 사람관리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그리고 제품의 품질이나 국제적 경쟁력에서도 대단히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팍스콘과 같은 협력회사의 비윤리적 경영 문제로 인하여 지난 몇 년간 곤경에 처 했던 애플이 최근에는 세금을 적게 내기 위하여 불법은 아니지만 세법의 허점을 잘 이용하여 법인세를 너무 적게 내었다는 논란에 휩싸여 있다. 이런 논란을 감안하면 애플이 존경받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 부문에서는 10위권 밖이라는 점이 놀랄만한 것은 아니다.

장면 2. 한국능률협회 선정 한국의 존경받는 기업 1위이며 포춘지 선정 2012년 가장 존경받는 기업 34위인 삼성전자는 최근 국세청으로부터 최근 4700억원대의 추징금을 통고받아 납부하였다. 삼성전자가 탈세를 하였다는 국세청의 판단에 대해 삼성전자는 탈세가 아닌 절세이기 때문에 법리적 다툼을 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글로벌 강자인 이 두 기업이 세금을 절약한 방법은 대체로 법인세율이 낮은 국가 혹은 지역에서 이익이 발생한 것으로 처리하여 세금을 적게 내는 방법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애플과 삼성전자의 법인세 관련 논란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의 가장 기본적인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좁게 보는 사람들은 기업의 유일한 사회적 책임이 바로 이윤의 극대화 그리고 이를 통한 주주의 이익 확대, 고용의 창출과 세금납부를 통한 사회 기여일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 외의 다른 활동은 국가나 다른 단체가 하여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사실 기업의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인 사회적 책임은 고용을 창출하고 세금을 납부하는 것임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세금납부와 관련하여 어떻게 하는 것이 존경받는 기업으로서의 책임을 다 하는 것일까. 2007년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 등이 상속세로 3500억원 상당의 주식을 납부한 사실이 세간의 커다란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사실 법에 규정된 상속세를 납부하는 것이 신선함의 대상이 된다는 것은 놀라운 일지만, 대기업의 상속과 관련된 편법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점을 생각해 본다면 뉴스가 됐다는 사실이 우리 현실에선 이상할 것도 없다.

그렇다면 법을 잘 지키면서 법에 따른 세금만 납부하면 존경받는 기업이 혹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이 될 수 있을까. 몇 년 전 미국의 보잉사가 이익금을 국내로 반입하면 세금을 내어야 하기 때문에 외국에 쌓아 두고 미국 내로 반입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미국정부에는 세금을 거의 내지 않아 사회로부터 엄청난 비판을 받은 적이 있다. 법은 지켰으되 사회에 기여는 거의 하지 않은 전형적인 사례라 할 만하다.

따라서 사회로부터 진정으로 존경받으려면 기존 법의 한계를 넘어서서 사회에 책임을 다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워렌 버핏이 자신보다 훨씬 소득이 적은 자신의 비서가 세금부담이 더 크다는 것을 주목하면서, 이른바 `버핏룰`을 제안한 것은 기존 법을 넘어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려는 적극적인 자세라 볼 수 있다. 즉 자신에게 불리한 법을 바꾸려 하지 않고, 세법상의 허점도 공세적으로 활용하지 않는 기업이 진정으로 존경받는 기업으로 인정받을 것이다.

애플과 삼성전자의 사례처럼 세금을 가능한 줄이려는 기업들의 행동이 과연 사회적 책임의 범위 내에 있는 ‘절세’ (saving)인지 아니면 사회적 책임을 벗어나는 `세금의 회피'(avoidance)인지는 기업 경영자들은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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