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해' 나라 살림을 담은 예산안이 '새해' 첫 날, 회계연도 개시일을 넘겨 국회를 통과했다. 사상 초유의 일이다.
그나마 1일 새벽 6시에 예산안이 처리돼 실제 예산 집행에 차질이 발생한 것은 아니지만 사실상 준예산(임시 예산) 상황이었던 점은 분명하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10년 연속으로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12월2일) 약속을 지키지 않다 보니 이제는 넘어서는 안 될 선까지 넘은 꼴이 돼 버렸다.
하지만 여·야 모두 제대로 된 사과 한마디 없다. 민주통합당은 한 술 더 떠 1일 오전 원내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포퓰리즘 논란 끝에 통과된 일명 '택시법'을 포함한 '늑장처리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의 이러 저러한 성과를 자랑하기까지 했다.
이런 와중에도 여·야는 막판 사회간접자본(SOC)과 지방산업 등 의원들의 지역구 사업에 1조원 이상의 예산을 확보했다. 반면, 의료보험 예산 약 6000억 원과 안보·방위산업 분야 예산 약 4000억 원을 삭감했다. 사실 12월31일 오후 예산안 처리가 늦어지는데는 막판 이런 민원예산 조정도 한몫했다.
헌정 사상 처음, 해를 넘겨 예산안을 통과시켜 놓고도 몇 몇 의원들은 '000의원, 지역구 사업 예산 00억 원 확보' 등의 낯 뜨거운 보도자료를 보란 듯이 발표하기도 했다.
지역주민들이 당장은 좋아할지 모른다. 그러나 지역민들 역시 기본적인 약속도 중요하게 생각지 않는 그 정치인들에 대해 얼마나 신뢰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여·야와 보수·진보를 막론한 정치인들도 특히 자신들이 대선 기간 동안 입에 달고 다닌 '새 정치'를 국민들에게 보여줄 가장 좋은 첫 번째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는 점을 반성해야 한다.
왜 50%가 넘는 국민들이 정당정치를 외면한 채 대선을 앞두고 1년 넘게 당시 정치권 밖의 인사였던 '안철수'만 바라봤는지, 왜 대선이 끝나고도 미국에 있는 '안철수'의 일거수일투족에 정치인 자신들도 모르게 촉각을 곤두세워야만 하는지 복기해야 한다.
약속은 지키기 위해서 하는 것이다. 국민의 표를 먹고 사는 정치인이라면 더욱 그렇다. 국회가 계속 이런 식이라면 향후 4년도 '뻔'할 '뻔'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