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후안무치 日 정치권..우리의 과제는

[광화문]후안무치 日 정치권..우리의 과제는

오동희 산업1부 부장(재계팀장)
2013.05.03 08:13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23일 참의원(상원) 예산위원회에서 침략과 식민지 지배를 사죄한 소위 '무라야마 담화'를 부정해 일본 침략의 역사로 고통 받는 아시아 국가들에 또 한번 생채기를 남겼다.

또 '전쟁포기와 군대보유 금지'를 명시한 평화헌법 9조 개정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일본 정치권의 이 같은 망언에 대해 각국 언론들은 일본의 역사인식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고 나섰다.

워싱턴포스트는 '역사를 직시하지 못하는 능력'이라는 제목으로 아베 총리의 침략부인 발언을 비판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차 세계 대전을 누가 일으켰는지는 '지구가 태양을 돈다'는 사실처럼 이론의 여지가 없는데 아베만 새로운 해석을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이런 외부의 시선과 질타에 아랑곳하지 않고 아베는 "개헌과 관련 한국이나 중국의 반응은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후안무치한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다.

공자의 훈육과 관련된 일화에는 부끄러움을 모르는 인간들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공자가 제자들과 길을 가다가 대로 중앙에서 대변을 보는 사람을 보고, 못 본 척 그냥 지나친 뒤 다시 길을 가던 중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대로 옆으로 비켜나서 소변을 보는 사람을 꾸짖는 대목이다.

공자의 제자들이 대로 중앙에서 대변을 보는 사람은 그냥 둔 채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며 길가로 비켜나 소변을 보는 사람을 꾸짖느냐고 물었다. 공자는 "부끄러움을 아는 사람은 가르치면 깨우치지만 부끄러움조차 모르는 사람은 말로 가르쳐도 알아듣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일본 정치인들이 외신의 지적이 귀에 들어올 리 만무하다.

맹자 공손추 편에도 부끄러움을 모르는 것은 사람이 아니라는 말이 나온다.(無羞惡之心非人也). 부끄러움을 아는 것이 의로움(정의)의 근본이며, 이를 모르면 금수(짐승)와 같다고 했다.

제2차 세계대전 A급 전범용의자로 복역한 기시 노부스케(岸信介)를 외할아버지로 둔 아베(安倍晋三) 총리나 일제 강점기 조선인 강제징용 및 착취로 악명 높은 아소탄광의 창업주인 아소 다키치(麻生太吉)의 증손자인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이 부끄러움을 알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

이들이 이렇게 자신만만해 하는 것은 비록 중국에 밀려 세계 경제대국 3위로 내려 앉았지만 다시 일본 경제를 살리고, 군사력을 증강해 아시아의 패권국 자리를 차지하겠다는 야욕 때문이다.

이런 야욕을 드러낼 수 있는 힘은 경제력에 바탕을 두고 있다. 엔화약세 정책 기조를 미국으로부터 '용인받은' 이들은 일본 경제와 기업의 회복을 통해 다시 전열을 가다듬을 태세다.

'용과 춤을 추자'는 책을 펴낸 조영남 서울대 교수는 세계 패권국의 요건으로 경제력, 군사력, 소프트파워(문화, 정치이념, 가치 등)를 들었다. 일본은 이 가운데 경제력으로 세계 2위까지 올랐으나 군사력과 소프트파워는 갖지 못해 '경제동물'이라는 오명을 썼다고 소개하고 있다.

1945년 9월, 연합군이 일본점령기본방침(Post Surrender Policy For Japan)을 단행하면서 일본 군사력의 뿌리가 된 재벌해체를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는 점은 주목할 부분이다. 다시 전쟁을 일으키지 못하도록 '자금줄'을 끊겠다는 의지였다.

하지만 여전히 일본 기업들은 일본 정부와 한 몸이다. 일본의 경제가 살아나면 군사력을 키울 게 뻔하다. 그러기 위해서 엔화약세 등을 통해 자국 기업 살리기에 나서고 있다.

역사는 반복된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이들'은 반드시 대륙 진출을 꿈꿀 것이다. 이들의 군국주의를 저지할 수 있는 길은 우리의 경제력을 키우는 것이다. 지금 우리는 이를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되새겨볼 일이다.

오동희 산업1부 재계팀장(부장)
오동희 산업1부 재계팀장(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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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

'기자의 생명은 현장에 있다' 머니투데이 산업1부 선임기자(국장대우)입니다. 추천도서 John Rawls의 'A Theory of Just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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