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 독일 경제는 왜 강한가?

[MT시평] 독일 경제는 왜 강한가?

박종구 기자
2013.12.13 07:27
박종구 한국폴리텍대학 이사장
박종구 한국폴리텍대학 이사장

독일은 경상수지 흑자가 국내총생산(GDP)의 7%에 달하고 올해 9월에만 200억 유로의 흑자를 기록했다. 독일 경제는 왜 강한가.

중견기업 파베르 카스텔사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파베르 카스텔사는 1761년 창업한 가족 기업으로 세계 최대 연필 제조회사다. 다양한 색상의 연필 이외에 펜, 크레용, 지우개, 연필깎이, 미술도구를 생산한다.

작년 매출은 5억9000만 유로로 50% 정도를 유로 존 국가에 수출한다. 디자인과 제조 면에서 글로벌 선두주자의 지위를 수십 년째 유지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와 브라질에 자체 공장을 운영하고 있지만 독일 내 생산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안톤 볼프강 대표는 자국 생산을 중시하는 이유로 "제조 노하우 비결을 유지하고 생산과 디자인 부문의 긴밀한 협업이 촉진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메이드 인 저머니(Made in Germany)"란 브랜드 파워도 무시할 수 없다. 독일 경제의 히든 챔피언 미텔슈탄트의 성공 스토리다.

미텔슈탄트는 근로자 500인, 매출 5000만 유로 이하의 중소기업을 말한다. 고용과 생산, 수출을 각각 61%, 52%, 19%를 담당한다. 2012년 전 세계 2734개 강소기업 중 1307개가 독일 기업이다. 독일 통일 후 침체에 빠진 베를린 교외의 아들러스호프 지방은 중소기업 중심의 산학연 클러스터로 회생했다. 지구촌 많은 나라로부터 중소기업과 산학연 육성정책의 아이콘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탄탄한 기술력과 뛰어난 장인정신 그리고 정부의 적극적 지원책이 만들어낸 성공 모델이다.

미텔슈탄트의 성공 요인으론 뛰어난 기술력을 토대로 고품질·고가격 시장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한 점을 들 수 있다. 중국 등 신흥국의 대량생산을 통한 박리다매식 판매 전략을 지양하고 특화된 제품에 핵심 역량을 집중해 고부가가치를 창출했다. 생산 제품의 절반 이상을 수출하는 등 일찍부터 대외 지향적 생산 시스템을 구축했다. 아들러스호프 클러스터 사례처럼 연구개발, 기술혁신, 기능인력 양성 부문에서 연관 기업과 긴밀한 협업 체계를 구축함으로써 높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특히 핵심 제조기반 기술과 뿌리 기술에 대한 인력 양성 및 연구개발에 주력한 점을 주목해야 한다. 실리콘밸리의 구글과 페이스북, 트위터 같은 첨단 IT 기업은 부족할지 모르지만 바스프, 벤츠, 지멘스 같은 기술력이 뛰어난 제조업체가 즐비한 것이 독일 산업의 현주소다.

독일의 노동·사회복지 개혁이 독일을 경제 우등생으로 만드는데 크게 기여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롤프 마파엘 주한 독일 대사는 지난달 한 특강에서 "독일 근로자들이 7년 동안 임금동결을 감내했고 독일 정부도 국가부채를 줄이기 위해 긴축정책을 편 것이 개혁의 성공요인"이라고 역설했다. 슈뢰더 사민당 정부가 추진한 하르츠 입법과 어젠더 2010 개혁 덕분에 유럽 최고 수준의 임금이 동결돼 기업 경영에 숨통이 트였다. 실업급여 기간과 복지 혜택도 축소하는 등 과도한 사회복지 제도가 정비됐다. 법인세와 각종 분담금을 낮춰 기업 부담을 줄였다. 유연한 고용구조와 협력적 노사관계 덕분에 경기가 침체될 때 실업과 가계소득 감소에 따른 소비 둔화가 최소화 됐다. 독일의 단위당 노동비용은 2000년 이래 거의 상승하지 않았다. 동기간 프랑스 138%, 영국 137%, 이탈리아 134%, 스페인 125%가 상승했다. 5.2%의 유럽 최저 수준의 실업률이 낮은 노동비용 때문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독일 경제가 풀어나가야 할 난제도 적지 않다. 1.4명으로 떨어진 낮은 출산율은 생산 가능인구를 둔화시켜 지속적 성장잠재력을 약화시킬 소지가 크다. 지난 10년 동안의 경제성장 과정에서 양산된 비정규직 문제도 만만치 않다. 기민당과 사민당 대연정의 조건으로 도입되는 최저임금제도 기업경영을 옥죌 가능성이 크다. 시간당 8.5유로 수준으로 서비스업 등 내수산업 고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미텔슈탄트로 상징되는 견실한 제조업, 숙련된 기술 인력과 뼈를 깎는 구조 개혁이 삼박자를 이루면서 독일 경제의 재도약이 이뤄졌다. 경제번영에 공짜 점심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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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우 기자

안녕하세요. 머니투데이 정진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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