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 환율하락, 우려만 할 일인가?

[MT시평] 환율하락, 우려만 할 일인가?

이승호 기자
2014.05.20 07:11
이승호 자본시장연구원 국제금융실장
이승호 자본시장연구원 국제금융실장

 올해 4월 이후 원화환율이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미국 달러화의 약세로 동반 강세를 보이는 신흥국 통화 중에서도 속도가 가장 빠르다. 무엇보다 우리나라의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와 외국인들의 증권투자자금 유입으로 외환시장에 외환이 넘쳐나는 데 그 원인이 있다.

 

지난해에는 GDP의 6% 넘는 사상 최대 경상흑자 등에도 불구하고 북한 관련 지정학적 위험, 일본 아베노믹스 그리고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양적완화 축소 등 각종 불확실성으로 원/달러 환율이 연말기준 15원 하락하는 데 그쳤다. 그러나 올들어 그간 누적된 환율하락 압력이 가시화되고 있다. 앞으로 이러한 기조가 크게 바뀌지 않는 한 외환당국이 추세적 환율하락을 막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외환위기 당시 경상수지 적자 누적과 외채 증가, 외환보유액 고갈 등으로 환율이 치솟은 때를 생각하면 환율하락은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변동환율제도 하에서 외환의 초과공급으로 통화가치가 상승하는 것은 자연스럽고 바람직한 흐름이며 그 나라의 강한 경제펀더멘털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늘 그래왔듯 일부에서는 환율이 하락하면 당장 나라경제가 큰일날 것처럼 수출에 미칠 부정적 영향부터 먼저 떠올린다. 환율보다 해외경기가 우리 수출에 더 중요한 변수가 된 지 오래되었는데도 말이다. 지난 반세기 동안 수출은 우리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해왔고 앞으로도 큰 버팀목이 될 것이란 점에서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대기업보다 중소 수출업체의 어려움이 크다는 점도 물론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이제는 수출만이 살 길이라는 가난했던 시대의 인식은 변해야 한다. 과거처럼 대기업을 필두로 한 수출의 과실이 중소기업과 국민경제 전체로 잘 파급되지 않는다. 스마트폰과 자동차를 생산하는 대기업들은 이미 해외공장에서 만드는 제품이 훨씬 많아 수출이 늘어도 국내 실업문제는 별로 개선되지 않는다. 양극화 문제가 심화되는 가운데 대기업들은 수출로 벌어들인 이익을 잉여금으로 쌓아둘 뿐 국내 투자에 적극 나서지 않는다. 투자가 안 되니 수입이 줄고 경상수지 흑자는 더욱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해외 금융자산만 총외채의 2배가 넘고, 수출이 안 돼서 외채가 쌓이거나 위기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은 더더욱 아니다.

 최근 환율수준도 수출에 큰 부담을 주는 정도로 보기 어렵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세 자릿수던 환율은 아직도 1000원대 초반 수준이다. 일부 업종에 영향이 클 수 있겠으나 여전히 감내 가능한 수준으로 보인다. 일본의 20년 장기불황이 1980년대 중반 플라자합의 이후 엔화의 급격한 절상에 있다는 견해도 있으나 2∼3년 사이 약 50%나 절상됐다는 점에서 최근 원화와는 사정이 다르다. 엔화에 대한 원화의 가치도 과거 평균 수준에서 벗어나 있지 않다. 최근 환율하락은 고환율시대가 막을 내리고 다시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정상화되는 과정으로 판단된다.

 

무엇보다 환율하락이 반가운 것은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소비와 투자 등 내수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연간 수입금액이 수출액과 맞먹는 상황에서 환율하락은 수입 소비재 가격을 싸게 한다. 수입 원자재와 중간재 가격 하락으로 기업의 생산원가가 낮아지고 값싼 제품을 공급하게 하여 물가안정과 경제주체들의 실질구매력을 높여준다. 그 결과 기업들도 국내 투자를 늘려 경제활동을 왕성하게 하는 선순환구조를 만들기에 보다 유리하다.

 

우리 경제가 당면한 수출과 내수간 불균형 문제의 완화는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달성하는데 필수적이다. 선진국치고 내수 기반 없이 수출에만 목매는 나라는 찾기 어렵다. 정부는 환율하락 속도나 단기변동성 확대가 과도하지 않도록 유념하면서 추세적 흐름은 수용하여 수출과 내수의 균형회복과 성장잠재력을 끌어올리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앞으로 환율이 세 자릿수로 떨어지더라도 '수출 적신호'보다 '잘 나가는 한국경제'라는 기사를 더 많이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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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희 기자

안녕하세요. 편집국 천상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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