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고령화시대, 재앙과 기회는 하기 나름

[광화문]고령화시대, 재앙과 기회는 하기 나름

지영한 부장
2014.09.30 13:47

IMF 사태 이후 한국경제가 빠르게 정상을 되찾은 배경을 꼽으라면 환율효과와 가계부채를 들 수 있다. 국가가 위기를 맞자 원화가치가 급락했지만 아이러니하게 기업의 수출 경쟁력이 ‘확’ 살아났다. IMF 이전에는 기업들이 빚을 내 투자를 주도했다면, IMF 이후에는 가계가 빚을 내 소비와 부동산 시장을 떠 받쳤다.

지금은 상황이 크게 다르다. 원화 강세가 고착화됐고, 특히 수출 경쟁국 일본 엔화에 비해 원화가치가 너무 많이 올라 기업들이 울상이다. 가계의 빚은 더 이상 늘리기 위험한 수준에 도달했다. 기업들은 현금이 쌓여도 해외에만 투자할 뿐이다. 소비는 위축되고 경제의 역동성은 떨어졌다.

이에 정부는 기업의 투자를 압박하고 있다. 가계부채 해소와 재정건전화 노력은 뒤로 미룬채 금융완화와 확장적 재정정책을 펼치고 있다. 사실 우리만 그런게 아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주요국은 금융완화와 재정정책을 동시에 추진하면서 위기 상황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다.

정부의 최근 부양책이 경기를 ‘한방’에 살리는 ‘휘발유’ 역할을 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그 보다는 최소한 ‘잔불’을 유지하는 정도의 효과가 예상된다. 그러나 가계부채와 재정건전성을 뒷전에 미뤘다는 비난을 듣더라도 최경환 경제팀의 경기부양책은 불가피해 보인다. 세계 경제 호전으로 수출이 내수회복에 도움을 줄 때까지는 어떻게든 경제의 불씨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부양책은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장기적으로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한국경제는 서서히 침몰하는 항공모함의 운명을 맞을 것이다. 그렇다고 앉아서 당할 수만은 없지 않은가. 생산성 제고와 여성 및 노인 노동력 활용 등 대응만 잘 세운다면 어떻게든 한국호(號)의 침몰은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우선 여성의 생산활동 참여를 극대화해야 한다. 남자가 돈을 벌고 여자는 집안일만 하던 시대는 오래전에 끝났다. 오히려 지금은 여성의 사회진출 여부가 가계소득 양극화의 주된 원인이 되고 있다. ‘외벌이’ 가정은 저축이나 노후 준비, 특히 아이 교육에서 ‘맞벌이’에 뒤질 수 밖에 없다. 가계소득 양극화의 부정적 영향이 자식대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기관에 따르면 과거와 달리 요즘은 여성의 경제활동이 증가할수록 출산율이 높아진다고 한다. 주변을 보면 경제적 이유로 출산을 꺼리는 가정이 한둘이 아니다. 돈 때문에 애를 못낳는 시대다. 가계소득 격차 축소와 출산율 제고를 위해서라도 여성의 생산 참여 확대는 반드시 필요하다.

또 노년층에게 일할 기회를 많이 제공해야 한다. 연금 보장이 열악한 한국에서는 ‘일자리’가 최고의 복지다. 일본 내각부의 5개국 설문조사에서 60세 이상 노인중 ‘주된 수입원’이 공적연금이라고 밝힌 응답 비중은 독일(81%) 스웨덴(70%) 일본(66%) 미국(55%) 순이었고 한국은 10%선에 그쳤다.

반면 한국 노인의 주된 수입원은 ‘일에 의한 수입’(37.5%)과 ‘자녀로부터의 지원’(30.1%)인 것으로 드러났다. 지금 현역 세대는 자식이 1~2명에 불과하니 자녀에게 의존할 수도 없는 처지다. 결국 노인들이 경험과 노하우를 살려 오래도록 일할 기회를 주는 것이, 노인 자신은 물론이고 국가 경제에도 도움이 된다.

산업측면에서도 고령화를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은행들은 벌써부터 은퇴시장을 미래의 ‘먹거리’로 점찍고 있다. 고령화 시대에는 노인을 위한 근력증강 장치나 보조로봇, 인공장기, 신경재생 등의 바이오닉스 산업, 노인전용 의료·재가(在家)·자산관리 등 다양한 서비스 산업이 일자리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여성과 노인 노동력을 잘 활용하고, 고령화 관련 신(新)산업 육성에 힘을 쏟으면 ‘저출산-고령화’는 ‘재앙’보다는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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