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희의 思見]류현진 스토리와 삼성-한화 빅딜

[오동희의 思見]류현진 스토리와 삼성-한화 빅딜

오동희 기자
2014.11.30 09:00
[편집자주] 재계 전반에 일어나는 일에 대한 사견(私見)일 수도 있지만, 이보다는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라는 취지의 사견(思見)을 담으려고 노력했다.

메이저리거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 선수가 인천 동산고 3학년 때의 일이다.

프로야구 신인 드래프트가 열렸고 연고팀인 인천 SK를 희망했던 류현진은 1차지명에서 선택받지 못했고, 2차 지명 우선권을 가진 롯데로부터도 버림을 받았다.

SK와 롯데가 버린 카드인 류현진을 '2차 지명 2순위'인 한화가 선택했다. 고교 졸업 후 시장에 매물로 나온 류현진은 프로세계의 냉정함을 맛봤다.

1차 지명과 2차 1순위 지명을 받지 못한 류현진 선수는 자신의 진가를 알아본 한화와 김인식 감독의 품안에서 '한국 최고 투수'로 꽃을 피웠고, 지금은 세계 최고 메이저리그에서 열매를 맺고 있다.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등이 삼성테크윈, 삼성탈레스, 삼성종합화학, 삼성토탈 등 4개사를 한화그룹에 매각키로 한 것을 두고, 매각 4사 직원들의 반발이 거세다. '1인 기업'으로 불리는 류현진과 삼성 매각 4사나 그 종업원들을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류현진의 일화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매각기업에 소속돼 있는 근로자들의 '놀라움'과 '당혹스러움'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매각 과정에서 누군가의 선택을 받아야 하는 입장이 됐다는 점은 때로는 기분 나쁠 수도 있고, 때로는 화가 나고 안타까운 일이기도 할 터이다.

하지만 프로의 세계나 기업 세계에서는 가슴은 뜨겁더라도 머리는 차가울 필요가 있다. 투구능력이 떨어지거나 기업의 경쟁력이 떨어질 때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그냥 이해해달라며 머리를 긁적거린다고 통하지는 않는다. '프로선수는 실력이 곧 힘이며, 기업은 실적이 곧 무기다.'

매각 뒷얘기들을 들어보면 방산과 화학을 글로벌 톱으로 성장시키는데 한계를 느낀 삼성은 자신들보다 이 기업들을 더 잘 키울 수 있는 기업을 찾았지만 제안을 받은 일부 기업들은 이를 거절했다고 한다.

일각에서는 '토사구팽'이라고 주장하지만 삼성은 더 잘될 기업으로 '딸을 시집보내는 심정'으로 기업매각을 결정했다. 하지만 침체된 시장 등을 이유로 매물로 나온 기업을 선뜻 받아들인 기업이 없었다.

그 와중에 한화가 방위산업의 경쟁력 강화 의지와 화학 분야의 위상 제고에 대한 적극적 의사를 갖고 인수에 적극 나섰다.

한화가 삼성의 방산과 화학 분야를 인수해 '메이저리거'로 키우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는 점은 매각4사의 임직원들 입장에서는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이번 매각협상에서 한화 측은 100% 고용 승계를 약속했다. 삼성 측이 매각의 최우선 조건으로 고용승계와 기존 고용조건의 유지를 내걸었기 때문이다.

프로의 세계에서는 자신의 소속팀이 어느 구단인가도 중요하지만, 그 구단에서 자신을 선발투수로 쓸 것이냐 패전처리 투수로 쓸 것이냐가 더 중요하다.

류현진이 한화로 가서 자신의 인생이 달라진 것처럼 이번 M&A도 마찬가지다. 매각을 반대한다거나, 위로금을 주느냐 마느냐의 문제로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할 일이 아니다.

프로야구에서 선수의 트레이드가 무산되면 결국 구단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선수를 방출하는 것이다. 원하는 구단이 없으면 선수생명을 잃을 수밖에 없는 게 냉혹한 프로의 세계다.

삼성에 남아 '2군 벤치를 지키다가 방출될 것이냐', 한화로 옮겨 '1군 선발로서 활약할 것'이냐는 선택의 문제다. 논란과 갈등으로 이번 매각이 혹여 무산된다면 기업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프로구단이 선택하는 방출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방산과 화학 분야 매각 4사 임직원들이 '방산과 화학' 분야의 류현진이 되느냐, 마느냐는 본인들의 소속이 '삼성구단'이냐 '한화구단'이냐가 아닌 '류현진이 되겠다는 마인드'를 갖느냐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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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희 기자

'기자의 생명은 현장에 있다' 머니투데이 산업1부 선임기자(국장대우)입니다. 추천도서 John Rawls의 'A Theory of Just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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