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전 부사장의 실수를 우리가 반복해선 안돼…대한항공 불매운동, 기업과 개인 동일시 경계해야

요즘 분위기에서는 칼럼의 제목부터 욕먹을 소리지만 그래도 기자는 '대한항공을 응원한다'.
최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JF케네디 공항에서의 '땅콩 리턴' 논란 이후 뉴욕 한인들을 중심으로 '대한항공 안타기' 불매 운동을 벌이기로 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기업의 문제점 개선을 위해 가장 강력하고도 빠르게 압박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불매운동'이다. 이 운동이 확산될 경우 기업 이미지는 물론 경영전체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어 기업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수단 중 하나다.
그런데 이번 사태를 '조현아 전 부사장=대한항공'이라는 등식으로 놓고 '불매운동' 등으로 대응할 경우 조 전 부사장이 저질렀던 실수를 우리도 반복할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
조 전 부사장이 저지른 실수는 '대한항공=내 것'이라는 잘못된 인식에서 출발했다. '의무'에 있어서 주인의식을 갖는 것은 중요하지만, 권리에 대한 도를 넘은 지나친 주인의식이 '안하무인'의 행동으로 나타난 것이다.
대한항공은 1962년 6월 정부에 의해서 세워진 대한항공공사에서 출발해 1969년 3월 한진그룹이 인수하면서 민영 대한항공으로 오늘에 이르렀지만, 대한항공의 성장에는 국민과 정부의 지원이 절대적이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여느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당시 외국으로부터의 차관 자금 도입과 유리한 조건의 정책자금 지원 등은 결국 국민의 혈세로 충당된 부분이다.
조 회장 일가의 지분 못지않게 국민의 '눈에 보이지 않는 지분'도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조 전 부사장에게 문제가 있다면, '대한항공'에서 조 전 부사장만 '내려'라고 국민들이 명령하면 된다. 한 개인의 일탈이 기업전체에 영향을 미쳐 '반 기업 정서'로까지 확산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대한항공에는 조양호 회장과 조현아 전 부사장, 조원태 부사장, 조현민 전무 등 오너 일가 외에도 1만 8243명(9월 사업보고서 기준, 4명 제외)의 임직원들이 일하고 있다.
이번 일로 대한항공에 대한 불매운동을 한다는 것은 조 전부사장이 그랬듯이 조 전부사장과 대한항공이라는 기업을 '일체화(한몸으로)'하는 것이다. 이는 국민들이 조 전 부사장에게 "내려"라고 명령한데 이어 "사무장과 승무원들도 내려"라고 명령하는 것과 다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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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 8000여명의 대한항공 임직원들이 조 전 부사장의 잘못으로 뉴욕까지 비행기를 몰고 갔다가 '빈 비행기'로 돌아와야 하는 씁쓸함을 겪어야 할 이유는 없다.
다른 나라 비행기를 타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전세계 그 어디를 가든 우리나라의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만큼 훌륭한 기내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서비스의 문제가 아닌 '한 개인의 일탈'을 회사와 결부시키는 것은 그래서 바람직해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승객들이 고생하는 그들에게 격려의 말 한마디를 거드는 게 더 좋은 일이다.
대한항공이 잘못될 경우 손실이 가장 큰 쪽은 대주주인 조 회장 일가이겠지만, 조 전 부사장을 나무라기 위해 이들을 제외한 50% 이상의 나머지 주주들과 임직원들도 피해를 같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조 전 부사장의 일탈을 대한항공이라는 법인체와 동일시해서는 안된다.
국토부 및 검찰 조사와 사법부의 판단이 완료될 때까지도 철저한 자기반성이 이뤄지지 않을 때 가서 대한항공이라는 기업에 대해 불매운동을 하든 경영진 퇴진운동을 하든 해도 늦지 않다
시중에는 '갑의 시대'가 끝나고 '을의 시대'가 온다는 우스개 소리가 나온다.
다사다난했던 갑오년(甲午年, 2014년)이 끝나고, 을미년(乙未年, 2015년)이 오는 것을 최근의 '땅콩 리턴' 이후 여론(乙)에 밀려 사퇴한 조 전 부사장(甲)을 연결시키는 '중의적(重義的)' 의미로 나오는 얘기다.
다가오는 '을의 시대'에는 갑과 을이 모두 서로를 위하는 마음으로 힘을 모아 어려움을 극복해가는 시절이 됐으면 하는 게 작은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