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희의 思見]삼성-한화 빅딜과 '최후통첩 게임'

[오동희의 思見]삼성-한화 빅딜과 '최후통첩 게임'

오동희 기자
2015.04.03 06:30
[편집자주] 재계 전반에 일어나는 일에 대한 사견(私見)일 수도 있지만, 이보다는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라는 취지의 사견(思見)을 담으려고 노력했다.[편집자주]

선택할 수 있는 두 가지 안이 당신 앞에 놓여 있다.

당장 정리해고나 임금 삭감의 가능성이 있는 회사에 남는 것이 첫 번째 안이다. 두 번째 안은 최소한 3년 이상은 현재와 동일한 조건에서 일을 하면서 정리해고나 임금 삭감의 우려가 없는 회사에 몸담는 안이다. 사람들은 어느 쪽을 택할까?

거의 대다수는 후자를 선택한다. 당장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불확실한 상황보다는 결과가 명확한 안전한 상황을 선택하려는 인간의 ‘위험회피 성향’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로 돌아오면 선택은 달라진다. 삼성과 한화의 방산 및 화학 4개사(삼성테크윈, 삼성토탈, 삼성종합화학, 삼성탈레스)의 얘기다.

매각 4사 중 2014년 실적이 공개된 3개사의 감사보고서를 보면 삼성테크윈과 삼성토탈은 직전해에 비해 각각 영업이익이 91.8%와 68.6% 급락했다. 삼성종합화학은 2013년 2071억원의 흑자에서 지난해 42억원의 적자로 전환했다. 지난해 실적만보면 상황이 썩 좋지 않다. 이 상태로 삼성에 그대로 남는다면 선택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많지 않다. 실적 악화에 따른 구조조정의 카드를 꺼낼 수밖에 없다.

방산과 화학에 강점을 가진 한화가 더 나은 선택일 수 있다는 현실적인 얘기에도 불구하고 매각 4사의 일부 직원들은 첫번째안을 택하겠다며 한화 실사단의 출입을 가로막고 파업 등의 절차를 밟고 있다.

이들이 경제적으로 자신에게 이로운 선택을 하는 것을 막는 것은 우리 뇌의 배외측 전전두피질의 작용 때문이라고 한다. 배외측 전전두피질은 신뢰를 담당하는 곳으로 신뢰가 깨지면 이곳이 활성화되고, 그 작용으로 자신이 손해를 보더라도 상대를 벌하려는 인자가 발동한다고 한다.

이를 잘 보여 주는 실험이 노벨상 수상자인 심리학자 다니엘 카너먼의 ‘최후통첩 게임(Ultimatum game)’이다.

이 게임에선 거저 주어진 100원 앞에 있는 두 사람 A와 B가 있다. A는 돈을 나눌 수 있는 권한을, B는 나누어진 돈을 받거나 거부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다. 단 B가 A의 제안을 거부하면 A와 B 둘 다 한 푼도 받을 수 없다.

A가 자신은 99원을 갖고, B에게 1원만 준다고 결정할 경우 B는 어떤 선택을 하는 게 자신에게 이익일까. B가 경제적 인간이라면 어떻든 1원이라는 이득이 있으니 A의 제안을 받아들여야 맞다. 그런데 실험결과는 이와 매우 다르다. 대부분의 B는 1원을 포기하는 대신 A도 99원을 갖지 못하도록 한다.

카너먼의 실험에 따르면 실제로 대부분의 B는 전체 금액의 20% 미만을 제안 받을 경우 A의 제안을 거부했다. 20% 미만의 금액을 제안할 경우 A가 자신을 무시한 것으로 인식해 B 자신에 대한 이익을 생각하기보다는 A에 대한 보복성 반발을 한다고 한다.

행동경제학자들은 신뢰가 깨졌다고 판단하는 뇌의 작용이 이 때 나타난다고 한다. 매각 4사 직원들의 매각 반대 움직임도 매각 과정에서 사전에 자신들과 협의가 없었다는 신뢰의 상실에 따른 거부결정으로 이어진다는 것. 이들은 매각협상의 특수성상 공개적으로 협상이 이루어질 수 없다는 점을 이해하려 들지 않는다.

최후통첩 게임에서의 거부권과 같이 매각을 반대한다면 삼성과 한화를 벌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지 모르지만 자신들에게도 결코 이롭지 못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감정보다는 자신에게 이로운 이성적인 판단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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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희 기자

'기자의 생명은 현장에 있다' 머니투데이 산업1부 선임기자(국장대우)입니다. 추천도서 John Rawls의 'A Theory of Just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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