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유출 우려는 전형적인 탁상공론입니다."
최근 공식·비공식 석상에서 LG디스플레이의 중국 광저우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공장 설립에 부정적인 견해를 내비친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화제에 오르자 업계 한 관계자가 보인 반응이다. 당장 기술이 유출되면 가장 타격을 입을LG디스플레이(12,660원 ▲860 +7.29%)가 그런 고려 없이 투자를 결정했겠냐는 지적이었다.
그는 "1~2년 장사하고 말 게 아닌데 기술이 유출될 게 뻔하다면 수조원을 들여 공장을 지을 기업인이 어디 있겠냐"고 반문했다.
LG디스플레이가 산업부에 제출한 투자 계획을 보면 실제로 단기간에 기술이 유출될 가능성은 '제로(0)'에 가깝다는 게 업계의 지배적인 견해다. LG디스플레이는 투자 계획서에서 OLED 핵심기술과 관련된 설계는 국내에서 하고 중국공장에선 주로 생산과 운영 관련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단지 생산라인을 엿본다고 해서 세계 최고 수준의 첨단기술을 따라잡을 수 있다면 애초에 기술 격차가 존재할 리 없다.
업계에서 더 답답해하는 부분은 중국공장 설립이 시급하다는 LG디스플레이의 요청을 정부가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점이다. LG디스플레이가 지난 7월 말 중국공장 설립을 신청한 지 두 달이 지나도록 관련 회의는 한차례 열린 게 전부다. 백 장관이 직접 "최대한 신속하게 결정이 이뤄지도록 챙기겠다"고 했지만 업계에선 '정부의 기업 길들이기'가 아니냐는 의혹마저 나오는 상황이다.
LG디스플레이는 전세계에서 TV용 대형 OLED 패널을 생산하는 유일한 기업이다. LG디스플레이는 중국 OLED 공장 건설 계획을 발표하면서 차세대 디스플레이 시장의 기술표준을 확보하기 위한 승부수라고 밝혔다.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이 지난달 26일 기자간담회에서 "OLED를 대세로 만들려면 중국시장에 들어가야 한다"며 "OLED를 대세로 만드는 게 오히려 초격차 기술 전략을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반도체·디스플레이산업 종사자들이 신조로 여기는 말 중에 '시간이 곧 돈'이라는 말이 있다. 투자 시기를 한번 놓쳤다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기업이 허다하다. 노키아와 모토로라, 샤프, 블랙베리가 대표적이다.
백 장관은 취임 이후 하루가 멀다하고 업계 관계자들과의 소통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모처럼의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두고 자칫 "입만 열고 귀는 닫은 정부"라는 얘기가 나올까 걱정스럽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