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마동석은 우락부락한 생김새 때문인지 ‘악의 역할’로 소환되기 일쑤였다. 상처를 눈으로 볼 수 없을 만큼 큼직한 팔뚝과 웃음기 하나 없는 표정 하나로 존재력을 과시하는 그는 요즘 충무로가 가장 탐내는 배우 중 한 명이다.
그는 존재만으로 모든 선과 악을 한 번에 제압한다. 합리적인 선의 논리나 추악한 범죄 모두 그 앞에서는 백기를 들어야 할 만큼 전능(全能)적이다. 그이 연기는 대개 이렇다. 힘을 앞세우는 ‘부정적’인 행동인데도, 상황을 말끔히 정리하는 ‘긍정적’ 해결 능력이 어느 작품에서나 한결같이 드러난다. “아, 됐고. 빨리 치워” 같은 그의 단답식 멘트는 때론 시원하다 못해 통쾌하다.
그가 ‘신스틸러’(주목받는 조연)의 입지를 강화한 것이 스릴러 ‘이웃사람’이었다. 이 영화에서 조폭으로 출연한 그는 다들 두려워하는 이웃 살인자를 장난감 다루듯 무시하고 두들겨 패며 묘한 카타르시스를 안겼다. 태생적 ‘악의 역할’로 나와 모든 관객의 찬사를 받는 ‘악의 역설’을 펼친 셈이다.
악이 악을 제압하는 그의 통쾌한 연기는 드라마 ‘나쁜 녀석들’을 통해 다시 한 번 각인됐다. 그의 입은 거칠고, 그의 행동은 무자비하다. 말은 짧지만 그 효력은 강하다. 그가 선(善)을 연기할 때도 이 법칙은 유효하다. 그의 선이 언제나 작은 악을 품기 때문이다.
영화 ‘범죄도시’에서 경찰로 종횡무진 활약하는 그는 조폭에 가까운 언행을 보여준다. 때론 룸살롱 사장에게 접대도 받고 갈취도 한다. 그런데도 밉지 않다. 뺏은 돈을 수사에 필요한 자금으로 쓰거나 음식값 덤터기 한 조직 두목의 죽음을 방관하지 않는다.
어떤 악도 저지르지 않는 대신 어떤 선도 취하지 않겠다는 구도는 그의 스타일이 아니다. 규칙이나 제도를 조금씩 거스르는 약점이 있지만, 큰 악에 온몸을 희생하겠다는 대전제는 마동석이라는 배우를 설명하는 가장 극적인 키워드다.
제도와 규칙은 복잡한 현대사회에서 필요한 최소한의 원칙일지 모른다. 하지만 안전과 안정이라는 이유를 내세워 날마다 만들어지는 이 규칙들은 그만큼 인간의 판단을 구속하는 자물쇠일 수 있다. 판단이 흐려질 때마다 규칙과 규율을 내세우고, 또 그것에 의지하면서 자기 판단과 책임에서 벗어나려는 경향이 적지 않기 때문. 규칙은 평온할 때 중요한 도구지만, 위급할 땐 융통성이라는 인간의 판단이 더 우선이다.
‘어금니 아빠’ 사건에서 경찰이 ‘가출 24시간 규칙’을 들먹이며 초동 수사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인 것도 ‘무악(無惡) 무선(無善)’ 주의를 우선했기 때문이다. 융통성이라는 ‘작은 악’의 실천, 통쾌한 배우는 이렇게 전하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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