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알자스 로렌이 프랑스에 준 선물

[우보세]알자스 로렌이 프랑스에 준 선물

김지산 기자
2017.10.26 04:55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프랑스가 세계 1차 대전에 참전한 건 독일이 동맹국 러시아를 향해 선전포고를 했기 때문이다. 일종의 자동개입 같은 건데, 뜻하지 않은 전쟁이었지만 프랑스는 보불전쟁 때 독일에 뺏긴 알자스 로렌을 되찾았다.

승전국 가운데 전리품을 가장 많이 챙긴 프랑스는 이번에는 알자스 로렌에서 독일식 건강보험이라는 예기치 않은 사태에 직면해야 했다. 독일은 1883년 비스마르크에 의해 세계 최초로 사회보험방식의 건강보험을 도입한 나라였다. 알자스 로렌의 건강보험은 바이러스처럼 프랑스 전역을 뒤덮고 오늘날 프랑스가 세계적 수준의 국민건강보험 제도를 갖춘 나라가 되는 계기로 작용했다.

어느 나라를 봐도 복지처럼 후퇴하기 어려운 정책은 거의 없다. 박근혜 정권에서 시행된 기초연금이 문재인 정권에서 확대되는 것도 복지정책의 속성을 말해준다.

이런 점에서 훗날 어떤 정권이 들어서도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되돌릴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보험재정 안정화 대책은 후속조치일 뿐 결정을 유턴시킬 요인이 될 가능성 역시 희박하다.

순전히 문재인 대통령 입장에서만 보자면 2022년까지 보장성 강화에 필요한 재원 30조6000억원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도로, 철도 등 SOC 예산을 깎고(실제 내년 국토교통부 예산은 4조원 넘게 삭감됐다) 기획재정부는 건보료 수입 추정액을 늘리면 된다. 기재부는 전체 건보료의 14%를 지원해야 하지만 매년 건보료 예상 수입을 보수적으로 접근해 14%에 밑도는 예산을 집행해왔다.

정권이 바뀌어도 의지만 있다면 나라 살림을 조정하거나 국고 지원 조건을 늘리는 식으로 대응하면 될 일이다. 국민이 동의하는 데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건보료 인상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예산 조정이라는 게 말처럼 쉬운 건 아니다. 예산이 사라진 부처 공무원은 자리가 위협받고 지역과 연계되면 표심이 흔들린다. 그러나 여전히 자동차가 몇 대 다니지도 않는 곳에 나랏돈 수천억원이 투입돼 터널이 뚫리고 멀쩡한 인도를 갈아엎고 보도블록이 새로 깔린다.

국민은 이미 20조원 넘게 투입된 4대강 사업처럼 지도자 의지만으로 만화 같은 정책이 실현되는 걸 목격했다. 4대강에 비교하면 보장성 강화 등 복지정책의 현실성과 효율이 더 낮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나폴레옹은 '지도자는 희망을 나눠주는 중개인'이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시각에 따라 포퓰리즘이라는 정치의 숙명을 옹호한 것으로 볼 수 있고 지도자가 가져야 할 미덕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두 해석 모두를 관통한 말이라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관심 둬야 할 건 얼마나 계획적인지, 무엇이 국민과 후대에 유익한 것인지 고민하고 실행했느냐다. 보장성 강화가 시대적 요구와 맞닿아 있다는 사실을 부정할 게 아니라면 논쟁보다는 촘촘한 후속방안을 만들고 감시하는 편이 합리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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