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상장과 비상장, 두 회사 이야기

[우보세]상장과 비상장, 두 회사 이야기

김명룡 기자
2017.12.11 15:26
[편집자주]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1. "왜 상장 하십니까?"

최근 한국거래소 상장승인 심사를 통과한 알리코제약 이항구 대표에게 물었다. 그는 "공모자금으로 회사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천연물 신약을 개발하고 제2공장을 지을 계획"이라고 답했다. 매출 500억원 내외의 알리코제약은 공모를 통해 수백억원의 자금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까지는 일반적인 답이다. 비슷한 유형으로 경영투명성 강화, 대외신인도 제고 등이 있다. 그런데 이 대표가 한 마디를 덧붙였다.

"2007년에 공장에 큰 불이 나서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그런데 직원들의 노력으로 극복하고 성장을 했습니다. (상장하면) 직원들이 이익을 올릴 수 있다는 것도 상장의 중요한 이유입니다."

현재 알리코제약 지분 8.5%는 우리사주조합이 가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제약사 지분 대부분을 오너가 소유하고 있는 것과 구조가 다르다. 알리코제약은 자금 사정이 어려운 직원들에게 대출까지 해줘 가면서 비상장 주식을 나눠줬다. 이번 공모과정에서도 우리사주조합은 일반공모 물량의 일정 부분을 가져가게 될 것이다.

알리코제약 직원들은 상장이 마무리되면 보유 주식을 매도할 기회가 생긴다. 이 대표는 "직원들이 회사가 성장한 과실을 가져갈 수 있어야 기업도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2. "왜 상장을 안 하십니까?"

한화제약은 알리코제약과 비슷한 크기의 제약사다. 알짜회사로 인정받고 있지만 상장할 계획이 전혀 없는 것이 궁금했다. 김경락 한화제약 사장은 "외부에서 보면 비효율적인 회사로 비쳐질 수 있다"면서도 "직원들이 마음 편히 일하는 직장을 만들면 회사는 자연스레 성장한다"고 말했다. 그는 "상장하면 주주들에게 경영을 간섭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경영철학을 유지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 상장은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 회사의 급여 수준은 중견제약사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직원 280여 명 전원이 정규직이다. 단 한 번의 인위적인 구조조정도 없었다. 해당 부서에서 업무성과가 저조하면 교육하거나 부서를 옮겨 생산성을 올리는 방식을 택한다. 샌드위치 데이는 무조건 쉬고, 설날과 추석에도 하루씩 더 휴가를 준다. 여름휴가와 겨울휴가도 최소 10일씩 보내준다. 의사결정에 신경 쓸 일이 많은 상장기업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상장'에 대한 앙사 경영진의 생각은 정반대다. 만일 알리코제약과 한화제약 중 한 곳에서만 일해야 한다면 어디를 고를까? 공격적인 성향의 사람은 알리코제약을, 안정적인 성향은 한화제약을 선택하겠지만, 어느 회사를 택하더라도 상관은 없을 듯하다.

올해는 어느 해보다 IPO(기업공개)가 활발했다. 올해 말까지 80개 비상장 기업이 증시에 입성할 것으로 예상되고 공모규모는 8조8000억원에 이른다. 이 자금으로 어떤 기업은 신약을 개발하고, 새로운 게임을 흥행시켜 거대 기업으로 성장할 것이다.

하지만 기업의 성공과 직원의 행복이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앞에 언급한 두 회사처럼 직원 행복을 고려하는 기업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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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룡 기자

학이불사즉망(學而不思卽罔) 사이불학즉태(思而不學卽殆). 바이오산업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우리의 미래 먹거리입니다. 바이오산업에 대한 긍정적이고 따뜻한 시각을 잃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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