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봇, 세 줄 요약 좀…"

[우보세]"봇, 세 줄 요약 좀…"

김주동 기자
2017.12.14 05:50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많은 글이 올라오는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는 글이 길 경우 종종 이런 댓글이 달린다. "누가 세 줄 요약 좀 해주세요."

궁금은 한데 다 읽기는 싫고 누군가 간단히 설명해줬으면 할 때 이렇게 글을 올린다. '세 줄 요약'은 나무위키 같은 개방형 백과사전에도 오를 만큼 널리 쓰이는 표현이다. 이런 대중들의 요구는 뉴스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다.

지난달 27일 네이버는 뉴스를 3문장으로 줄여주는 '요약봇'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다. 사람 아닌 기술을 통한 기사 요약이다. 국내 최대 인터넷 업체가 도입해 화제가 됐지만 글 요약 서비스가 처음 나온 것은 아니다. 포털사이트 다음은 뉴스 요약을 먼저 시도했고, 몇 문장씩 추출한 추천 기사를 보여주기도 한다. 지난해 개인이 만든 한 웹페이지는 긴 글을 넣으면 세 줄로 추려준다.

뉴스 요약에 대한 수요가 국내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2013년에는 영국 고등학생이 개발한 뉴스 요약 앱 '섬리(Summly)'가 야후에 300억원대에 인수됐고, 같은 해 구글은 '와비(Wavii)'를 인수했다. 2015년 문을 닫았지만 뉴스를 원자 단위로 쪼갠 뒤 간략히 재구성해주는 '서카(Circa)' 앱은 호평을 받았다.

네이버 요약봇 서비스에 대한 반응은 신선함, 기대 이상, 모자람 등으로 엇갈린다. 베타서비스이기 때문에 결과물은 더 좋아질 것이다. 볼 것이 많은 세상, 봐야 할 듯한 것이 많은 세상 이런 기술이 사용자의 시간을 아껴줄지도 모른다. 사실을 전달하는 스트레이트 기사라면 꽤 효과적일 수 있다. 하지만 이야기를 풀어나간 기사, 분석 기사, 주장이 담긴 기사는 '요약'이 내용 왜곡을 만들 수 있다.

누리꾼들은 앞서 말한 '세 줄 요약' 요구에 대해서도 우호적이지만은 않다. 친절히 정리해주는 사람도 있지만 찬찬히 글을 읽어보라는 충고도 나온다. 어떤 일에 대한 판단은 본인의 몫이고, 그 판단은 충분한 이해와 생각 뒤에 나온다.

뉴스 요약 서비스 역시, 제목만 읽은 후 댓글로 직행하는 사람이 적지 않은 현실에서 '부실한 읽기'를 더 이끌어낼지도 모른다. 서평을 읽었다고 책을 읽은 게 아니고, 영화 소개 영상을 봤다고 영화를 본 게 아닌 것처럼 요약된 기사 역시 기사와 같은 것은 아니다. 부실한 읽기는 결국 '소통 방해'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 매체 '쿼츠(Quartz)'는 모바일에서 아예 짧은 기사나 아예 긴 기사가 잘 읽힌다고 한다. 분석이 담긴 깊이 있는 기사에 대한 수요가 있다는 얘기다. 긴 글을 쓸 때 '스압(스크롤의 압박)'을 걱정하는 고정관념과는 다른 결과다. 앞으로 기술 발전이 깊이 있는 긴 글에 대한 접근을 쉽게 하는 쪽으로도 이어지길 기대해본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김주동 기자

다른 생각도 선입견 없이 보도록 하겠습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