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미국 NBC에서 방영된 정치 드라마 '웨스트윙'에 흠뻑 빠졌다. 극 중 바틀렛 대통령이 참모진들과 격의 없이 토론하고 대화하면서 국정을 이끌어 가는 모습에 매료됐다. 물론 드라마 속 각색된 내용과 실제 정치판은 다르겠지만, 합리적인 미국의 시스템이 부러웠다.
요샌 미국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업체 '넷플릭스'가 제작·제공하는 정치 드라마 '지정생존자'(Designated Survivor)에 빠져 있다.
미국 대통령은 매년 초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한해의 국정운영 방침을 밝히고 의회에 협조를 요청하는 '연두교서'를 발표하는데, 이 자리에는 백악관 수뇌부, 행정부 장관, 상·하원 의원, 대법관 전원이 참석한다.
불의의 사고로 참석자 전원이 유고가 되는 비상사태를 대비해 장관 중 한 명을 열외시켜 별도의 비밀 장소에 대기토록 하는데, 그가 바로 '지정생존자'다.
이 드라마는 연두교서 발표장에서 폭탄테러가 발생해 참석자 전원이 사망 또는 실종되는 끔찍한 비극 속에서 시작된다. 지정생존자로 살아남은 커크먼 주택 및 도시개발 장관이 미국 대통령이 돼 국가를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다시 일으켜 세우는 과정이 주요 스토리 라인이다.
숱한 위기를 넘긴 커크먼 대통령은 취임 100일을 맞아 국민들에게 자신의 주요 정책을 설명하는 타운홀 미팅을 연다. 이 자리에서 54세의 한 남성은 자신이 27년 동안 일한 가전제조회사 공장이 문을 닫으면서 일자리(조립라인 제조반장)를 잃었는데, 자신과 같은 사람들의 일자리를 정부가 어떻게 돌려 줄 거냐고 묻는다.
커크먼 대통령은 단호하게 말한다. "진심으로 안타깝지만 직장을 되찾을 수 있게 해 줄 수는 없다. (사라진 일자리는) 돌아오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귀하와 같은 분들이 직장을 잃는 이유는 다른 나라의 값싼 노동력 때문만은 아니고, 바로 기술력이 원인"이라고 했다.
현실 세계의 트럼프 대통령은 이 같은 상황에서 과연 뭐라 대답했을까. 분명 원인을 '다른 나라'에서 찾았을 것이다. 이미 트럼프 정부는 경쟁력 높은 한국산 세탁기에 대해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제재 조치를 발동할 태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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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 커크먼 대통령은 일자리 해결책으로 '공공사업 확대'를 제시했다. 공공사업을 늘려 사회기반 시설 부족을 해결하고, 이로 인해 생기는 일자리는 제조업 분야에서 직장을 잃은 사람들에게 가장 먼저 돌아가게 하겠다는 약속이다. 반면, 현실의 트럼프 대통령은 해외 기업들이 미국 땅에 제조업 공장을 세우도록 팔을 비틀고 관세 장벽을 높이려 한다.
TV광 트럼프 대통령에게 드라마 일견을 권하고 싶다.
한국 가전이 미국 시장을 석권하는 이유가 궁금하다면 내년 1월 미국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전자전시회 'CES 2018'이 답을 줄 것이다. 과연 한국 전자업체들이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하는 '불공정한 거래'를 통해 미국 시장을 혼란케 했는지, 아니면 경쟁력 있는 제품으로 현지 소비자들을 만족시켜왔는 지를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