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벤처펀드가 기대 이상의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4월5일 출시된 지 한 달이 채 안 된 지난 25일 현재 68개사의 자산운용사가 판매 중인 147개 펀드에 총 1조9090억원의 자금이 들어왔다.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자금이 모이면서 삼성액티브자산, KTB자산운용 등이 일시 판매 중단을 선언했을 정도다.
정부가 코스닥 시장 활성화를 위해 야심차게 내놓은 코스닥 벤처펀드는 전체 자산의 15%를 벤처기업이 새로 발행하는 주식이나 CB(전환사채), BW(신주인수권부사채) 등에 투자한다. 코스닥 신규상장 공모주식의 30%를 우선 배정받고 투자금 10%에 대해 300만원까지 소득공제도 해주는 등 혜택이 풍성해 일찌감치 인기몰이가 예견됐다.
현재까지 숫자로만 보면 코스닥 시장을 활성화시키고 투자자들에게도 쏠쏠한 수익을 안겨주겠다는 ‘두 마리 토끼’를 쉽게 잡을 수 있을 듯 하다. 그러나 안을 들여다보면 뭔가 찜찜한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
우선 코스닥 벤처펀드에 몰리는 자금이 너무 사모펀드 쪽에 쏠리고 있다. 코스닥 벤처펀드 중 사모와 공모 비중은 3대1 정도로 추산된다. 상품 자체가 사모는 99개지만 공모가 7개로 차이가 난다.
애당초 자산운용 업계는 코스닥 벤처펀드가 나올 때 사모펀드에 주력할 생각이었다는 얘기가 나온다. 사모펀드는 최소 가입 금액이 1억원 이상이다. 일반인들은 쉽게 가입하기 힘든 펀드다. 코스닥 벤처펀드의 과실이 일부 고액 자산가에게만 집중되는 게 아닌가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코스닥 활성화에 얼마나 기여할지도 미지수다. 대부분 사모펀드로 자금이 유입된 탓에 시장으로 돈이 잘 풀리지 않고 있다. 펀드가 출시된 지난 5일 이후 20일까지 코스닥시장에서 투신권은 772억원 어치 순매수했지만 사모펀드는 오히려 884억원 어치 순매도했다. 이 기간에 코스닥지수가 2.3% 오른 것은 개인과 외국인이 각각 2168억원, 564억원어치 순매수한 영향이 컸다.
코스닥 벤처펀드가 코스닥 상승을 이끌 것이라는 예상은 현재로서는 빗나가고 있는 셈이다.
또 코스닥 벤처펀드가 정말 기술 개발에 올인하는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 보다는 어느 정도 안정적인 궤도에 오른 코스닥 상장사 CB나 BW에 집중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두 가지 상황을 종합하면 ‘코스닥 벤처펀드는 돈 많은 고액 자산가들의 자금을 모아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상장사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라고 말할 수 있다. 리스크를 줄이려는 운용사와 투자가의 이해관계가 잘 맞아떨어진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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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런 식으로는 코스닥을 활성화라는 목표를 달성하기는 요원할 것이다. 코스닥 활성화는 풀뿌리 벤처기업의 성장을 밑바탕으로 해야지 단순히 코스닥 지수만 끌어올리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