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고장난' 과학기술 생태계

[우보세]'고장난' 과학기술 생태계

류준영 기자
2018.10.25 04:00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산하 25개 정부출연연구기관(이하 출연연)에 대한 국정감사가 26일 종합감사를 끝으로 마무리 된다. 이번 국감을 통해 국민들이 바라본 과학기술 생태계는 분명 정상적인 건강한 모습은 아니었다.

먼저 정규직 규모는 급속도로 커지는 데 월급과 복지 관련 예산은 ‘알아서 하라’는 식의 정부의 무책임한 행정 전형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현재 출연연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계획 목표는 2525명. 출연연 전체 정규 인력(1만2000명)의 20% 수준이다. 문제는 단기간 새로 생기는 수천명의 정규직 자리만큼의 예산 확보에 대해선 뚜렷한 대책이 없다는 것. 원광연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장은 국감장 질의에서 “앞으로 2년간의 인건비는 직접비에서 마련하겠지만 그 후부턴 기획재정부와 논의해 봐야 하는 등 불투명하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국정과제’가 전체 제도 개혁에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일깨워준 사례 중 하나로 꼽는다. 현재 정부의 1호 국정과제는 일자리 창출이다. 애당초 출연연에선 채용의 형평성이 크게 훼손될뿐더러 급격한 인건비 상승을 초래한다며 난색을 보여왔다. 출연연의 한 기관장은 “숫자 채우라고 닦달하는 부처 사무관의 얼굴을 보면 도무지 입이 안 떨어진다”며 “재원조달 등의 문제는 현재 출구가 안 보이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번 국감에서는 또 전세계적으로 기승을 부리는 각종 부실학회에 25개 출연연중 거의 대부분이라고 할 정도인 20개가 참가했고, 이 중에는 현직 기관장을 비롯해 고위급(선임·책임) 연구원들도 대거 포함된 실상이 공개되면서 충격을 더했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아직도 ‘평가 만능주의’를 탈피하지 못하고 있는 정부의 편의주의 관리 정책 책임이 크다. 국제학술지에 게재된 논문 개수는 연구자 인사고과에 반영되고 성과급에 영향을 줘 연구자 개인이 이런 유혹을 떨쳐내기란 쉽지 않다. 우리처럼 지나칠 정도로 많은 평가제를 도입·운영하는 국가는 지구 상에 몇 안 된다. 하지만 평가를 위해 들인 노력만큼 성과를 거뒀다는 얘기는 없다. 이장재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혁신전략연구소장은 “오히려 평가 자체가 목적으로 인식 돼 버린 경우가 많고 평가제도 이행에 대한 부담은 갈수록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금 정부와 출연연은 권한과 책임이 일치하지 않는다. 과기정통부는 지시만 내리고 그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다. 반면 출연연은 내부 조직 개편조차 부처의 사전 검토를 받을 정도로 자율성이 없지만, 연구성과 부진에 대한 비난은 온전히 자신의 몫으로 끌어안는다. 원 이사장은 국감장에서 “출연연에 자율성을 부여해달라”고 수차례 호소했다. 자율성은 생태계의 근간이다. 이미 고장난 생태계에서 앞으로 ‘혁신’이란 이름의 정부 정책·전략이 나온들 제대로 작동할 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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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준영 기자

·머니투데이 유니콘팩토리(미래사업부) 차장 ·한국과학기자협회 이사 ·카이스트 과학저널리즘 석사 졸업 ·한양대 과학기술정책대학원 박사과정 ·2020년 대한민국과학기자상 ·(저서)4차 산업혁명과 빅뱅 파괴의 시대(공저, 한스미디어) ■전문분야 -벤처·스타트업 사업모델 및 경영·홍보 컨설팅 -기술 창업(후속 R&D 분야) 자문 -과학기술 R&D 정책 분야 컨설팅 -과학 크리에이터를 위한 글쓰기 강연 -에너지 전환, 모빌리티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 자문 -AI시대 기술경영 및 혁신 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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