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종률 고민하는 미국, 오히려 부러운 이유 [특파원칼럼]

접종률 고민하는 미국, 오히려 부러운 이유 [특파원칼럼]

뉴욕=임동욱 특파원
2021.07.15 04:35

코로나19(COVID-19)로 인해 세상이 변한 지 벌써 1년 반이 지났다. 한국은 사상 유례없는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에 들어갔다. 한국을 떠날 때 이런 날이 올 거라곤 상상하지 못했다.

올해 1월 말 뉴욕 JFK공항을 통해 미국 땅을 밟았다. 공항 입국장은 텅 비어있었고, 모두 코로나19의 공포에 떨고 있었다. 아무도 만나지 않으려 했다.

그리고 거의 반년이 지났다.

7월 첫째 주 평일 오후 2시, 늦은 점심식사를 위해 뉴저지주의 한 식당에 갔다. 만석이어서 대기표를 받았고 40분을 기다린 후에야 안내를 받을 수 있었다. 뉴욕 맨해튼 지역의 인기 식당들은 이미 예약을 잡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부 식당들은 아예 예약을 받지 않아, 건물 밖에는 기다리는 사람들로 긴 줄이 만들어진다.

지난달 세계 최대 규모의 '해리포터 스토어'가 브로드웨이에 문을 열었는데, 평일에도 3~4시간 기다려야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붐빈다.

텅 비었던 맨해튼의 거리는 이제 행인들로 가득하다. 마스크를 쓰고 밖에 나온 사람은 많지 않다. 백화점 등 실내에서도 마크스 착용은 '권고'일 뿐 더 이상 '의무'가 아니다. 완전히 사라졌던 관광객들도 이제 눈에 띈다. 관광객 대상 기념품 가게들도 문을 열었다. 상습적인 도로 정체도 이제 다시 시작됐다.

대형쇼핑몰들도 다시 활기를 되찾고 있다. 얼마 전 개장한 미 동부 최대 테마파크 쇼핑몰은 이미 인파로 넘친다. 유리벽 너머로 살펴본 실내 워터파크는 한 마디로 '물 반 사람 반'이었다. '이래도 될까' 걱정이 될 정도였다.

미국 역시 코로나19의 위협에서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달 11일 기준으로 최근 일주일 평균 미국의 일일 확진자수는 1만9032명. 이는 2주 전보다 60%나 증가한 수치다. 델타 변이가 확산하면서 확진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동요하지 않는다. 이번 확진자 증가는 대부분 백신 접종률이 낮은 아칸소, 미주리, 텍사스, 네바다주 등에서 발생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현재 미국 신규 코로나19 확진자의 99.7%가 백신을 접종하지 않았다. 상당수 미국인들은 백신을 완전히 접종할 경우 충분히 바이러스를 방어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백신을 맞고 집 밖으로 나온다.

문제는 백신 접종 자체를 거부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지난 9일 기준 미국 인구 중 최소 1회 이상 백신을 맞은 비율은 55.3%, 백신접종을 모두 마친 사람의 비율은 47.8%였다. 인구의 약 절반 정도가 백신을 맞은 셈인데, 이런 속도라면 내년 1월 초에야 70%에 도달할 전망이다.

미국 정부는 속이 탄다. 백신 공급이 넘치는 상황이지만 '안 맞겠다'고 버티는 사람들 때문에 접종률 상승 속도가 더디다.

잔여백신 접종 예약을 위해 '광클' 쟁탈전을 해야 하는 한국의 현실과 정반대의 고민이다.

부럽다. 그리고 속상하다.

. /사진=임동욱
. /사진=임동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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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욱 바이오부장

머니투데이 바이오부장을 맡고 있는 임동욱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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