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등 서방국가들이 러시아에 대해 '응징' 차원의 제재를 가하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 내 사업을 중단하거나 축소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줄을 잇고 있다.
이 중 눈에 띄는 것은 세계 최대 패스트푸드 기업인 맥도날드의 행보다. 맥도날드는 최근 러시아 내 850개에 달하는 모든 매장을 폐쇄하고 영업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구 소련 붕괴 직전 모스크바에 첫 매장을 열면서 '탈(脫) 냉전' 의 상징이 됐던 맥도날드는 32년 만에 스스로 문을 닫는 결정을 내렸다.
최고경영진은 이번 결정을 내리기 어려웠을 것이다. 맥도날드는 러시아 현지에서 6만2000명의 직원을 고용 중인데, 영업은 중단해도 전 직원들의 급여는 계속 지급하기로 했다. 매출은 당장 '제로(0)'가 되는데, 인건비는 그대로 유지돼 고스란히 적자로 쌓이는 구조다. 이미 맥도날드는 우크라이나 내 모든 직원들의 임금을 계속 지급하고 있다.
맥도날드는 이번 결정이 '핵심 가치' 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맥도날드를 글로벌 기업의 반석에 올려 놓은 2대 회장 프레드 터너는 어려운 결정에 직면했을 때 '올바른 일을 하라'는 단순하지만 명확한 지침을 제시했는데, 이는 맥도날드의 5대 핵심 가치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맥도날드의 핵심 가치는 △손님과 사람이 최우선 △모두에게 문을 열라 △옳은 일을 하라 △좋은 이웃 △함께 나아가라 등 5가지로, 의사판단 시 기준이 되는 '원칙'이다.
'원칙'에 따라 '옳은 일' 을 하기로 결정한 맥도날드는 러시아에 대해서도 단호한 목소리를 냈다. 맥도날드는 최고경영자(CEO) 성명에서 "우크라이나에서의 분쟁과 인도주의의 위기는 무고한 사람들에게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고통을 안겨줬다"고 비난했다.
스타벅스도 최근 러시아 내 모든 사업 활동을 중단했다. 러시아 내 130개 매장을 모두 닫고 그곳에서 일하는 약 2000명의 직원들을 지원키로 했다. 당초 러시아에서 받는 로열티를 우크라이나의 인도적 구호활동에 기부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으나, 우크라이나 상황이 더욱 심각해지자 전면적인 사업 중단을 결정했다.
스타벅스는 "러시아의 끔찍한 공격을 비난한다"며 "우리의 사명과 핵심 가치에 맞는 결정을 계속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스타벅스의 4대 핵심 가치 중 하나는 '용기를 가지고 행동하고, 현상에 도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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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국가에서 사업을 하는 기업이 민감한 시기에 해당 정부를 정면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는 건 쉽지 않다. 하지만 '옳은 일'을 하겠다는 원칙이 핵심 가치에 단단히 박혀있고, '용기와 실천 의지'가 있다면 가능하다는 것을 맥도날드와 스타벅스 같은 기업은 보여줬다.
한나 아렌트는 저서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악의 평범성'을 경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본성은 악하지 않지만 용기가 없는 수많은 사람들은 악인들 틈에 뒤섞여 함께 악행을 저지르는 길로 갔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주관 없이 자신의 기본적 생존을 위해 나치에 순응한 이들 대부분은 보통 사람들이었다.
방관도 순응의 일부다. 잘못된 것에 대해선 목소리를 높여 단호하게 비판할 수 있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