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K라면 인기가 계속되려면

[우보세]K라면 인기가 계속되려면

지영호 기자
2023.02.21 03:30

[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지난해 라면수출액은 7억6543만달러(약 9500억원)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K콘텐츠가 인기를 끌면서 K푸드의 한 축인 라면의 인기도 동반상승한 효과다. 하지만 견제도 만만치 않다. 대만에 이어 태국에서도 한국 라면에 에틸렌옥사이드(EO)의 검출을 문제삼았다. 살균·소독용으로 쓰이는 에틸렌옥사이드는 국제암연구기관(IARC)이 규정한 1급 발암물질이다.

우리 보건당국은 이미 K라면이 무해하다고 결론내렸다. 상대적으로 안전한 클로로에탄올(2-CE)을 에틸렌옥사이드와 합쳐 표기하다보니 기준치를 넘어선 것처럼 보일 뿐, 실제로는 문제가 없다는게 요지다. 정부의 발표는 확실히 국내시장에서 효과를 봤다. 덕분에 해외에서 한국 라면에 발암물질이 검출됐다는 보도가 나와도 국내 소비자들은 안전을 의심하지 않았다. 지난해 가격인상에도 불구하고 라면소비가 줄지 않은 것이 증거다.

반면 기업들은 불안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통관을 넘지 못한 수출용 라면은 판매 시기를 놓치거나 폐기 수순을 밟았다. 지난해 유럽에선 발암물질이 없다는 증명서를 첨부해야 라면을 수입하겠다며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지난 2일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식품업계가 수출용 라면의 국제기준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있다고 토로하자 아시아·태평양지역 규제기관 협의체인 '아프라스(APFRAS)'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아프라스에서 기준을 만들어 회원국에 공유하면 해당국에 수출하는 라면은 통관문제가 없을 것이란 기대다.

모든 국가가 유해물질 허용기준이 통일되면 좋겠지만 K푸드의 인기가 식기 전 제도화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시간부터 문제다. 식약처 계획대로 상반기에 '아프라스'가 만들어진다해도 수많은 식품품목 하나하나를 제도화하는데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 각국의 이해가 제각각이다보니 조율하기까지 얼마나 걸릴지 모른다. 라면 품목 하나만 해도 연내 장담이 어렵다. 설령 계획이 성공한다 해도 우리 기업이 아시아 태평양만 수출하는 것도 아니다. 이를 확대해 모든 국가에서 통용되는 유해물질 허용기준을 만드는 것은 보다 먼 미래다.

기업들에겐 아프라스 같은 제도적 접근도 필요하지만 당장 중요한 것은 현지 식품코너에 자사의 물건이 진열되는 것이다. 현지에서 사업을 하다보면 그 나라 정부나 지자체, 공공기관에서 상상하지 못할 이유를 들먹이며 사업에 제동을 거는 일은 부지기수다. 원칙대로 했다가 시기를 놓쳐 사업기회를 날리거나 커다란 빚만 지고 귀국하는 사례는 헤아릴 수 없다.

그래서 기업에겐 현지의 정보를 빠르게 입수하는게 중요하다. 문제는 현실이다. A사는 전세계 거의 100개국에 라면을 수출하지만 걸음마 단계인 국가가 많다. 때문에 전체 국가의 유해물질 허용기준 같은 제도를 파악하는 인력을 두어명 두는게 전부다.

민간의 한계는 결국 공공의 몫이다. 아프라스같은 규제협의체 설립과 별개로 정부가 코트라 같은 해외공관을 적극 활용해 각국 제도변화를 취합하고 기업의 전달자 역할에 더 힘을 쏟는다면 어떨까. 지난해 유럽에서 벌어진 K라면의 폐기 위기는 와치독(정찰견)이 제 기능만 발휘했다면 벌어지지 않았을 일이다.

 /사진=지영호
/사진=지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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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영호 기자

'두려울수록 맞서라' 처음 다짐을 잊지 않는 기자를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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