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G7(주요 7개국)은 정상회담 후 공동성명에 "동중국해와 남중국해 상황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힘에 의한 어떠한 일방적인 현상변경 시도에도 강력히 반대한다"는 문구를 담았다.
하루 뒤 중국 국가문물국은 하이난성 정부와 과학기술부와 공동으로 하이난 싼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남중국해 북서쪽 대륙붕 사면 약 1500m 깊이 해역에서 명나라 시대 건조된 것으로 추정되는 난파선 2척과 도자기 등 10만점 넘는 유물을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하이난성 지역 신문 하이난르바오는 "고대 난파선은 비교적 잘 보존돼 있고 문화재의 수가 많은 데다 시대가 명확하며 중요한 역사적, 과학적, 예술적 가치를 갖고 있다"며 "이 중대한 발견은 중국 선조들이 남중국해를 개발하고 왕래했다는 역사적 사실을 실증한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난파선과 유물을 발견한 시점을 지난해 10월이라고 밝혔다. 7개월이나 지나서, 하필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팽창을 저지하는 공동성명이 발표된 다음 날 유물 발견 사실(중국의 일방적 주장이긴 하다)을 공개한 건 우연일까. 또 지역 신문은 왜 '선조들이 남중국해를 개발하고 왕래했다'고 했을까.

중국의 의도는 분명하다. '선조들의 바다였으니 후세의 바다'인 게 당연하다는 논리를 펴고 싶은 게다. 중국이 남중국해를 손에 넣기 위해 기울였던 지난날 노력도 이번과 판박이다. 그동안 중국은 기원전 2세기 초 선조들이 남중국해를 탐험하고 난하이 제도를 발견했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면서 남중국해 일부 섬과 암초에 중국 어부들이 남긴 농작물, 우물, 집, 사원, 무던, 비문이 존재한다고 했다.
1930년대와 1940년대 프랑스와 일본이 시사군도, 난사군도 일부 섬과 암초를 '불법' 점령한 적이 있지만 2차 대전을 거쳐 패전국 일본으로부터 이 바다를 돌려받았다고 주장한다. 중국은 이 주장을 펼 때 '대만'을 언급한다. 중국의 일방적 주장인 남중국해에 역사적 실체가 뚜렷한 대만을 같은 꾸러미에 넣어 남중국해 소유를 세계적으로 공인된 사실(史實)인 것마냥 취급했다.
우리는 고구려, 발해사를 중국 역사로 분류해 한반도를 사실상 중국의 속국으로 만든 동북공정 과정을 똑똑히 지켜봤다. 중국은 동북공정의 전 단계로 고구려사에 '일사양용론(一史兩用論)'이라는 해괴한 이론을 들이밀었다. 하나의 역사를 보는 관점에 따라 두 개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중국식 논리 전개에 따르면 고구려 역사는 한민족의 것이며 중국의 것이기도 하다.
이는 평양으로 천도하기 이전의 고구려사는 중국사, 평양 천도 이후 고구려사는 한국사라는 논리로 발전했다. 동북공정 이후 중국 열혈 애국자들은 한반도 역대 왕조 모두 중국의 속국이었다고 주장하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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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토를 둘러싸고 중국이 취한 일련의 과정을 두고 자오쑤이성 덴버대학교 국제학부 교수는 2017년 6월 미국 예일대 교내 잡지에 기고한 글에서 '현재를 위해 과거를 사용하라(Use the past to serve the present)'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일부 지도자들이 역사를 선택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학문이 아니라 정치적인 목적 때문"이라고 날카롭게 비판했다.
자오 교수 말대로 역사야말로 중국식 레토릭의 핵심이다. 일사양용 같은 무리수가 동원되는 건 이런 배경에서다. 목적을 위해서라면 남의 나라 역사까지 마음대로 짜깁기하는 중국의 태도를 세계가 경계하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남중국해에서 명나라 유물이 발견됐다는 갑작스러운 소식에서도 사실관계에 관한 의심부터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중국이 미국을 넘어 세계 최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경제성장, 군사력 증강이 아닌 신뢰 회복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