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가 복귀하면서 미국은 물론 국제적으로도 혼돈의 소용돌이가 거세다. 중국은 물론 전통적 우방국에까지 관세폭탄을 쏟아붓는 데다 이민축출을 넘어 그린란드, 파나마운하 혹은 가자지구 등에 대한 팽창적 야욕도 가시화됐다. 트럼프 2기를 어떻게 이해하고 대응해야 할지 논란이 한창이다.
당초 지난 1기 때 트럼프는 '잭슨모델'을 제시했다. 미국 제7대 대통령으로 당시 미국을 지배한 엘리트 귀족문화에 맞서 서민 대중의 욕망에 기반을 둔 '잭슨민주주의'를 개척한 앤드루 잭슨이 부각된 것이다. '서민의 대통령'을 자임한 트럼프의 포퓰리즘과 공명하는 대목이다. 특히 잭슨은 영국과 전쟁에서 대승을 거둔 전쟁영웅의 후광이 컸는데 오늘날엔 비즈니스가 전쟁을 방불케 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비즈니스 영웅' 트럼프가 그에 비견되는 셈이다.
하지만 이러한 잭슨민주주의는 도리어 정부 내 정치적 반대파를 숙청하고 지인들의 모략과 정치적 충성심에만 의존하는 이른바 '주방내각'(kitchen cabinet), 즉 '엽관제'(獵官制)로 귀결되고 말았다. 지금 트럼프에게 재생되는 모습이다. 아울러 서민, 즉 백인남성 노동자에게 초점을 맞춘 정치는 그 배후에 무자비한 인디언 토벌을 수반했다. 트럼프의 반이민정책은 그 동전의 이면일 테다. 결국 트럼프의 잭슨민주주의 실험은 재선에 실패한 후 미국 의회점거 사태로 참담하게 막을 내렸다.
그러다 2기에는 또 다른 카드를 꺼냈다. 이제는 제25대 대통령 윌리엄 매킨리가 모델이다. 트럼프는 취임연설에서 "미국의 황금시대가 시작된다"며 "관세와 재능을 통해 우리나라를 매우 부유하게 만든" 인물로 그를 지목했다. 실제로 매킨리는 '관세왕'으로 불렸는데 하원의원 시절 '1890년 매킨리관세법'을 제정해 관세율을 평균 48%까지 인상했고 1897년 대통령 취임 직후에도 직전 정부에서 인하된 관세율을 되돌렸다. "관세는 가장 아름다운 단어"라는 트럼프의 지론에 적임인 인물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관세인상은 정작 미국의 1893년 공황을 초래한 주범으로 평가된다. 매킨리 역시 점차 고립주의와 보호무역을 버리고 자유무역으로 돌아섰다. 특히 그는 에스파냐와 전쟁 등을 통해 괌과 하와이를 편입하며 태평양으로 진출했고 나아가 아시아의 필리핀까지 차지했다. 이후 가쓰라-태프트밀약은 일본에 조선을 넘기고 미국의 필리핀 지배를 용인받은 것이다. 이처럼 매킨리의 자유무역 선회는 이러한 제국주의 열풍에 따른 것이다. 중국에 대한 문호개방 압력도 마찬가지였다.
사실 잭슨의 인디언 토벌은 서부개척 열망을 반영했고 역시 잭슨이 기초한 먼로주의도 외견상의 고립주의와 달리 미국의 아메리카 지배를 정당화하고자 한 것이었다. 또 매킨리는 국지적 차원을 넘어 본격적인 세계 제국주의의 길로 나섰다. 결국 잭슨에서 매킨리로 이어지는 트럼프의 모델진화는 모두 사실상의 국경확장, 팽창주의적 야욕을 집약한다. 안타깝게도 매킨리는 재선 이후 무정부주의자에게 암살됐다. 비극이 되풀이돼선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