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트럼프 상계관세의 딜레마

[MT시평]트럼프 상계관세의 딜레마

김성재 미국 퍼먼대 경영학 교수
2025.02.13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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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재 미국 퍼먼대 경영학 교수
김성재 미국 퍼먼대 경영학 교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알래스카 디날리산의 이름을 맥킨리산으로 되돌리겠다고 했다. 찾는 이가 드문 외진 곳의 산 이름에 왜 집착하는지 의구심을 자아냈다. 트럼프는 19세기 말 대통령인 윌리엄 맥킨리를 존경한다.

군인 출신 대통령으로 스페인과 전쟁에서 승리해 푸에르토리코, 하와이, 필리핀을 모두 차지한 공로를 높이 평가했다. 글로벌 강대국 미국의 시대를 연 당사자라고 할 수도 있다. 또 하나 트럼프가 그를 좋아할 만한 부분이 있다.

맥킨리는 고율관세 지지자였다. 1890년 하원의원으로서 50% 관세안을 밀어붙여 통과시켰다. 몇십 년 만에 관세가 가장 높은 수준으로 상승했다. 공업지대인 오하이오 출신인 그는 관세의 국내 산업보호 효과를 강조해 '보호의 나폴레옹'으로 불렸다.

미국 연방정부 전체 세수의 절반을 관세 수입으로 충당하기도 했다. 관세 지지를 넘어 신봉자에 가까운 트럼프도 마찬가지다. 호시탐탐 관세를 올릴 기회만 엿본다. 하지만 금융시장은 관세부과가 나올 때마다 경기를 일으켰다.

2월 첫 주 백악관이 캐나다와 멕시코, 중국에 각각 25%, 10%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하자 장기금리가 치솟고 주가는 급락했다. 가상자산 시장마저 붕괴의 조짐을 보이자 트럼프는 서둘러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관세 시행을 유예했다.

관세에 대한 시장의 차가운 반응은 과거에도 마찬가지였다. 2018년 트럼프가 중국에 대해 10~25% 관세를 부과하자 S&P500지수는 10% 가까이 하락했다. 1930년대 대공황을 악화시킨 스무트-홀리관세법 시행 후엔 다우존스지수가 90% 내렸다.

관세가 경제에 독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정부가 10%의 관세를 부과하면 세관을 통과하는 순간 수입품의 가격도 그만큼 상승한다. 이 중 일부는 생산자나 판매자가 흡수하겠지만 절반가량은 소비자에게 전가된다.

물론 가격인상이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정도는 시장구조와 가격탄력성에 따라 다르다. 휘발유와 같이 미 국내 경쟁이 치열한 수입품의 가격인상은 제한적이다. 하지만 의약품과 같이 국내 생산기반이 약하고 가격이 올라도 소비해야 하는 제품의 가격 상승폭은 크다.

관세부과로 인한 장기적 효과는 더 재앙적이다. 경제학자들은 트럼프 1기 때 미중 무역전쟁으로 경제성장률이 0.4%포인트 안팎 떨어졌을 수 있다고 분석한다. 무역전쟁이 다른 국가로 확산하고 장기화하면 경제성장에 미치는 악영향은 더 클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트럼프는 집요하다. 시장이 안정되자 지난 주말엔 상대국가의 관세수준에 맞춤 대응하는 상계관세를 시행하겠다고 선언했다. 시장은 또 한번 화들짝 놀랐다. 하지만 트럼프가 상계관세를 올리려고 시도해도 다른 나라가 먼저 관세를 내릴 가능성이 높다.

관세를 올릴 방안을 찾다가 자유무역을 더 강화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맥킨리 전 대통령도 상계관세를 통해 오히려 관세를 내렸다. 트럼프의 상계관세 딜레마다. 하지만 관세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한국은 상계관세의 우선 타깃이 될 수도 있다. 유의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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