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헌법이 담아야 할 시대정신

[MT시평]헌법이 담아야 할 시대정신

이수현 변호사(이수현법률사무소 대표)
2025.02.26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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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현 이수현법률사무소 대표
이수현 이수현법률사무소 대표

계엄과 대통령 탄핵재판을 계기로 개헌이 논의된다. 개헌은 헌법을 바꾸는 일이고 헌법은 한 국가의 가장 기본적인 법규범이다. 문자로 표현된 성문헌법과 유사한 게 인류 역사에서 처음으로 등장한 것은 1215년 영국 대헌장(마그나카르타)이고 한반도 역사론 고종이 1895년 선포한 홍범14조다. 문자로 뭔가를 약속하고 표현한다는 것은 말로는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사인들의 구두약속을 서로 믿지 못할 때 각서를 쓰고 계약서를 쓴다. 헌법을 글로 쓴다는 것은 신민들이 국가나 왕을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헌법은 사회계약론이란 사회철학이 법학의 영역으로 진화한 것이다. 헌법은 국가와 국민의 법률관계를 규율한 기본법이다. 법률은 권리를 부여하고 의무를 부과하는데 헌법의 경우 대부분 의무는 국가에 부과되고 대부분 권리는 국민에게 부여된다.

헌법은 국가권력을 창출하는 규범이라기보다 국가권력을 제한하고 손발을 묶는 규범이다. 국가의 자의적인 손발이 묶인 바로 그 자리에 국민의 기본권이 존재한다. 헌법은 국민 기본권의 근원이 아니라 국가 이전에 존재한 천부의 인권이 국가에 의해 자의적으로 유린되지 않을 때 기본권이 제도적으로 보장된다

한국 근현대사는 이 근대적 의미의 헌법을 발견해나가는 과정이었다. 고종이 1899년 반포한 대한제국 헌법은 일종의 흠정헌법이다. 이는 대한제국이란 국가의 손발을 묶음으로써 신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헌법이 아니라 제국과 황제의 권위와 권능을 선포함으로써 신민의 기본권을 위압하고 억압하는 헌법이다. 근대적 헌법이 아니다. 전도되기는 했으나 국가와 국민의 관계를 밝힌 문서라는 점에서 의미 있는 출발점이었고 지난한 역사와 투쟁을 통해 우리는 1987년 10월 현재의 헌법을 쟁취했다.

이승만과 박정희는 그들의 위대한 업적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헌법을 개인의 집권연장이란 지극히 사적인 이해관계로 난도질했다는 점에서 치명적인 과오를 범했다. 이들은 나란히 집권 7년차인 1954년과 1969년 3선을 금지한 헌법을 개정했고 결국 이 개헌을 통해 3선에 성공한다. 이들은 3선을 한 후에도 부정선거와 유신쿠데타로 권력을 이어갔으나 결국 그 이유로 비극적인 종말을 맞는다. 이들의 과오는 개인적 권력욕에 의해 저질러졌으나 국가의 기본법인 헌법을 건드린 과오였으므로 그로 인한 국가와 국민의 피해는 광범위했고 심대했다.

1972년 유신개헌으로 대통령 직선제가 폐지된 후 다시 직선으로 대통령이 선출되기까지 15년이 걸렸다. 1987년 봇물처럼 터진 민주적 정당성에 대한 요구는 유신헌법을 계승한 5공화국 헌법에 대한 여야 합의의 개헌으로 이어졌다. 1987년 개헌은 유신개헌 이전으로의 복귀였고 자연스럽게 3공화국 헌법을 기본틀로 했다. 결국 1963년에 만들어진 헌법의 틀로 우리는 지금의 2025년을 살고 있는 것이다.

그 60여년 동안 세계와 한국은 엄청난 변화를 겪었고 한국인들의 헌법적 가치와 헌법의식 역시 변화했다. 이러한 변화는 현재의 헌법을 전제로 한 헌법재판소의 결정례로 감당하기 어려운 지경이다. 현재 논의되는 개헌논의는 한반도 구성원들의 헌법적 가치를 어떻게 담아내고 이를 위한 국가 지배구조를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의 문제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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