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모멘텀이 돌아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후 첫 의회 연설에서 한 말이다. 그의 단호한 선언이 무색하게 미국 경제는 모멘텀을 잃고 있다. 증시는 곤두박질치고 경제엔 스태그플레이션 경고등이 깜빡인다. 물가가 좀처럼 안정되지 않는 가운데 경제 대들보인 소비마저 흔들릴 조짐이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시장에선 미국이 세계적인 경기 둔화 흐름과는 예외적으로 호황을 누릴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이른바 미국 예외주의다. 투자자들 사이에선 "모든 길은 미국으로 통한다"는 말이 돌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와 규제 완화 같은 친시장 정책에 대한 기대가 희망을 부채질했다.
희망을 공포로 바꾼 건 트럼프다. 그는 연방 공무원 수십만명의 해고를 추진했고 중국, 캐나다, 멕시코 같은 최대 무역 상대국에 고율 관세 부과를 강행하며 무역전쟁을 촉발했다. 관세를 유예했다가 부과했다가 일부엔 면제하는 등 캐나다와 멕시코를 상대로 한 오락가락 관세 정책은 시장 혼란을 부채질한다.
관세 완화를 호재로 받아들이던 투자자들도 이젠 경기 침체 가능성과 정책 불확실성을 더 우려하는 모습이다. 미국 증시 벤치마크인 S&P500지수는 트럼프 당선 후 상승분을 전부 반납했다. 나스닥지수는 전고점 대비 10% 넘게 떨어지며 기술적 조정 구간에 진입했다. 미국 기술 저널리스트인 마이크 매스닉은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투자자들이 창조적 파괴와 단순한 파괴의 차이를 비싼 대가를 치르며 배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근본적으로는 다자주의와 자유무역을 기반으로 형성된 미국과 파트너 국가 간의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 중국과 유럽은 더 이상 미국을 믿을 수 없다고 보고 안보와 경제에 공격적으로 재정 지출을 늘릴 태세다. 트럼프식 막무가내식 미국 우선주의가 다른 나라의 모멘텀을 강화하는 아이러니한 현상을 낳고 있는 셈이다.
트럼프는 오는 12일 수입산 철강 알루미늄에 25% 관세와 다음 달 2일 이후 상호관세를 강행한단 방침이다. 그러나 이 역시 예고대로 부과가 될지, 그 범위가 어떻게 될지, 언제 뒤집힐지 예측하기 어렵다. 불확실성은 사라지지 않고 미국이 감내할 경제적 고통은 커진다. 미국 경제의 황금기를 약속한 트럼프가 미국 경제를 시험대로 몰아넣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