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는 세상]
올해 대기업 노조의 핵심 요구사항 중 하나는 정년연장이다. 현대차, 기아, 한국GM, HD현대중공업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 사측에 일제히 정년연장을 요구하고 나섰다. 매년 반복되던 것이긴 하지만 재계는 올해 노조가 회사를 압박하는 강도가 예전보다 더 높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약속했던 것이 정년연장이기 때문이다.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이 20% 이상을 차지하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면서 현행법상 정년 60세와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의 불일치 등 고령자 일자리의 필요성은 기업들도 공감한다. 다만 문제는 정년연장으로 인해 커지는 부담감이다. 대다수의 기업이 연공서열형 임금체계를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년을 연장하게 되면 임금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또 경영상 어려움이 있다고 하더라도 직원 해고가 어렵기 때문에 대외 불확실성에 대응하는 것이 더 까다로워 진다.
세대 문제의 관점에서 정년연장으로 인한 부작용은 사회적으로 고민해야 할 문제다. 정년연장으로 인한 청년 채용 감소는 정년을 60세로 한차례 연장했을 때 일어났던 현상이다. 정년연장으로 인한 혜택이 일부 대기업 노동자들에게 집중되는 것도 살펴 봐야 한다. 단순한 정년연장으로는 그간 한국 노동계의 고질병으로 꼽히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가 더 심화할 가능성이 높다.
무작정 정년연장을 시행한다면 기업의 경쟁력은 줄어들고 사회 갈등은 증폭될 가능성이 높다. 정년연장을 약속한 이 대통령 역시 이같은 문제점을 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 공약은 국민연금 수급 시점인 2033년까지 단계적으로 정년을 65세로 늘리겠다는 것이었다. 이는 8년이라는 시간 동안 정년연장으로 생길 수 있는 부작용도 함께 해결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실제로 이 대통령은 취임 후 첫 국무회의에서 노동시장 유연성을 언급했다고 한다. 국무회의 회의록에 따르면 그는 "노동시장 유연성과 사회안전망, 그리고 사용자들의 부담이 서로 선순환될 수 있도록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정년연장을 위해서는 노조도 노동시장 유연성을 높이기 위해 협조해야 한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노동시장 유연성 확보, 임금체계 개편 등에는 아무런 협조도 하지 않는 노조가 정년연장만 주장하는 것은 기업의 경쟁력, 청년 일자리 등은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미 현대차·기아 등 대기업들은 계속 고용 방식으로 일할 수 있는 기간을 법적 정년보다 늘려놓은 상태다. 이런 마당에 노조의 일방적인 정년연장 요구가 정당하다고 받아들이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초고령사회인 한국에서 고령자 고용은 피할 수 없는 과제이지만, 사회통합을 해치지 않고 이를 연착륙시킬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노조도 상생의 길이 무엇인지를 먼저 생각하고, 고령자 고용을 위해 노조가 양보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머리를 모아야 할 때다. 기업이 망가지고 나면 노조는 아무 의미가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