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사상 누구도 9개월 만에 8개 전쟁을 해결한 적은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0월 노벨평화상 발표를 앞두고 내놓은 이 발언은 스스로 '피스메이커'(peacemaker·평화중재자)로 인식한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월 재취임 이후 해결했다고 주장하는 분쟁 지역은 가자지구(이스라엘·하마스)를 비롯해 이란·이스라엘, 태국·캄보디아, 인도·파키스탄 등 다양하다. 하지만 그가 휴전을 선언한 지역에 진정한 평화가 이뤄졌다는 평가는 많지 않다.
가자지구가 그 대표적인 사례다.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의 '가자지구 평화구상'에 합의했고, 현재 인질 석방 및 교환과 구호 물품 반입 등 휴전안을 이행 중이다. 하지만 가자지구 내 총성과 민간인 피해는 여전하다. 표면적으로는 전쟁이 멈춘 것으로 보이지만, 진정한 평화는 아직인 것이다. 6월 이란·이스라엘 휴전 역시 불안한 평화에 그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휴전 합의를 "중동의 평화를 끌어낸 역사적 합의"라고 자찬했지만, 중동 불안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인도·파키스탄 휴전과 관련해선 당사국 인도가 인정하지 않는 중재 성과를 주장했다.
진정한 평화는 속도보다 얼마나 지속되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휴전은 지속성보다 속도에 맞춰져 그만큼 얕고 불안하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영국 채텀하우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는 전면전을 늦추는 데 일정한 효과가 있었지만, 제도적 평화로 이어진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평화중재자 자질을 의심케 하는 '핵실험' 발언으로 국제사회를 뒤흔들었다. 그는 지난달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과 러시아의 핵실험을 주장하며 미국도 핵실험 재개를 검토할 수 있다고 했다. 전쟁을 끝내겠다는 평화중재자가 핵 군비 경쟁 억제가 아닌 추가 경쟁 가능성을 예고한 셈이다. 평화중재자의 가장 큰 과제는 '멈춘 전쟁을 다시 시작하지 않게 하는 것'이다. 불안정한 휴전 위에 세운 명예는 오래가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이 진정 '평화중재자'로 남길 바란다면 성급한 합의와 자기 과시보다 휴전의 유지와 신뢰 구축에 더 많은 에너지를 쏟아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