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예실차 실격

[MT시평]예실차 실격

이병건 DB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
2025.11.20 02:05
이병건 DB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
이병건 DB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

주요 보험사들의 지난 3분기 실적은 상당히 부진했다. 연속된 자동차보험료 인하효과 누적으로 업계 상위 손해보험사마저 자동차보험 실적이 적자로 전환한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가장 부담스러운 것은 보험금 예실차(예상-실제차이) 손실폭 확대였다. 많은 회사가 의료파업이 종료되면서 보험금 청구가 늘어난 것을 원인의 하나로 지목했지만 그렇게만 보기엔 추세가 심상치 않다. 이런 추세라면 연말 손해율 가정변경으로 CSM(고객서비스마진)이 큰 폭으로 감소할 것으로 우려된다.

2023년부터 적용된 IFRS17에서 보험영업이익은 우선 CSM의 해당 연도분과 보험금 및 사업비의 예실차로 구성된다. 보험사 수익은 대부분 미래이익의 현가인 CSM에서 발생하지만 오차보정에 해당하는 예실차도 중요한 항목이다. 해당 회계연도에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 보험금 및 사업비를 매출로, 그리고 실제로 발생한 보험금 및 사업비를 비용으로 인식하면서 발생하는 것이다.

IFRS17 회계처리는 과거 통계에 기반한 미래가정을 근거로 이뤄진다. 누구도 미래를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고 과거 통계가 미래에 그대로 유지될 리도 없다. 그래서 예실차는 반드시 발생한다. 하지만 가정이 합리적으로 만들어졌다면 예실차 이익이나 손실이 어느 일방으로 치우치거나 경향성을 보이지 않고 시간의 경과에 따라 상쇄돼야 한다.

때로는 예실차의 긍정적 추세는 경영진의 성과로 해석되기도 한다. 경영진이 회계처리의 기반이 된 과거 통계에 비해 회사를 더 잘 경영하고 있다면 미세하게나마 예실차 이익이 계속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정의 합리성을 의심할 수준으로) 큰 금액이 아니라면 예실차 이익이 발생하는 것을 경영진의 성과로 볼 여지도 있다.

그런데 이번 3분기처럼 큰 규모로 예실차 손실이 발생하면 회계처리의 근거가 된 가정이 너무 낙관적이지 않나 하는 우려를 피할 수 없게 된다. 과거 통계에 기반해 수립한 가정보다 계속해서 보험금 지급이 많고 그 차이가 확대된다는 것은 보험금 지급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추정해 CSM을 과다하게 인식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게 된다. 이러한 현상은 현재 판매되는 신계약 수익성에도 의문을 품게 한다. GA채널을 중심으로 치열하게 벌어지는 영업경쟁과 이로 인한 신계약비 과다집행, 그리고 판매 경쟁력이 높은 담보 위주로 편성된 상품경쟁에서 신계약의 수익성이 덜 보수적으로 계산됐을 가능성이 우려되는 것이다.

집계방식에 따라 다르지만 한국의 보험 세대가입률은 98%를 넘어 세계 최고 수준이며 민영 생명보험 가입률도 85%를 상회한다. 빠르게 고령화가 진전되면서 보험시장의 포화도도 높아지지만 부실회사들의 처리가 빠르게 이뤄지지 못하는 상황에서 GA채널을 중심으로 경쟁은 가속화한다.

정리제도를 포함한 감독당국의 제도정비 등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마케팅 관점에 매몰돼 역선택 가능성이 높은 상품을 마구 판매하는 태도는 자제가 필요하다. IFRS17하에선 과거와 달리 무리한 결과가 생각보다 빨리 드러나기에 더욱 주의가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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