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AI로 생산성과 사회후생을 증대시키려면

[MT시평]AI로 생산성과 사회후생을 증대시키려면

박양수 대한상공회의소 경제연구원장
2026.03.24 08:37

인공지능(AI)의 확산은 우리 경제의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제조업과 서비스업 전반에서 AI 전환(AX)이 본격화되면 동일한 자원으로 더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저출생과 노동력 감소로 잠재성장률 하락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AI는 사실상 가장 유력한 돌파구다.

AI 도입의 효과와 관련하여 초기에는 '제이커브 효과'로 생산성 향상이 지연될 수 있다는 견해가 많았으나, 최근에는 생산성 개선을 확인하는 실증 연구가 잇따르고 있다. 대한상의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의 근로자 대상 설문조사 분석에서도 생성형 AI 활용이 근무시간을 평균 17.6% 절감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일한 산출을 더 적은 시간으로 달성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문제는 이러한 효율성 개선이 고용 구조에 미치는 영향이다. 아직까지 기존 인력의 창의적 업무 재배치나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지만, 신규 채용 축소는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향후 에이전틱 AI와 피지컬 AI가 확산되면 사무직뿐 아니라 기술직에서도 기존 직원의 고용축소가 불가피할 가능성이 크다.

이 지점에서 핵심적인 질문이 제기된다. 생산성 향상이 과연 사회 전체의 후생 증가로 이어질 것인가? 경제학적으로 효용은 소비와 여가에서 발생하며 개인은 자발적 선택을 통해 균형을 찾는다. 그러나 AI로 인한 비자발적 실업자는 원치 않는 여가를 강요받는 동시에 소득 부족으로 소비 제약에 직면한다. 이 경우 여가의 한계효용은 급격히 낮아지는데, 비자발적 실업자의 비중이 급등하면 사회 전체 후생이 감소할 수 있다.

이는 소득과 여가의 불평등 문제로도 확장된다. AI 전환의 이익이 일부 계층에 집중될수록 한계소비성향 차이로 유효수요가 위축되고, 생산성 향상이 경제 성장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역설이 발생할 수 있다. 노동시간의 양극화 역시 사회적 후생을 저해하는 요인이다.

앞으로 AI 확산은 단순한 신규 채용 감소를 넘어 기존 고용 구조 전반의 재편으로 이어질 것이다. 이 과정이 급격히 진행되면 사회적 불안과 기술 발전에 대한 저항이 나타날 수 있다. 성장 잠재력 제고를 위해 AI의 신속한 확산이 절실한 우리로서는 사회적 수용성 확보가 중요한 과제가 된다. 즉 기술 진보를 사회적 후생의 증가로 연결하는 제도 설계가 관건인 것이다.

AI를 통한 생산성 향상과 사회적 후생 개선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려면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여 생산성 향상이 실현되도록 하는 한편, 비자발적 실업자에 대한 소득 보전, 재교육 및 재취업 지원 등의 시스템을 정교하게 마련해야 한다. 동시에 AI로 인한 이익을 적절히 환수하는 조세 체계도 병행되어야 한다. 이들 장치는 개인이 소비와 여가를 자발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을 복원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결국 AI 시대의 과제는 선도적 기술 개발 및 적용뿐 아니라 분배 등 제도설계 문제다. AI 기본법 시행을 넘어 이제는 생산성 향상을 실제화하고 그 과실을 이윤, 고용 및 노동시간, 사회보장 등에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 정책 담론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박양수 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 원장

박양수 대한상공회의소 경제연구원장
박양수 대한상공회의소 경제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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