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등급 커트라인 최초 공개 등 새로운 시도 나서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가 입시설명회에서 수능 등급 커트라인을 최초로 공개하는 등 정부가 대학입시에서 학생·학부모의 사교육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바람직한 시도라는 시각이 있는 반면 '돈낭비, 시간낭비'라는 시각도 있어 평가는 엇갈리는 분위기다.
◇확 달라진 대교협 대입지원 서비스
지난해와 달리 대교협은 올해 대입지원 서비스를 대폭 강화했다. 우선 수능 당일 서비스부터 달랐다. 지난해까지는 매 교시 시험이 끝난 직후 문답지를 공개한 게 전부였지만 올해에는 EBS와 함께 '출제경향 분석자료'를 내놨다.
자료 말머리에는 '이제 수능 분석은 교사가 합니다'라고 써놓았다. 난이도 속보 자료를 내놓는 사설 입시학원들과 경쟁하겠다는 선전포고였다.
교육과학기술부 기자실 맞은편 당직실에는 아예 대교협과 EBS 파견 교사들로 구성된 취재지원팀을 상주시켰다. 이들은 매 교시 기자들과의 인터뷰를 자청했다. 현직 교사들도 학원의 입시전문가 못지않게 분석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시도였다.
학원 강사들에게 넘어간 인터뷰 주도권을 되찾겠다는 의도도 있었다. 학원가에서는 정부의 이 같은 서비스에 대해 '시험지를 미리 보고 해설하는 것 아니냐'며 극도의 경계심을 보이기도 했다.
최초 시도는 수능이 끝난 뒤에도 이어졌다. 대교협은 지난 21일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학원식 대형 입시설명회를 열고 수능 영역별 등급 커트라인 정보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입시설명회 횟수도 지난해보다 늘리고 점수대별 지원가능 대학 등이 담긴 이른바 '배치표'도 직접 만드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다음달 8일 수능 성적 발표일에는 분석 자료를 학원들보다 앞서 발표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늦게나마 바람직" vs "돈낭비, 시간낭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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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당국의 이같은 시도에 대해 늦었지만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많다. 서울의 한 고3 담임 교사는 "그 동안 교과부에서는 수능만 신경쓰고 나머지는 나몰라라 한 측면이 있었다"며 "늦었지만 학원 못지않게 공교육에서도 입시서비스를 강화하는 게 의미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양정호 대교협 입학전형지원실장(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은 "대학이 가만히 앉아서 학생들을 받기만 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며 "교육소비자인 학생과 학부모들을 위해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대교협 차원에서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정부의 이 같은 시도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도 보내고 있다. 입시학원의 한 관계자는 "대교협은 본질적으로 대학, 교과부 등 교육공급자 위주의 이야기밖에 할 수 없는데 진정으로 학생, 학부모 입장에서 얘기를 해주겠느냐"고 되물었다.
중복합격에 따른 미등록률 등 기본적으로 대학에 불리한 이야기는 하지 않고 우리 대학은 이렇게 뽑는다 류의 식상한 얘기만 하면서 돈과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전날 대교협 입시설명회에는 정원(2800석)을 훨씬 초과한 4500여명의 학생, 학부모가 몰렸지만 같은 시각 다른 장소에서 열린 5곳의 대형 학원들의 입시설명회 참석 인원은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오히려 어려워진 수능 때문에 '초만원'을 기록했다.
입시업체 다른 관계자는 "우리 설명회에 사람이 너무 몰리는 것도 눈치가 보여 대교협 설명회와 날짜를 같게 했다"며 "정부가 정말 신경써야 할 서비스가 배치표와 입시설명회인지는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