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금수저 논란' 학종…사교육 잡아야 경제도 산다

[MT리포트]'금수저 논란' 학종…사교육 잡아야 경제도 산다

세종=문영재 기자
2018.03.21 04:00

[학종! 이대론 안된다]①10년째 '금수저-흙수저' 싸움…학종 선발비중 낮추고 평가기준 공개 필요…"아이들 공부 부담 줄여줘야"

[편집자주] 교육 정책은 경제성장의 출발점이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 중인 소득주도성장의 핵심은 가계의 가처분소득을 올려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거다. 치솟고 있는 사교육비가 큰 걸림돌이다. 사교육의 진원지는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이다. 학생들의 잠재력을 끌어내기 위해 도입됐지만, ‘금수저 전형’ 등 공정성 시비가 여전하다. 입시제도 개혁이 절실한 이유다. 학종 문제 해결은 곧 경제 살리기다.

"시험 성적뿐 아니라 다양한 가치로 평가하는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의 취지는 정말 좋습니다. 그러나 학종을 준비하고 평가받는 과정에서 내신·수능준비에 따른 부담, 학생생활기록부(학생부)에 대한 불신, 대학의 평가기준·선발결과 미공개 등은 문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대전 성모여고를 졸업하고 한국교원대에 입학한 박채린양(19)의 말이다. 현행 학종을 둘러싼 논란의 핵심을 단적으로 드러낸 말이다.

20일 교육부에 따르면 학종의 역사는 2007년 이명박 정부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정부는 성적보다 잠재력에 비중을 두고 학생을 선발하겠다며 2008학년도 대입부터 '입학사정관제 전형'을 전격 도입했다. 그러나 입학사정관제는 교육 시장을 팽창시키고 양극화를 심화시켜 '고소득층 자녀들에게만 유리하다'는 비판에 직면했고 결국 정권이 바뀌면서 명칭이 사라졌다.

대입 전형 간소화 정책을 추진한 박근혜 정부에서 학종(2015학년도)이 그 자리를 대체했다. 입학사정관제 도입 초기 대학들은 정성평가인 입학사정관제 도입에 소극적이었다. 2008학년도 대입에서 서울 소재 일부 대학에서 입학생의 20%만 입학사정관제로 선발했다. 입학사정관제가 학종으로 이름이 바뀐 2014년에도 대학 입학실무자와 입학사정관, 교사들은 학종의 선발 비중을 21~30%로 하는 게 적정하다고 판단했다.

◇학종은 왜 '천덕꾸러기'가 됐나=대입 수시 학종 선발 비중은 2015학년도 15.7%(5만9284명)에 그쳤지만 2019학년도 24.3%(8만4764명)까지 증가하며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올해 서울대와 고려대·연세대 등 주요 대학 8곳의 학종 선발 인원 비중은 54.3%에 달했다.

이처럼 학종 선발 규모가 단기간 급격히 커진 것은 정부의 재정지원 사업과 무관치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지적이다. 안선회 중부대 교육대학원 교수는 "대입전형 가운데 하나인 학종은 자율적 제도인데도 정부가 지원금을 나눠주면서 강제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이명박·박근혜정부에서는 '대학의 입학사정관 역량 강화 지원사업'이나 '공교육 정상화 기여대학 지원사업' 등을 추진했다. 대학들은 '물수능'이나 일부 과목 절대평가 도입에 따른 변별력 약화로 학종을 통해 입학생을 뽑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서울 소재 한 대학 입학처장은 "수능의 변별력이 없다면 수능 점수로 학생을 뽑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학생·학부모 등은 학종에 대한 공정성·형평성·신뢰성에 강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학생생활기록부(학생부) 무단 정정·조작 △학생·학교차별 △자기소개서 표절·대필 △도·농간 교내활동 격차 등이 심심찮게 발생했기 때문이다.

실제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염동열 의원이 학부모 304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자의 84%가 학종이 불공정하다고 답했다. 국민의당 송기석 의원이 교육정책토론회에서 발표한 설문조사에서도 학생·학부모의 77.6%가 학종을 불신했다. 이범 교육평론가는 "학종은 복합적인 요소가 많다"며 "철인 3종 경기(수능·내신·논술)을 하던 학생들에게 철인 10종, 15종 경기를 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학종을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안 교수는 "학생들은 학종을 가장 복합한 전형으로 꼽고 있다"며 "복잡한 전형은 선발의 공정성·신뢰성의 약화를 가져오고 입시컨설팅 등 사교육에 의존하는 현상이 심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나'…"미완의 학종 개선해야"=그러나 일선 교사들은 학종이 공정성과 형평성 등에서 여러 문제점을 노출했지만, 폐지하기보다 개선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교사들은 "학생 개개인 마다 가진 재능이 모두 다르다"며 "이들의 잠재력을 끄집어낼 수 있는 교육의 출발점에 학종이 있다"고 설명했다.

지방 소재 한 일반고 교사는 "학종을 통해 교실수업 분위기가 바뀐 건 사실"이라며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글까'라는 속담처럼 아이들이 자신의 능력을 보여줄 수 있도록 학종을 개선해 기회를 열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도권 소재 일반고 한 교사도 "강의식 수능수업이나 EBS만 보도록 하는 수업은 이젠 바뀌어야 할 때"라며 "우리나라 입시제도 가운데 교실 수업을 긍정적으로 바꿔놓은 방식은 학종이 유일하다"고 말했다. 유성룡 1318대학진학연구소장은 "서울 주요대학의 학종 쏠림이 심각한데 학종선발 비율이 30%를 넘지 않도록 조정해 수시 학생부교과나 정시 수능 등 다른 전형으로 분산 지원토록 유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평론가는 "학종의 비교과 비중을 낮추고 교과(내신) 비중을 높여 전형간 간극을 줄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올해 강원 동해시 북평고를 졸업하는 김세현군(19)도 수능 전형만 있었다면 자신이 희망했던 교대 진학이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학종이 있어서 별다른 사교육을 받지 않고 공부와 학교생활을 충실히 할 수 있었다"며 "학종 준비과정에서 겪은 다양한 활동은 스스로를 한 단계 성장시켜 준 경험이었다"고 털어놨다.

학종이 고교 교육 정상화에 기여했다는 결과도 있다. 경희대 입학전형연구센터가 2017학년도 출신 지역별 합격자 현황을 분석한 결과 소득이 높은 지역일수록 수능으로 진학하는 비율이, 소득이 낮은 지역일수록 학종으로 진학하는 비율이 높았다. 서울 강남구는 93%가 수능, 7%가 학종으로 입학했지만, 경기 이천시는 92%가 학종, 8%가 수능으로 합격했다.

◇"대학, 학종 평가기준 홈피에 공개해야"=전문가들도 학종을 없애기보다는 학종의 한계를 보완·개선하는 쪽에 무게를 뒀다. 특히 학종을 둘러싼 논란은 과도기적 현상으로 볼 수 있다며 학종이 제대로 자리 잡기 위해선 대학과 고교 현장에서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학생을 중심에 놓고 아이들의 공부 부담부터 줄여주는 고민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대학들에게 학종에 대한 평가기준과 선발결과를 홈페이지에 공개토록 하고 교육부가 정기 점검을 통해 이행 여부를 확인한 다음 미이행 땐 행·재정적 제재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입시 결과를 계층별로 세분화해 공개하자는 주장도 있다.

강태중 중앙대 교육학과 교수는 "미국 대학에서 입시결과에 대해 흑인 비율 등을 공개하는 것처럼 우리 대학들도 불리한 여건에 있는 학생 비율이 어느 정도 되고, 그 비율이 어떻게 변해가는지 등을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입학사정관의 전문성 강화 △사교육 개입 차단을 위해 학교수업과 비교과 활동 연계(수행평가·방과 후 학교 중심) △학생부 시스템 개선(객관적으로 검증된 내용만 기록) △학생부 조작교사에 대한 처벌 강화 등의 의견도 있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우리나라 입시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객관성·공정성"이라며 "선발결과에 대해 교육주체들의 이해와 납득이 이뤄지면 학종의 공정성도 확보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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