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종! 이대론 안된다]④"교육시스템에 다양성 확보해야"…"대입개편 수요자 요구 충분히 반영해야"
"간판을 얻기 위한 경쟁이면서 계층 이동을 위한 게임이다."
"수험생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라벨을 붙이는 시험이다."
"단순히 사람대접을 받기 위해 치르는 과정이다."
우리나라 대학 입시를 단적으로 표현한 말들이다. 한때 대입은 희망과 기회의 사다리 역할을 했다. 교육만이 유일했던 시절 가난하고 집안 배경이 없어도 개인의 노력으로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고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 이른바 '개천에서 용 난다'는 얘기가 회자 되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 대입은 계층이동 사다리와는 거리가 멀다. 실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사회경제적 지위가 하위 25%인 한국가정의 학생 가운데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3등급 이상 상위권에 든 '학업 탄력적' 학생 비율은 2015년 36.7%를 기록 2006년(52.7%)보다 16%포인트나 급락했다. 취약계층인 이른바 '흙수저' 학생들이 학업성취도를 높이기가 더 힘들어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서울 소재 한 일반고 교사는 "과거 부모의 교육열과 자신의 노력만으로 대입을 통해 계층이동이 가능했다"며 "그러나 현행 대입은 사회적 계층이동을 저해하고 사회적 지위와 부를 대물림하는 수단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나윤경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우리 사회에서 대학 진입 자체가 계층성을 이미 담보하고 있는데 대입이 계층 이동의 수단이 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대입은 오히려 공정성과 형평성 시비에 휘말리기 일쑤다. 특히 2014학년도부터 적용된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은 '금수저' 전형으로 불리며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2018학년도 서울 주요 8개 대학 수시모집에서 학종 선발 인원은 54.3%에 달했고 서울대는 무려 79.1%를 학종으로 뽑았다.
새 정부 들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절대평가 확대 등 대입 개편안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지만, 교사·학부모·학생 등 교육 주체들의 공감대를 형성하기까지 적잖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대입의 정치학' 정권 지향점 따라 바뀌어…"주입식·객관식 한계"=대입은 수험생들이 인생에서 맞는 첫 고비다. 단 한 번의 시험으로 미래가 결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명문대에 입학하면 사회·경제적 혜택을 누릴 수도 있다. 과거 일부 수험생들은 명문사립대에 합격하고도 엘리트코스의 최정점에 서 있는 서울대에 입학하기 위해 3수·4수를 선택했다는 얘기가 종종 신문에 실리기도 했다. 이처럼 평생 운명의 '보증수표'로 여겨지는 우리나라 대입제도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현재의 수능 체제가 만들어지기까지 대입은 당시 정권의 지향점과 교육과정의 변화로 수차례 바뀌었다. 해방 직후에는 대학이 자율적으로 시험을 출제해 입학생을 선발했지만 이후 대학 본고사와 예비고사, 학력고사 등의 이름으로 대입이 치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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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삼 정부 시절 도입돼 올해로 25년이 된 수능도 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변별력 확보 등을 이유로 수차례 손질됐다. 지난 2005년부터는 기존 '통합형 수능'이 '선택형 수능'으로 바뀌었고 학종은 종전 입학사정관제(2008년)가 이름을 바꿔 달았다. 교육계 한 전문가는 "역대 정부에서 교육만큼은 정치논리를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교육이 정작 가장 정치적인 영역으로 자리 잡았다"고 설명했다. 진보·보수를 가리지 않고 정치인에게 교육은 표밭 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역대 정권은 서민층을 겨냥해 '사교육과의 전쟁'을 선포했지만 매번 패배하는 쓰라린 경험을 갖고 있다. 사교육 확대는 단순한 교육 문제가 아니라 사회에 뿌리 깊이 박힌 '학력·학벌 사회'라는 구조적인 문제와 얽혀 있기 때문이다. 이 범 교육평론가는 "학벌 형성에 큰 영향을 준 건 정치권과 정부였다"며 "정부마다 발표된 장관 출신교를 보면 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가 65~75%를 차지하면서 서열화를 부추겼다"고 지적했다.
◇"교육 불평등 심화 땐 계층·집단 간 갈등 격화…사회통합 위기"=학부모들은 복잡한 대입 전형 단순화를 요구하면서 자신들이 치렀던 본고사와 학력고사, 2000년대 이전의 수능 체제로 차라리 돌아가는 것이 맞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현재 전국 4년제 대학의 입학전형은 871개에 달한다.
그러나 교육전문가들은 단순 암기식 위주의 수업과 '점수 따는 기계'에서 학생들을 풀어 주자고 나온 것이 현행 대입 체제라며 획일화된 교육보다 다양성을 존중하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경민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우리 사회가 한 걸음 더 나가기 위해선 교육 시스템에서도 다양성이 확보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계층 이동이 막힌 닫힌 사회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조상식 동국대 교육학과 교수는 "교육 불평등과 교육격차가 심화하면 우리 사회의 계층·집단 간 갈등이 격화될 수 있다"며 "사회통합에 있어서도 위기가 닥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현 교육전문가는 "사교육이 문제가 아니라 공교육 내에서도 일반고와 자사고·특목고의 학비 격차가 크다"며 "부모의 배경이나 재력에 관계없이 학생 스스로의 노력과 능력만을 갖고 경쟁토록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또 대입전형에서 논술과 특기자전형을 폐지해 정시(수능)와 수시(학생부종합·학생부교과)로 단순화하고 학종과 관련된 생활기록부는 검증 가능하고 수치화할 수 있는 정보만 남기는 게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부모 세대는 학령인구가 80만 명 이상이던 시대였지만 지금 청소년들은 40만 명 이하로 떨어진 시대에 살고 있다"며 "과거 자신의 학창시절 때보다 환경이 바뀐 미래 교육에 대한 방향설정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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