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지 대신 필수 교양으로"…대학가 덮친 AI, 교육·평가 판도 바꾼다

"금지 대신 필수 교양으로"…대학가 덮친 AI, 교육·평가 판도 바꾼다

권태혁 기자, 이민호 기자
2026.03.03 13:26

"단순 과제 넘어 창의적 도구로"…대학가, 잇단 가이드라인 제정
'사유의 외주화'·'디지털 격차' 부작용 우려는 여전히 높아

가천대 AI 역량 강화 프로그램 운영 모습./사진제공=가천대
가천대 AI 역량 강화 프로그램 운영 모습./사진제공=가천대

2026년 새 학기를 앞두고 대학가의 인공지능(AI) 활용 패러다임이 급변하고 있다. 챗GPT 등장 초기 불거졌던 '표절 논란'으로 AI 사용을 억제하던 대학들이 이제는 AI를 학생의 필수 역량으로 규정하고 나섰다. 정규 교과목 편성부터 평가 방식 개편까지, 대학 교육의 판도가 바뀌는 중이다.

3일 머니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가천대는 최근 교수 대상 AI 교육을 대폭 강화하고 교육 전 과정에 AI 활용을 단계적으로 허용하는 종합 방침을 발표했다. 이미 2024년부터 전교생 AI 기초교양 수강을 의무화한 가천대는 올해 관련 강좌를 191개로 대폭 확대하는 한편, 다음 달 'AI 활용 교육 혁신 TF팀'을 출범시킨다. 단순 보조 도구를 넘어 창의적 문제 해결 도구로 AI를 활용할 수 있도록 전공별 평가 방식과 윤리 가이드라인을 새롭게 수립할 계획이다.

올해 1~2월 들어 주요 대학의 공식적인 룰(Rule) 제정도 줄을 잇고 있다. 서울대는 지난달 1일 자로 '서울대 AI 가이드라인'을 제정했다. 수업별 특성에 맞춰 AI 활용 여부를 교수자 자율에 맡기되, 결과물에 대한 윤리적·법적 최종 책임은 사용자(학생)에게 묻는 '자율과 책임'의 원칙을 명문화했다.

서울시립대는 한발 더 나아가 지난달부터 자체 통합 생성형 AI 정보서비스인 'AIChat'(에이아이챗)을 전 구성원에게 도입해 통제 가능한 독자적 학내 AI 인프라 구축에 나섰다. 이 밖에도 호서대는 '생성형 AI 안내 및 활용 방법'을 홈페이지에 구체적으로 명시해 학문적 진실성 기준을 세웠고, 아주대는 자체 학습관리시스템(LMS)에 맞춤형 AI 학습 콘텐츠를 핀셋 연동하는 등 각기 다른 방식으로 AI 융합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만든 사진.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만든 사진.

일선 교육 현장에서는 AI 도입 확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가장 큰 과제는 '평가 공정성' 훼손과 '신(新) 디지털 격차'다.

현존하는 탐지 프로그램으로는 출처를 숨긴 'AI 대필'을 100% 적발하기 어렵다. 또한 월 구독료가 발생하는 고성능 유료 AI 모델과 무료 버전 간의 성능 차이가 뚜렷해 학생의 지적 능력이 아닌 'AI 구독 경제력'이 학점과 연구 성과를 가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AI가 완성된 정답을 단숨에 제시하면서 대학생들의 비판적 사고력과 기초 학력이 저하되는 이른바 '사유(思惟)의 외주화' 현상도 학계가 경계하는 대목이다. 환각 현상(Hallucination)으로 인한 잘못된 정보 수용이나 연구실의 민감 데이터 유출 위험도 해결해야 할 숙제다.

이런 부작용을 막기 위해 대학들은 단순 지식 확인용 레포트 과제를 줄이고, 오프라인 지필 고사나 구술(면접) 평가 비중을 다시 늘리는 등 평가 룰 자체를 진화시키고 있다. 막을 수 없는 거대한 파도가 된 AI를 어떻게 학내에 정착시킬 것인지, 대학가의 치열한 실험이 본격화됐다.

원성수 공주대 교수는 "AI 시대로 변했고 방향성은 정해졌지만 AI는 어디까지나 도구적 수단일뿐 맹종해야 할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윤리적인 정립이 필요하다"면서 "학생들이 AI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지 않고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해 결론을 낼 수 있도록 교수진의 올바른 지도와 윤리 교육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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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혁 기자

안녕하세요. 정책사회부 권태혁 기자입니다.

이민호 기자

안녕하세요. 정책사회부 이민호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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