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차분하게 시간 가져야"

한나라당이 대학등록금 부담완화 정책 최종안을 두고 곤혹스러운 입장에 처했다. 당초 '공청회(15일)→ 당·정협의(21일)'를 거쳐 빠르면 21일 쯤 최종안을 발표하려 했지만 발표시점 재검토가 불가피해 졌다.
"집권 여당이 섣부른 약속만 남발해 포퓰리즘을 조장했다"는 비판과 함께 잔뜩 올라간 여론의 기대 수준이 부담으로 작용한 탓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실효성 있는 재원마련안을 내 놓지 않으면 '졸속 대책'이란 비판여론에 직면하리란 우려도 고려했다.
결정타는 청와대였다. 당이 등록금 최종안 발표시점을 '빠르면 21일'로 확정한 지 하루 만에 사실상 지침을 내렸다. 이명박 대통령은 13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조급하게 서두르면 안 될 문제인 만큼 차분하게 시간을 갖고 진지하게 대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임해규 등록금대책TF 단장은 이날 머니투데이와의 통화에서 "등록금 재정 지원 문제와 대학의 질 관리 등 두 가지 면을 두루 논의하라는 뜻 같다"며 "균형감 있게 전체적으로 잘 다루려면 대학의 이모저모를 따져봐야 한다는 취지 같다"고 부연했다.
임 단장은 "아직 한나라당의 최종안이 나오지 않은 만큼 이 대통령이 '여·야 모두 너무 무상 쪽으로만 경쟁하지 말라'는 우려를 표명한 것 같다"며 "등록금 인하 문제만 너무 다루지 말라는 뜻 같다"고 말했다.
등록금 재원 마련안을 두고 골머리를 앓던 차에 청와대의 속도주문 조절까지 겹치면서 난감하다는 기류도 교차했다. 혼란이 가중되니 최대한 빨리 최종안을 내 놓으라고 독촉하더니 갑자기 브레이크를 걸면 어떻게 하느냐는 반박이다.
등록금대책TF의 한 관계자는 "직접 상관도 없는 사람들이 계속 사견(私見)만 내 놓는 상황"이라며 "겨우 총론을 모아서 어제 '21일 쯤 발표하겠다'고 했더니 오늘 청와대가 답을 내 놓은 셈 아니겠느냐"고 토로했다.
정제되지 않은 여당발(發) 등록금 대책이 난무하고 보름 가까이 '등록금 촛불집회'가 열리는 긴박한 상황인 만큼 최종안 발표 시점을 지체할 수 없다는 얘기다. 반면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이날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이 대통령의 주문을 "국가 백년대계인 만큼 신중하되 열의를 다 해 하라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이런 가운데 등록금 대책의 한 축인 기획재정부는 재원 마련 방안을 두고 연일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반값등록금의 건설적 해법이 필요하다면 내년 예산에 반영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면서도 "재정으로 '반값등록금'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