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15일 민주통합당 당대표·최고위원 선출대회가 열린 일산 킨텍스. 행사가 시작된 오후 1시가 가까워 오자 관광버스가 주차장에 줄지어 들어섰다. 전국 각지에서 대의원들을 태우고 올라온 차였다. 하지만 전당대회 주변을 버스로 둘러쌌던 과거 전당대회 때와는 차이가 확연했다. 상당수 대의원들이 각자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상경'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부산의 경우 사상구과 사하구, 서구 3개 구의 대의원 130여명 가운데 전당대회에 참석한 숫자는 3분의 1 수준인 43명에 불과했다. 이들은 각자 3만원씩 돈을 내 관광버스를 빌렸다. 이영철 부산 사상구지역위원장은 "과거에 전당대회를 하면 대의원 80∼90%가 올라왔는데, 자기 돈 내는 것도 그렇고 설 명절도 가까워서 그런지 올라오겠다고 하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고 했다.
#2. 포털사이트 다음에 개설된 '정봉주와 미래권력들(미권스)' 홈페이지에는 15일 하루 종일 '민주통합당 당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대회 미권스 점령!'이라는 배너가 걸려 있었다. 이 카페는 정봉주 전 의원의 팬카페로, 회원 18만7000여명을 두고 있다.
'미권스' 회원과 정 전 의원이 참여하고 있는 인터넷 라디오 '나는 꼼수다' 애청자 7만여 명은 이번 민주통합당 당대표 선출에 일반 선거인단으로 등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 일반인 선거인단 64만 명의 9분의1에 달하는 규모다. '미권스' 측은 전당대회장에도 100여 명이 나와 '정봉주 석방' 등의 푯말을 들고 위세를 자랑했다.
민주통합당의 1·15 전당대회는 '엄지혁명'으로 요약된다. 당대표·최고위원 선출이 70%의 비율로 반영되는 시민·당원 투표는 모바일 투표 신청자 비율이 88.4%에 달해 '모바일 투표'가 절대적인 영향력을 발휘했다.
동시에 '조직선거'의 퇴조가 뚜렷했다. 과거 국민참여경선은 일반 시민이 선거인단으로 등록하더라도 투표는 직접 투표소를 찾아야했기 때문에 이른바 '관광버스'로 대변되는 '조직 동원'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하지만 모바일 투표 도입으로 이 문제를 상당 부분 해소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번 당대표 선출은 '돈봉투' 사태라는 악재 속에서도 시민들의 주목을 받았는데, 모바일 투표의 영향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번 전당대회에서 각 후보들은 트위터족, 네티즌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힘을 쏟았다. 인터넷·스마트폰에 기반한 '나꼼수'를 통해 스타로 등극한 정 전 의원의 구명이 전대의 주요 이슈가 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박영선 박지원 이인영 한명숙 후보 등은 마지막 정견발표에서도 '정 전 의원 구명'을 언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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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선거관리위원회가 소셜네트워크시스템(SNS)·인터넷 선거운동을 상시 허용하기로 결정한 것과 맞물러 앞으로도 정치권의 '엄지족 공략'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먼저 스마트폰 이용에 서툰 장·노년층이 소외될 수 있다 점이다. 이번 전대에서 모바일 투표를 신청한 선거인단의 투표율은 80%에 달했지만 스마트폰이 아닌 일반 휴대전화 이용자들은 투표 절차가 지나치게 복잡해 투표를 포기하는 사례가 잇따랐다.
또 선거인단 가운데는 39세 이하가 44%, 40세 이상이 55%로, 20,30대 청년 유권자가 절반에 가까웠다. 젊은 층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방법이 되지만 중도·보수 성향의 유권자로 지지층을 확산시키기에는 한계가 있다.
아울러 '정당의 대표를 일반시민이 선출하는 게 바람직하냐'는 문제도 전통적인 당 지지층에서 지속적으로 제기할 것으로 보여 보완책 마련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