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 [도로명주소 10개월 써보니 ④] 일본, 도로명주소 전환 작업 60년째 진행 중

일본을 제외한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지번주소'가 아닌 '도로명주소'를 쓰고 있다. 그러나 이들 역시 일상 생활에서는 우리의 '동'에 해당하는 '구역'명을 활용한다.
일본의 경우 1960년대 이후 점진적으로 도로명주소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지만, 여전히 도쿄 등 상당수 지역에서는 '지번주소'를 사용하고 있다.
◇미국도 일상 생활에선 '디스트릭트'명 사용
미국과 유럽 대부분 국가들은 '도로명주소' 체계를 따른다. 미국의 주소는 '번지+길+시(city) 또는 자치구(borough)+주+우편번호'로 구성된다.
뉴욕 또는 워싱턴 D.C처럼 도로를 중심으로 형성된 대도시는 도시명(city)을 쓴다.
예컨대 미국 백악관의 주소는 '1600(번지) Pennsylvania Ave NW(길), Washington D.C.(도시, 별도 소속 '주' 없음) 20500(우편번호)'이다.
하지만 일반 주택지역들은 우리나라의 '동'에 가까운 자치구(borough) 이름을 쓴다.
'44 Crescent St, Closter, NJ 07624'라는 주소에서 '클로스터'(Closter)의 경우 인구 약 8000명 규모로 한국에서는 '동'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처럼 작은 규모의 지역 공동체를 주소에 넣어 위치를 쉽게 가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미국 도시에서도 일상생활에서는 간단한 표현으로 대략적인 위치를 가늠할 수 있도록 '구역', 즉 '디스트릭트'(district) 명을 사용한다. '이스트 빌리지'(east village), '워터 프런트'(water front), '리틀 이탈리아'(little Italy) 등이다.
예컨대 미국 상류층의 삶을 그린 드라마 '가십걸'(Gossip Girl)에서 자주 언급되는 '어퍼이스트사이드'(Upper East Side)는 부유층이 많이 거주하는 뉴욕 맨해튼 센트럴파크 동쪽 지역을 일컫는 명칭이다.
디스트릭트 명은 그 구역의 역사를 담고 있기도 하다. 맨해튼 남서부의 번화가 지역을 일컫는 '미트팩킹 디스트릭트'(Meatpacking District)는 과거 도살장과 축산 가공 공장이 모여 있었던 역사를 담고 있다.
또 미국에서는 도로명주소에 포함된 정보 가운데 '우편번호'(ZIP Code)가 대략적인 위치 파악에 활용되기도 한다. 미국의 우편번호는 다섯 자리의 숫자 만으로 주와 도시 뿐 아니라 '디스트릭트'까지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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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미국 서부의 최대 부촌 가운데 하나인 비버리힐스의 우편번호인 '90210'은 이 지역 젊은이들의 일상을 그린 'Beverly Hills, 90210'라는 제목의 드라마가 있을 정도로 유명하다. 뉴욕 맨해튼에서는 '10021'이 부촌인 '어퍼이스트사이드', '10030' 이후가 '할렘' 지역임을 뜻한다.

◇일본, 50년째 도로명주소 전환 중
우리나라가 '지번주소' 체계를 쓰게 된 것은 일본 때문이다. 1868년부터 '지번주소'를 썼던 일본은 1910년 일제강점기 당시 토지수탈과 세금부과를 위한 토지조사사업를 하면서 우리나라 땅마다 '지번주소'를 붙였다.
지금도 일본은 종전의 우리나라처럼 '도+시+구+동+번지수'의 주소 체계를 갖고 있다. 예컨대 주일 한국대사관의 주소는 '도쿄도(東京都) 신주쿠구(新宿區) 요쓰야(四ツ谷) 4-4-10'이다.
일본 역시 우리나라처럼 도로명주소 체제로의 전환을 추진해왔다. 1962년 5월 '주거표시에 관한 법률'을 제정한 뒤 1967년 시행령을 만들고 도로명주소 도입 작업을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쿄 등 상당수 지역은 아직 '지번주소'를 쓴다. 중앙정부가 아닌 '시정촌'(지방자치단체)들이 조례를 통해 스스로 주소체계를 선택할 수 있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교토는 도로명주소를, 도쿄는 지번주소를 사용하는 것도 그래서다.
도로명주소로 전환키로 한 '시정촌' 역시 긴 시간을 두고 단계적으로 전환 작업을 추진한다. 예컨대 1965년 주소체계 전환을 시작한 아츠기 시(市)는 약 40년이 지난 2004년까지도 전환율이 47%에 그쳤다. 현재 80% 이상 도로명주소로 전환이 이뤄졌지만 여전히 지번주소가 남은 곳들이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7년 도로명주소법이 시행된 뒤 전국 모든 주소를 '도로명주소'로 일괄 전환하기까지 걸린 기간은 불과 7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