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 열 달, 도로명 주소 '총체적 실패'…5천 세대에 주소 딱 2개

시행 열 달, 도로명 주소 '총체적 실패'…5천 세대에 주소 딱 2개

김태은 기자
2014.11.07 05:53

[the300] [도로명주소 10개월 써보니 ①] "도로명주소 관련, 홍보 예산만 편성"

#1. 서울 송파구 잠실엘스 아파트 130~136동은 '석촌호수로'와 '한가람'로를 끼고 있다. 하지만 주소는 약 500m 떨어진 올림픽로로 시작한다. 5678세대가 살고 있는 대규모 아파트단지인 잠실엘스에 부여된 도로명주소는 올림픽로95, 올림픽로99 단 2개다. 특히 단지 한 가운데 있는 잠일초등학교와 이곳에서 약 400m 떨어진 단지의 남동쪽 끝의 위치가 모두 올림픽로95라는 하나의 주소로 묶여 있다.

#2. 지난 선거에서 대전시 서구 제2선거구 시의원 출마를 준비한 A씨는 서구 '도마로' 주소를 갖고 있는 유권자들을 열심히 찾아다녔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A씨가 만난 주민들 가운데 상당수가 도로명주소는 도마로이지만 행정구역상으론 제1선거구에 속한 이들이었다. 도로명주소 탓에 자신이 출마할 지역의 유권자도 아닌 이들을 찾아다녔던 셈이다.

실시 10개월을 맞는 도로명 주소제가 행정편의주의와 불완전 입법으로 전 국민의 삶을 혼란스럽게 만든 대표적인 제도로 확인되고 있다.

최근 열린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도 아파트 단지를 일률적으로 1∼2개의 주소로 묶은 안전행정부의 행정편의주의가 집중적으로 지적됐다.

법적으로는 아파트 단지에 1개의 주소를 부여하고 동과 층, 호 상세주소를 사용하는 방법 뿐 아니라 단지 내 도로에 개별 도로명을 부여한 후 동별로 건물번호를 부여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주민이 원할 경우 법적 절차에 따라 개별 도로명 부여와 주소변경이 가능하다.

그러나 현재 아파트 단지에 대한 도로명 주소 부여 현황을 보면 하나의 주소만 사용하는 아파트 단지가 1만9542개로 전체의 88%에 달한다.

국회 안행위 야당 간사인 정청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안전행정부는 본래 주소만 보고 편하게 찾아갈 수 있는 체계를 만들겠다며 도로명주소 사업을 추진했는데 도로명주소 과다 부여를 우려해 아파트단지를 일률적으로 한 주소로 묶는 것은 도로명주소의 도입 취지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는 행정편의주의를 버리고 국민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대안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도로명주소에 동명이 부여되지 않아 생기는 불편함에 대해선 이미 관련 제도가 시행되기전부터 우려됐던 사항이다. 특히 동명이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같은 무형의 문화자산이 사라지는 것을 안타까워하는 목소리도 있다.

국회에서도 도로명주소에 동명을 포함시키는 방식으로 보완해야 한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심재철 새누리당 의원은 올 초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도로명 주소의 문제점으로 △위치 찾기 불가능 △아파트 이름 부재 △지역 역사·정체성 담은 '동(洞)' 삭제 △무분별한 외래어 난무 등 4가지를 꼽았다.

심 의원은 "동 이름에는 지역의 역사와 문화, 전통이 들어가 있다"며 동 이름을 없앤 도로명주소에 대해 반문명적 횡포라고 비판했다.

국회가 문제점을 지적할 때마다 안행부는 "불합리한 부분은 검토해서 개선하겠다"고 밝혀왔다. 그러나 실질적이고 근본적인 보완책 마련에는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국회에서도 정부의 의지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정부는 내년도 도로명과 건물번호 활용사업 예산에 57억7000만원을 책정했다. 올해(84억7100만원)보다 32% 줄어든 규모다. 이마저도 도로명주소 기본도 개선과 안내도 보급에 15억원, 국가주소정보시스템 유지보수 및 연계지원에 21억4500만원 등 홍보성 예산만 편성됐을 뿐이다.

정청래 의원은 "아파트 단지 내 도로명 주소를 부여하기 위해서는 돈이 드는데 도로명주소 관련 예산에는 홍보 예산만 편성돼 있다"며 재검토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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