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3.8일에 한번꼴 여야 만나, 원유철 최다…쟁점 타결 여전히 진통

정의화 국회의장의 중재정치가 주목받고 있다. 역대 국회의장 가운데 가장 독자행보가 많다는 엇갈린 평가도 있지만, 각종 현안에 타협의 장을 제공한 데엔 의장의 역할이 컸다는 평가다.
1일 국회의장실에 따르면 정 의장은 지난해 11월5일부터 이날까지 약 3개월간 24차례, 주말을 제외하면 평균 3.8일에 한 번 꼴로 여야 어느 한 쪽 지도부라도 만나 쟁점현안 협상을 중재했다. 선거구획정위원회가 법정시한내 획정안을 국회에 제출하지 못한 직후부터다.
원내지도부와 회동은 여당과 5회, 야당과 2회, 여야 함께 만난 3회까지 10회를 기록했다. 당대표와 회동은 여야 4회, 야당 1회 등 5회다. 당대표·원내대표 등 이른바 여야 투톱을 모두 만나는 자리도 7회에 이른다. 국회 정치개혁특위 활동종료일인 지난해 12월15일엔 여야 투톱과 정개특위 간사들을 불러 7시간 마라톤 회의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가장 자주 만난 사람은 원유철 원내대표다. 24차례 회동 중 원 원내대표는 15회 포함됐다. 김무성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이종걸 원내대표는 각각 11차례 회동했다. 지난해 12월 22일 국회 상임위원장단, 12월31일에는 여야 중진의원들과 잇따라 만나 쟁점법안 처리에 협조를 당부했다.
정 의장은 지도부 외에도 특정 법안에 강력반대하는 야당 의원이 있다면 전화를 걸거나 문자를 보내 설득했다. 평소 '호형호제'하는 이상민 법제사법위원장(더불어민주당)에게는 "이럴 때 형님을 도와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인간적인 호소도 했다고 한다. 종전의 회의 진행자나 관리자형 국회의장이라면 쉽지 않은 행보다.

현안 해결에 이처럼 깊이 개입한 국회의장은 근래 드물었다는 데 여야가 일치한다. 국회의장이 나서지 않고는 쟁점 타결이 극히 어려운 정치현실 때문이다. 국회선진화법으로 과반 정당 단독의 의사진행이 불가능하다. 여야 협상은 선거구획정 등 사안마다 벽에 부딪쳤다. 박근혜정부와 여당은 서비스산업발전법, 기업활력제고특별법(원샷법) 등을 긴급한 민생법안이라며 조속한 통과를 요청했다. 반면 야당은 법안 하나 때문에 경제가 좌우되지는 않는다고 맞섰다. 여야는 회동 약속을 직접 잡기 어려울 만큼 분위기가 냉랭해지기도 했다. 이때 국회의장이 중재자로 나서 돌파구를 열곤 했다.
국회의장이 되기까지 특정인에 정치적 빚이 없다는 정 의장의 입지도 한 이유다. 국회의장은 다수당이 후보를 선정, 국회 본회의장에서 여야 모두의 투표로 정한다. 정 의장은 이 과정에서 낙점이나 '오더'로 의장에 오른 것이 아니다. 이 때문에 출신 정당을 떠나 의회 자체의 역할을 강조할 수 있었다. 지난해 7월 시행령의 국회 통제를 강화한 국회법 개정안이 정부에서 국회로 되돌아온 '국회법 사태'에서 이런 성향을 드러냈다. 또 여권의 반복된 직권상정 요청에 천재지변과 같은 법적 요건이 갖춰지지 않았으니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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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이처럼 체면 따지지 않고 뛰었음에도 뚜렷한 결과가 없다면 정 의장의 향후 입지가 위축될 수 있다. 1일까지도 여야는 선거구 획정, 쟁점법안 처리에 결론을 내지 못했다. 지난달 29일 원샷법, 북한인권법 처리에 합의하고도 본회의를 열지 못하는 등 반전을 거듭하자 여론의 지탄이 쏟아졌다.
정 의장을 선출해준 새누리당 의원들의 여론도 관건이다. 여권 일각엔 정 의장의 소신행보가 지나치다는 반발이 있다. 지난달 정 의장이 2017년 대선을 바라본다거나, 총선에서 호남에 출마한다는 이른바 '야망론'이 퍼졌다. 이에 정 의장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열어야 했다.
정 의장은 2일 오후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더민주당 대표 격인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나 또 한 번 중재회동을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