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New Gen이 만드는 New North]北 경제·사회변화 도화선…N세대, 시장경제 주체로

장마당은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 시기 국가 배급제도가 붕괴되면서 주민들이 스스로 만들어낸 사실상의 시장경제다. 장마당은 시장경제를 경험한 소위 '장마당 세대'라 불리는 N세대를 낳았다.
장마당은 오늘날 북한 경제의 중심축인 시장의 원형이다. 특히 김정은 정권이 들어선 후 북한 경제와 사회 변화의 도화선 역할을 하고 있다. 장마당은 1990년대 이후 아래부터의 시장화로 탄생했으나, 2003년 당국이 이를 인정하면서 공인받은 종합시장만 480여개(올해 2월 기준)에 이른다. 북한 연구가들은 공인된 종합시장(장마당)을 비롯해 골목시장, 야시장 등 갖가지 시장이 북한 주민들의 생활 수요의 80~90%를 해결한다고 말한다.
북한 김정은 정권이 대북제재로 타격을 받고 있음에도 주민들이 '제2의 고난의 행군'을 겪지 않는 것은 장마당 경제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달 19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주최한 '남북관계 전망 콘퍼런스'에서 전문가들은 김정은 정권이 들어선 후 북한 경제가 시장화됐다는 데 공감했다. 양문수 북한대학원대학 교수는 "북한 가계는 수입의 3분의2 이상을 시장 역할을 하는 장마당을 통해 벌어들인다"며 "충전식 선불카드 수준의 신용카드도 통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부유층을 중심으로 한 사금융이 금융회사 역할을 하는 시장경제적 요소도 감지된다고 전했다.
이러한 가운데 평양은 자본주의의 맛을 본 인민들이 돈을 좇는 욕망의 도시로 변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주민들은 이 공간에서 자본주의의 원리를 익히고, 독자 생존의 지혜를 체득하고 있다. 북한 주민들은 사실상 정부가 깔아준 멍석에서 물건을 사고팔며 거둔 소득의 일부를 국가에 사용료로 납부하고 있는 셈이다.

시장에서 돈을 번 신흥 계층도 세를 넓히고 있다. 시장의 발전과 분화로 인한 각종 차별화는 필연적으로 '경쟁'과 '사적 욕망'의 확대를 가져온다. 성장기부터 자연스럽게 시장 경쟁체제에 눈뜬 북한의 젊은 세대는 북한 사회변화의 핵심 축이 되고 있다. 이들은 국가의 배급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시장을 이용해 돈을 버는 시장의 주체로 자라고 있다.
미국 외교전문지 디플로매트는 지난달 10일 하버드대 데이비스센터 이종수 연구원의 기고 '북한정권 세대교체: 변화를 예고하나'를 실었다. 이 연구원은 '스타일과 경제' 측면에서 북한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분석했는데, 김 위원장이 올해 신년사 이후 보여온 평화적 접근과 역동적 리더십의 요인으로 리설주의 등장과 함께 북한 경제가 있다고 진단했다. 또 시장(장마당)이 북한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눈에 띄게 늘고 있으며, 많은 북한 주민이 준(準) 민간사업가로 바뀌고 있다고 분석했다.
독자들의 PICK!
특히 김정은 위원장이 시장경제를 무조건 가로막았던 선대와 달리 장마당을 사실상 수용하면서 장마당 활성화를 지원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북한에 500만대의 핸드폰이 보급된 것도 장마당의 활성화와 무관치 않다. 현재 북한의 2030 세대는 장마당을 통해 한국 문화를 일상적으로 접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우리 예술단의 평양 공연에 걸그룹 '레드벨벳'을 초청하는 등 파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김 위원장은 비사회주의 문화를 여전히 통제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변화하는 세태와 세 새대의 변화, 해외 문물의 유입을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500만대의 핸드폰, 500여개의 장마당을 통해 돌아가는 북한은 더 이상 과거식의 통제나 압박이 통하지 않는다"며 "김정은은 과거처럼 소수의 백두혈통, 빨치산, 테크노크라트가 아니라 인민을 관리함으로써 정권유지가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